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분야 최대 화두 하나를 꼽으라면 ‘메타버스(Metaverse)’가 아닐까. 어쩌면 Facebook이 사명을 Meta로 바꿨다는 소식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듯하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과 같은 실감 기술의 도움으로 가상의 정보와 실재하는 공간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융합된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쓴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SF 소설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메타버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가상 세계 속 내 모습인 ‘아바타’이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의 모습이 아니라, 가상 세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모습으로 활동한다. 주인공 히로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는 전직 프로그래머인데, 메타버스 속에서는 세계 제일의 검객이다. 두 번째 특징은 도시 공간의 개발 방식이다. 스노우 크래쉬 속 메타버스는 원래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검은 행성이다. 그곳에는 행성의 둘레 전체를 잇는 폭 100m, 길이 65,536(=216)km의 직선도로인 ‘더 스트리트’가 있으며, 그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개발을 하려면, 독점적 권한을 가진 <규약 단체 협의회(Global Multimedia Protocol Group)>의 승인하에, 공터를 사들이고 지역 개발 승인과 각종 허가 사항을 득해야 한다. 기업들은 더 스트리트에 가상의 건물을 짓고 영업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하며, 그 돈은 신탁 기금으로 들어가 더 스트리트를 유지/확장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최근 메타버스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역할이 컸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사회적 관계와 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자, 현실 세계를 능가하는 사회, 문화,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대학의 입학식,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인기 아티스트의 공연, 정치인의 선거유세, 지역 축제, 기업의 신제품 런칭 등 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활동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은, 더 늦기 전에 메타버스에 올라타라는 독촉의 소리에 힘을 보탠다.
30년전, 가상공간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의 소설이지만, 스노우 크래쉬 속에 묘사된 디스토피아적 메타버스는 그 후 수많은 SF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도 닐 스티븐슨의 표현과 유사한 디스토피아적 메타버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선지적 능력을 지닌 천재들이 한 마음으로 메타버스를 디스토피아로 표현한 것은 어쩌면,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까지 합류한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 현상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아니었을까? 목적지도 모르는 메타버스 열차에 무조건 올라타기보다는, 그 실체와 본질에 집중하여 인간에게 이로운 메타버스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이미지출처: https://medium.com/@computecoinnet/the-metaverse-a-brief-history-ff36afb5dc78
게재: 경북매일 칼럼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913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