지방흡입이라니, 지방흡입이라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IT팀의 외로운 소통부재형 기자인 저도 당연히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숙박 O2O 업계는 한동안 제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왜? 문화담당기자가 맡고싶어 했기 때문이에요. 다방과 직방같은 부동산 O2O도 부동산 기자가 하고싶다고 해서 관심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기뻐해주십시요. 돌고 돌아 모든 스타트업을 다시 최진홍 기자가 담당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이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각 스타트업 담당자들에게 전체카톡을 날렸고, 제 카카오톡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누구신지?라던가 '내 카톡 어케 알았음? 스팸 노노' 등의 메시지가 무려 2개나 올라오는 등 뜨거운 환영인사가 이어졌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진홍 기자는 "인력풀로 등록 해주시기를 요청 드리며 홍보자료 등을 제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며 "내부 규정상 협조가 어렵다’는 식으로 요청자료를 거부하거나, 어떠한 사유로든 요청한 항목별로 자료에 대해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 할 생각이다. 그 방법은 겪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답장을 보내 실력에 걸맞는 겸손함까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거 장난이면서 패러디에요. 용서해주세요.
좋은숙박연구소로 가다
각설하고, 제가 숙박 O2O를 맡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흠. 그리고 어느날, 한 달전? 저는 점심은 여기어때 사옥에서 먹고(...) 바로 이동해 야놀자로 왔습니다. 그리고 씌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숙박연구소에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야놀자의 프랜차이즈 모델을 전시한 곳입니다. 그러니까 막 모텔을 그대로 재현하고 막 그렇게, 그렇게 막. 아우. 아직 낮인데. 아후. 듬직한 남자 송민규 팀장님과 함께요. (난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 미친놈....)
따라나섰습니다. 사옥 2층에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곳에 온 이유는 좋은숙박연구소에 사물인터넷으로 구동되는 스마트프런트를 제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 큽니다.(진짜입니다) 좀..안 좋은 일이 있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프런트의 기능을 제 눈으로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실제 현장과는 괴리가 있겠지만 최소한 어떤 기술력으로 구동되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진짜로)
올라왔습니다. 호텔야자와 호텔얌, H에비뉴가 모델하우스처럼 전시되어 있더군요. 밝은조명 아래에요..."야놀자는 모텔을 중심으로 하는 O2O 사업자인데 왜 프랜차이즈 이름은 죄다 호텔인가요? 우리 고향집 앞에 30년 전에 생긴 귀빈장호텔, 뭐 이런 개념인가요?"라는 질문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랐으나 정치인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살펴봤습니다.
호텔얌은 약간 젊은세대를 노린 인테리어더군요. 뭔가 게스트하우스 느낌이 나는가 싶기도 하고 가죽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것 같기도 하고...신대륙의 아방가르드한 펍의 홀에서 춤추는 안달루시아 여인의 춤사위를 보는 것 같은...가죽하니 LG전자 LG G4가 떠올랐어요. 하튼 젊은 느낌입니다. 남자 송민규 팀장님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꾸며진 곳이에요"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호텔야자는 그 보다 더 깔끔하고 중후했습니다. 화이트로 디자인을 채워서인지 간결한 느낌이 나요.방 한 가운데에 욕조가 있는걸 보고 혼자 야릇한 상상을 했으나 입밖에 냈다가는 변태취급 받을까봐 가만히 있었습니다. 침대 머리맡과 벽 틈 사이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니 신비스러운 느낌도 들었고요. 마치 23세기 미래 사이버 펑크 시대를 살아가는 고독한 한국인이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가 산신령을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남자 송민규 팀장님은 "호텔얌보다 약간 업그레이드 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호텔 에비뉴는 럭셔리 그 자체입니다. 1920 부다페스트...이건 뭔 뜻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래요? 황금빛 인테리어에 찬란하게 빛나는 조명. 뭔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에게 "당신이 제일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했을것 같은 거울까지. 중세 유럽의 절대왕정의 한복판을 살아간 비운의 왕녀가 단두대에 목이 뎅겅하기 전 마지막 옷 매무새를 다졌을것 같은 차분한 곳. 남자 송민규 팀장님은 "최고 등급의 프랜차이즈라고 보면 됩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 이제 스마트프런트를 확인할 차례. 무선 릴레이 컨트롤러와 무선 재실감지 센서, 재실표시 차임벨, 도어락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바일로 입퇴실을 확인할 수 있고 방에 들어서니 공기 청정기가 자동으로 띠리링. 울립니다. 날이 무척 더웠거든요. 선풍기가 없어 공기 청정기 앞에서 진지한 얼굴로 공기청청 기능을 살피는척 하면서 바람 좀 쐬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프런트 시스템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모바일 키를 받아서 들어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기록하는 방식. 다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일단 일반적인 모텔과 비교하면 분명 진일보한 사용자 경험은 분명해요. 그러나 사물인터넷의 기본적인 인프라만 확보했기 때문에 정밀하고 세밀한 데이터를 남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입퇴실이 확인되는 수준인데다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요.
