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 밖에 나가지 않은 날(2019.5.13)
종일 비가 내려 밖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비가 오지 않았어도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월간<배움여행>을 내일 인쇄소에 넘기기 위해 오늘 안으로 인쇄용 PDF를 만들어야 한다. 원고는 다 마련됐지만 책모양으로 앉히려면 손 볼 것이 많다. 어제는 노트북 열어만 놓고 작업을 못했다. 자꾸 졸려서 포기하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끝난 시간이 밤10시 경. 중간에 세끼 밥 차리고 을씨년스런 날이라 계속 장작을 패서 난로를 살렸다.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집중도는 최고였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쓰지 않고 밥만 주고 작업을 계속했다. 디자인비용 25만원을 아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을 하루라도 빨리 나오게 하려면 주말과 휴일에 디자인을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5월호를 이제 만들고 있으니 독자들에게 면목이 없다. 내가 호주에 온 탓이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은 늦어도 괜찮다고, 사정이 그러니 다들 이해한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짧은 한마디 위로는 하지만 짐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바쁜 건 다 마찬가지고 <배움여행> 제작에 책임을 질 일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다. 월간지를 영리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책 전문 디자이너는 어도비 인디자인으로 작업을 하지만 <배움여행>은 처음부터 한글워드로 작업했다. 덕분에 약간 고급기술에 들어가는 꼬리말, 사진, 표, 목차와 관련한 조판부호 사용법을 새로 알았다.
내가 처음 한글워드를 사용한 것은 1.2버전이었다. 그게 1988년일 것이다. 기계식 타자기를 쓰다가, 두 줄만 보이는 디스플레이 창으로 작업하는 열전사식 프린터 탑재 워드프로세서를 쓰다가, PC를 사용하게 됐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끼워서 부팅하는 XT였다. 삼보에서 출시한 보석글을 쓰다가 한컴의 아래아 한글워드를 써보니 신세계였다. 보석글과 가장 큰 차이점은 표를 손쉽게 그리고 표 안에 글을 넣으면 글의 길이에 따라 표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이었다. 곧 1.5 버전이 나왔고, 아마도 기억에 AT가 나오면서 한글2.0이 나왔던 것 같다.
AT에 하드디스크가 장착되면서 메모리 관리가 중요해졌다. PC를 잘 사용하기 위해 DOS를 공부했다. 한글워드나 DOS나 두꺼운 매뉴얼북으로 익혔다. 주판을 눈앞에 상상하고 마음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암산하는 것처럼, PC 없어도 매뉴얼북을 읽으면 상상으로 PC를 작동시키며 작동법을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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