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이 되려거든 먼저 機械가 되어라
#봉화에서50일
#8월6일
#마지막밤
#시인이되려거든_먼저기계가되라고?
1.
봉화에서 50일을 잘 지냈다. 내일 서울 간다. 이제 봉화에 오더라도 여러 날 묵을 일은 없을 것이다. 모레가 검정고시 치르는 날이다. 아이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시험에 응시하는 것도 생전 처음이다. 시간 안에 답안지에 답안을 기입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수많은 시험을 치르고 잘 적응해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다닌 16년의 학교생활은 오로지 지필시험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기계가 되는 일이었다.
2.
"기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입력이 같으면 출력도 같습니다. 그것은 수학의 성격입니다."
3.
모리타 마사오가 강조한 말이다. 수학은 기계를 지향하고, 인류는 기계를 닮고자 노력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기계가 인간을 닮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역사는 매우 짧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기계처럼 되려고 한 것은 인간이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4.
지난 8월2일, 모리타 마사오가 지난 1월 방한 강연 이후 강원도교육청(정확히 말하면 강원도교육연수원)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 통역자이자 모리타와 콜라보 한축인 박동섭 교수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로드매니저가 돼 달라는 것이다. 일본식 표현으로는 가방모찌가 되는 것인데,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제한점인데,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강릉나들이 다녀오는 것도 좋은 일이라 같이 가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 신선한 회요리를 배부르게 먹었다. 물론 우리 먹은 건 우리가 계산했고.
5.
강릉의 날씨가 최악이었다. 폭염이 영동지방으로 옮긴 상황이다. 덥다고 말할 수 없고 공기가 뜨겁다. 햇볕은 물론이고 공기에 에어프라이되는 느낌이랄까. 해마다 이런 여름을 맞이한다면 한반도를 벗어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타 마사오는 최고의 렉처를 보여줬다.
인간이니까, 생명체니까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이고, 룰을 어긴다는 것이다. 당연히 룰은 인공물이다.
'아! 살아 있으니까, 죽은 게 아니니까 우리 아이들이 청개구리 짓을 하는구나.'
모르는 얘기가 아닌데, 새삼스럽고 영혼을 뒤흔드는 신박한 울림이었다.
살아 있으니까, 인간이니까 내 말에 따르지 않고, 지 멋대로 하는 것이지. 암~ 생명체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로봇이라면 내 말에 즉각 복종하고 지시대로 움직였겠지. 물론~
7.
모리타의 강연 결론을 한마디로 한다면, "시인이 되겠다면 먼저 기계가 되거라"
화아~ 가슴을 후벼파는 아포리즘을 오랜만에 만났다.
*요거이 내가 씹어먹은 후 아주 쉽게 풀어내는 것이 단기적 목표가 되었다.
8.
살아있는 인간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충분히 존중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요청하면 된다고 한다. 이걸 왜 몰랐지. 아니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 왜이케 염천에 밀양 얼음골 냉기 불 듯 시원한 느낌이 다가오는가.
최선을 다해 존중하고 겸손하게 요청하기!
9.
마무리 검정고시 연습을 하기 위해 최대한 존중하고 겸손하게 요청하다가 숨 넘어가 죽는 줄.....
10.
이제 몇일은 모리타 마사오 강의 후기를 작성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봉화 생활을 마친다. 아쉬움이 좀 더 크다. 잘 마치는 성취감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