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살아요
세종시의 첫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접 세종시의 터를 정하고 도시를 설계한 사람들까지 모두 친다면 감히 내가 세종의 역사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종시가 출범한 후 공식적으로 세종시민이 돼 세종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만 놓고 본다면 나도 그 순번이 상당히 빠를 것 같다.
세종의 첫인상은 ‘황량한 벌판’이었다. 내가 세종을 처음 방문한 때는 2011년이었다.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세종에 관한 뉴스를 쏟아냈지만, 그 무렵의 세종은 마치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 같은 미지의 땅이었다. 대전과 천안, 청주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곳이라고 하니 틀림없이 존재하는 땅이긴 했다. 그래도, ‘세종’이라는 이름은 내비게이션 어디에도 없었다. 힘들게 찾아간 세종은 아스팔트 도로조차 깔리지 않은 휑한 벌판이었다. 공사용 중장비들이 부지런히 땅을 다지며 도시를 지어 올릴 터전을 일구기에 여념이 없었다. 충청의 젖줄인 금강을 따라 고층 아파트 몇 동이 듬성듬성 늘어서 있었다. 논밭투성이인 주변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건물들은 남의 땅을 빼앗아 무력을 과시하는 점령군처럼 그저 꼴사납게만 보였다.
남편은 공무원이었다. 2012년 말이 되면 부서 전체가 세종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2011년의 세종 방문은 일종의 사전답사였던 셈이다. 그날의 풍광은 우리 부부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세종의 현주소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그 텅 빈 땅이 머지않아 행정 수도가 된다는 떠들썩한 뉴스가 모두 새빨간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사실 나는 인생이란 결국 뜻밖의 순간에 터지는 예상 밖의 일을 즐겁게 맞이하며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웬만하면 모험을 받아들이리라’라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래도 정부 과천청사에 출퇴근하기 좋은 곳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무렵이라 세종으로 이주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반경 백 킬로미터 내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동네, 마을의 형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곳에서 갓난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부처 이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2년 여름,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은 세종은 한마디로 환골탈태한 모습이었다. 딱 1년 만이었다. 황톳빛 흙길이 있던 자리는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었고, 그 도로 끝에 우뚝 서 있는 정부청사 건물은 상당히 근사했다. 아파트 단지 주변은 여전히 황량했지만 그만하면 사람 사는 냄새는 났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치킨집 간판이 눈물 나게 반가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진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단 몇 달 만에 도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니! 어쩌면 세종에서 한 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그때로부터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또다시 새롭게 변신을 시작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황량했던 들판은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신개념 도시로 거듭났다. 녹지와 공원이 도시 전체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고, 아파트 단지를 가르는 작은 개천에서는 수달이 한가로이 헤엄을 친다. 친환경 도시라는 세종의 이미지에 걸맞게 도시 전체를 그물망처럼 잇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면 금세 금강에 다다른다. 인적이 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거리는 이제 활기차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친환경 도시.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 문화 환경이 잘 구축된 도시.
대한민국 한복판에 위치해 사통팔달 전국 어디로든 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도시.
‘세종’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이 매거진을 통해 이런 수식어에 걸맞은 세종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 생각이다. 세종은 더 이상 황량한 벌판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 됐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괜히 들여다보고 싶은 땅. 세종시민이 되어, 엄마로, 아내로, 여자로 살아가며 우리 넷이 걸어온 길, 세종시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이 매거진을 통해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 세종과 맞닿은 대전은 우스갯소리로 ‘노잼 도시’라고 불린다. 세종은 ‘노잼 도시’ 축에도 끼지 못해, ‘핵노잼 도시’라고 은근히 놀림 받는다. 우리 네 사람의 세종살이 경력을 모두 더하면 족히 40년은 된다. 세종살이 40년 동안 우리가 찾아낸 세종의 매력을 낱낱이 알려, ‘핵노잼 도시’라는 세종의 오명을 벗겨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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