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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Aug 30. 2022

2022 한국의 거짓말 현상학

아이를 보면 10년 후 한국이 보인다


#부성을강조하는드라마


#거짓말복마전드라마


#정치권거짓말릴레이


#거짓말은없다그냥말이있을뿐


1.


9시뉴스 직전에 하는 KBS1TV 일일드라마 <으랏차차내인생>은 18% 내외의 시청률 호조를 보이고, KBS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는 27% 내외로 금토일 드라마 중 1등을 달리고 있다.


2.


큰 틀에서 두 드라마의 중심축은 “거짓말”이다. <현재는~>은 어쩔 수 없는 인간적 거짓말을 잘 미화해서 시청자의 감정선을 건들고(시청자가 안타까움을 느끼며 동정하도록 유도), <으랏차차~>는 거짓말을 일삼는 중심 인물들의 악행열전을 펼쳐서 “욕하며 보는” 일일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3.


거짓말은 인간의 숙명이다. 인간 뿐 아니라 생명체라면 거짓말(거짓행동/위장)은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것이 분명하다.


권력 관계에서 권력을 쥔 자는 거짓말이 사회적 안정을 위한 통치행위로 미화되고, 피지배자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거짓말에 도덕적 멍에를 씌웠다. 


4.


예시한 두 드라마의 ”거짓말”은 권력자의 거짓말(현재는 아름다워)과 피지배자의 거짓말(으랏차차 내 인생)에 대한 시그니피앙(기호/기표)으로 이해할 수 있다.


5.


권력자의 거짓말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고, 선의이며, 경우에 따라 대중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대중이 알 필요가 없다. 영원히 탄로되지 않는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아름다운 거짓말을 위해 <부성애>가 기능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부성애가 부각되는 것은 2000년 전후의 일본의 경우인데(미국 헐리웃 영화의 가족주의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성애가 모성애보다 중요하게 다뤄졌고) 한국의 경우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희생적인” 아버지의 이미지를 사용한 드라마가 10년 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 박인환과 입양한 아들 박상원, 박상원의 차남 윤시윤으로 이어지는 ’남성’ 아버지의 내리사랑은 비현실적 설정이다. 


시청자인 우리는 현실적인 모성애보다 비현실적인 가공의 부성애에 더욱 뜨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에서 권력 관계에서 순치(馴致) 됐음이 증명된다.


*윤시윤의 엄마 김혜옥의 단순하고 즉자적인 캐릭터가 박상원의 진중하고 희생적인  캐릭터를 강화하고 있으며, 변우민이나 기타 “아빠”로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자식을 위해 희생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이러한 설정이 <현재는~> 드라마의 거짓말 구조를 도덕적으로 감싸안는 효과를 거둔다.


6.


욕하며 본다는 악인열전 스타일 드라마는 거짓말로 연명하는 악인이 결국 몰락하는 결말로 맺는다. <으랏차차~>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으랏차차~>는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해서 물고 물리는 관계로 설정했다. 유일하게 삶에 거짓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착한 주인공만 흥하고, 악인 중 일부는 착한 주인공에게 구원을 받는 구조로 짜였다.


드라마에서 피지배자 위치의 인물이 거짓말을 하면 파멸한다.


*일부 최고 권력자의 자리 일보직전까지 다다른 드라마 속 인물이 거짓말로 몰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의 일보직전에 거짓말이 탄로돼 파멸하는 인물은 애초에 권력을 탐하면 안되는 피지배자의 전형일 뿐이다.


7.


문제는 다른데 있다. 이제 권력자와 피지배자의 구분 없이 누구나 거짓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 탄생의 역사문화적 의미이다.


중세가 성스러운 건 권력자의 거짓말은 거짓말로 세상에 까발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온누리에 거짓말의 자유가 널리널리 퍼져나가도록 애쓰고 있다. 거짓말은 일상의 Tip이 되었고, 속였다면 승리한 것이고, 속았다면 개인의 책임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도덕적 잣대로 보지 않는다. 2022년 지금의 모습도 이미 역사의 한 단면이 되었다.  


8.


최근 나는 판단을 바꿨다.


권력자가 거짓말을 일삼아서 다음 세대 주인공인 어린이청소년이 많이 아프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다.


어린이청소년의 경향성이 다음에 이어지는 10년 후 권력의 지형도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대통령을 특정해서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층을 이루는 모든 사람)의 거짓말 무한 자유의 허용은 이미 어린이청소년들이 10년 전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20년 전에 나타난 중고생 남자 청소년들의 일베 경도 현상은 10년 전부터 나타난 <태극기+성조기부대>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지금 어린이청소년의 지형도를 살피면 10년 후 최상층 권력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거짓말 무한자유 다음에 제도권 정치 리더(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대표/재벌총수 등)들의 모습은 자폐성 스펙트럼의 모습이 분명하다. 


이미 거짓말은 부끄럽지 않다. 그들은 “거짓말”에서 “거짓”을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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