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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Apr 18. 2023

1. Just walk

-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면

2022년 9월, 프랑스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편도로.

내년에 돌아오기로 했는데 언제 올지 몰라 일단 편도로 샀다.


프랑스를 가는 이유는 여러 시작점이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이다.


다음 주면 시작하는 여행길을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그 흔한 SNS 하나 없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여정을 걸어가며, 버스에서, 어딘가에서 글쓰기를 하며 이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남기고 싶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중 처음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였다.


순례길 시작점이 있을 테니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시작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몰라 대한민국-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검색을 했었다. 약 800 km를 걸어서 가는 길인데, 혼자 비행기 타고 순례길을 완주할 뻔했다.


이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책과 블로그 등을 살펴보며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남부의 Bayonne까지 온 후, 기차역에서 Saint Jean Pied de Port로 가는 기차를 한 시간 정도 타고 가면 순례길 시작점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그럼 이제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Bayonne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 지를 알아볼 차례였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샤를 드골공항에서 파리 몽파르나스로 이동하여 몽파르나스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바욘행 테제베를 타는 식이였다.


탈 것을 예약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좋은 자리와 시간은 돈으로 바꾸듯이

테제베는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차표였다.

짧은 이동 시간만큼 비용도 비쌌다.

난 내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처지였기에 테제베 대신 버스로 이동하기로 선택했다.

프랑스에는 파리 시외를 가기 위해서 대표적으로 Flix 버스와 Blabla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지도를 보며 파리에서 바욘까지의 이동 경로를 살펴보고 있는데, 파리 시내(Bercy)에서 바욘행 Flix 버스가 Bordeaux를 경유해서 가는 것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르도는 와인 거기 아닌가? 하며 보르도를 검색해 보니 와인병 라벨에서 본 그곳이 맞았다.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는 것을 본 후 보르도에서 하룻밤 자기로 하고 버스표를 예약했다.


이제 그럼 보르도 숙소와 보르도에서 바욘 가는 방편을 찾아볼 차례였다.

다시 반복이다.

기차를 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약 2시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갈까 고민하였는데 결국은 미리 예약하지 않고 현장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그다음은 숙소다.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는 지정된 곳에서 Credential을 발급받아 순례자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크레덴시알은 순례자 여권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크레덴시알이 있으면 순례자용 숙소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그렇다면 보르도에서 순계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찾는 순례길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이 있다.

나는 구글에 보르도, 순례자, 크레덴시알을 넣어 검색하여 보르도에서도 순례자를 위한 크레덴시알 발급과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커뮤니티에서 찾은 이메일 주소로 담당자분께 이메일로 순례자 여권과 숙박을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하여 하룻밤을 예약하고 나니 그간 보르도-바욘 여정의 고민이 모두 해결되는 듯했다.


그다음은,

보르도에서 바욘으로 넘어온 후 SJPP로 언제 넘어갈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였다.

바욘에서 SJPP로 가는 첫 기차는 약 8시 반. 주말이라서 평일과 달리 첫 차가 느지막이 운행한다.

조금 고민해 보니 아무래도 바욘에서 하룻밤 잔 후 첫차를 타고 SJPP로 도착하여 순례길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욘에도 순례자 숙소가 있는지 검색하였고 2021년 7월에 바욘에도 순례자 숙소가 새로 열었다는 글을 발견하였다. 전화번호만 있을 뿐 아무리 찾아도 바욘 숙소에 연락할 이메일을 찾지 못해 며칠을 끙끙대고 있었는데, 다행히 SJPP 순례길 사무소 매니저를 통해 바욘 숙소 이메일을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바로 이메일을 보낸 후 바욘 숙소까지 예약을 완료하고 나니, 이제 짐만 싸면 되는 일만 남았다.


살면서 바람 따라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사이사이 크고 작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바람 불 듯 내 등을 내밀어 주는 느낌.

이번 순례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람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감사와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이제 순례길에 필요한 준비물과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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