음. 스마트프런트의 존재와, 가장 기본적인 슈퍼바이저의 존재만으로 예전에 있었던 논란의 정당성을 찾는 것은 진짜 무리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현장에 와보니 그래요. 인사이트 있는 정교한 데이터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 최소한의 기능이지만, '편리하기는 편리하다. 참 좋네'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편리하기는 편리하다. 참 좋네'만 남발하기는 2% 부족한 사용자 경험도 있습니다. 바로 야놀자 TV. 입실하면 자동으로 TV가 켜지며 야놀자 TV가 시작되는데 '한뼘지방흡입' 콘텐츠가 나오더군요. 쳇. 나 군대에서 외박나오면 자던 '꿈의궁전 모텔'의 TV는 이렇지 않았다구. 죄송합니다.
남자 송민규 팀장님과 침대에도 한 번 앉아보고, 모텔구경을 한 다음 욕조도 두드려보고 반대편 카운터로 나왔습니다. 업자들을 위한 핫플레이스더군요. 바닥과 벽의 재질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부품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생각한다면 꼭 이곳에 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카달로그도 있고 럭키박스도 보입니다. 남자 송민규 팀장님의 말에 의하면, 럭키박스에 들어가는 소모품들은 야놀자가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홍보를 위해 물량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와. 부럽당.
그 외 연구소가 운영하는 평생교육원도 있더군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왠지 비트코인 대박!을 외치며 다단계 사업강연을 할것같은 말끔한 장소가...농담입니다.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 제휴점 초청 특강이 열리는 별도의 공간이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입구쪽으로 가니 왠지 친환경스러운 칫솔과 치약 등이 있습니다. 야놀자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공개하지 말라고 했던것 같은데..아닌가..에라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원형비누, 바디샤올 등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콘돔은 없었어요. 분명 가판에는 '콘돔'자리가 있었는데 말이죠.......누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 이건 그냥 비치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안마의자...편해보여...
야놀자는 모바일 기업이 아니네
여기어때도 마찬가지지만, 야놀자는 숙박 O2O 스타트업입니다. 다음카페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이르렀어요. 이들의 공로는 뚜렷합니다. 어두운 모텔이라는 개념을 밝은 숙박의 개념으로 변신시켰으니까요. 저는 사실 모텔에 안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집 근처 주지스님이 포르노 비디오로 채워진 지프를 몰고 어느 여인과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본 이후로...하지만 야놀자와 여기어때 덕분에 제 마음의 고정관념도 많이 변했습니다.
다만 좋은숙박연구소를 둘러보니 이제 야놀자를 모바일 기업으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점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이수진 대표가 모텔 청소부터 시작해 오프라인을 누볐던 현장파이기 때문일까요. 이제 야놀자에게 모바일은, 즉 O2O의 첫 'O(온라인)'은 흐릿해진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최근의 대세이기도 해요. 다방은 신림동에 케어센터를 도입했고 네이버는 서울과 부산에 파트너스퀘어를 설립했어요.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을 만들고 있고요. 이건 모바일의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개념이며, 일각에서 '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O4O라는 모델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야놀자도 온라인의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지점을 고민하는것 같습니다. 스마트프런트가 대표적이에요.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쌓은 노하우를 오프라인에 강하게 집중시키는 느낌도 듭니다. 만약 좋은숙박연구소가 야놀자의 것이 아니라고 상상해보세요. 일반적이지 않나요? 이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온라인을 떠나는 수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비교하며 모바일 앱 다운로드 및 방문자 수치를 통해 우열을 나누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야놀자가 B2B 사업을 핵심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숙박 O2O를 매개로 B2C 사업을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 이를 B2B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모델로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요즘 글로벌 ICT 기업들이 자주 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여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남자 송민규 팀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 물론 황선희 매니저님도요. 야놀자가 숙박 O2O를 넘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의 지평을 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지금까지 미친소리 죽 해놓고 마무리는 훈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