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 연재 칼럼 > 스마트세상
(이미지출처: https://hsseworld.com/improving-emergency-fire-response-by-using-technology/)
소방관이 또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한명이라도 더 구하려 위험을 무릅쓴 15년차 베테랑이었다. 최근 5년간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부상당한 소방관이 한해 평균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위험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범죄 현장에서 직무수행 중 다치거나 숨지는 경찰관이 해마다 1천800명이 넘는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각종 재난재해가 늘고 점차 대형화, 복합화 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숫자는 증가 추세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소방관, 경찰, 군인, 구급요원, 응급의료 종사자 등등. 공공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자기 몸을 던져 위험을 상대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 언론은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벌어진 그들의 영웅담을 생생하게 전하고,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
매번 그런 데자뷰 같은 반복을 접하는 내 감정은 이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사명감으로 빛나는 제복 뒤에 가려져 미처 못 볼 수 있겠으나, 그들은 우리 부모이고, 형제자매이고, 귀한 자식들이다. 국가와 도시 시스템이 취약하여, 우리 가족인 그들을 자꾸만 순직하는 ‘도시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
물론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전국 80개 이상 지자체에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은 관내 CCTV 영상, 교통, 기상, 시설물 정보 등 도시의 안전 상황을 한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시청, 소방서, 경찰의 현장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에서도 올해 구축이 완료된 포항과 경산을 시작으로, 2019년 새로 선정된 구미를 비롯해, 김천, 영천, 안동, 울릉 등 여러 지자체가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가 스마트시티 구현의 근간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와 비교할 때 아직 첫 걸음마를 내딛은 정도에 불과하다. 예측불허, 위험천만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을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첨단의 정의를 갱신해가는 통신, 가전제품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비교할 때, 공공안전 분야의 스마트화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반성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도시,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우리가 가장 정성을 쏟아야 할 분야가 바로 안전이라 믿는다.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에는 기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험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절대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더 안전하고 편안한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삼십 여 년 전 내가 공학도의 길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
일반 가정을 비롯한 도시의 모든 건물에는 위험감지와 자기방어를 위한 지능형 장치가 마련되고, 유사시 그 장치의 모니터링과 제어가 원격으로도 가능하게 서로 연결된다. 집집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는 이제 상황을 스스로 감지해 자율적으로 동작하고 중앙 시스템에 상황을 알릴 줄도 아는 ‘스마트’ 버전으로 바뀐다.
재난현장의 소방관은 스마트 안전장치로 철저하게 보호받는다.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된 현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혼합현실 장치를 통해 구조자의 위치와 안전한 이동 루트 등 현장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상황실에서는 소방관들의 실시간 위치와 그들의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만약의 위험상황에 2중, 3중으로 대비한다.
그 꿈속 도시는 스마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인 연결성과 지능화를 통해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변모하여 시민들과 안전요원 모두를 위한 진정한 안전망이 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이제 더 이상 도시 영웅의 희생에 슬퍼하고 미안해할 일은 없다.
등록일 2019.09.02 19:55 게재일 2019.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