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비가 오는 날
비를 피하느라
우산 안으로
얼굴을 숨긴다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느라
스마트폰 뒤로
얼굴을 숨긴다
천둥 치는 밤
무서움을 이겨내느라
곰인형 품으로
얼굴을 숨긴다
결혼식에서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부케 속으로
얼굴을 숨긴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글을 쓰느라
노트북 화면으로
얼굴을 숨긴다
무얼 하느라
우리는 오늘도
꼭꼭 숨어라
2014년 비 내리던 어느 여름날,
우산을 쓴 사람들을 보며 그려간 그림
2015년 비 내리는 가을 밤,
그려놓은 그림을 보며 써내려간 글
Illustrated by Kim So Hyun
#꼭꼭숨어라 #내_멋대로_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