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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계적 글쓰기 Mar 13. 2020

사람들이 속고 있는 오디션의 함정

늘 튀어야만 살아남는다?

1. <미스터트롯> 최종 결승전 방송이 35.7%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편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하지만 더 놀랄만한 기록도 있다. 770만 건의 문자투표수를 기록하며, 우승자 발표를 한주 더 미뤘다는 거다. 과연 누가 최고의 트로트 가수가 될 것인가! 

결과는 다음 주에 

<슈퍼스타K> 이후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상이 됐다. <슈퍼스타K4>만 하더라도 지원자가 208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쇼미더머니5>의 경우도 지원자가 1만 명이 넘었다. 능력자들로 가득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혹은 높은 경쟁률을 보면서 우리는 종종 이런 착각에 빠진다. '최고 잘하는 사람이 1등을 하겠지?' 땡. 오디션에서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 1등을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우승을 차지하는 건 바로 단계별로 태세를 잘 읽어내는 사람이다. 


3. 10만 명 중 1만 명을 뽑는 10:1의 경쟁률이라고 생각해보자. 어차피 다음 예선이 존재한다고 치면, 굳이 1등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방송이라면 1등이란 성적은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방송이 아니라면 1등이나 9999등이나 마찬가지다. 10만 명 중 1등을 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8000등 정도를 차지하는 전략을 짜는 건 제법 해볼 만한 수준인 셈이다.  


4. 같은 10:1 경쟁률이라도 10명 중에 최종 1명을 뽑는 거라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이 때는 반드시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해야만 한다. 누군가의 눈에 들어야만 하니까 다른 사람들과 아예 다른 길을 걷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심사위원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튀는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니까.


5.  하지만 심사위원의 수가 많아지면 고려해야 하는 옵션이 있다. '튄다'라는 건 호불호가 심할 수 있다는 말이고, 누군가의 눈에는 오히려 더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까 적당한 선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특히 O/X 형태의 선택이 아니라 점수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99점을 받을 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70점을 줘버리면 최종 점수는 낮아지게 되는 거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콘셉트가 센 친구들이 1위보단 3~4위에 머무르는 편이다.) 


6. 오디션만 이럴까? 사실 우리의 삶도 오디션과 닮았다. 학교 입시부터 취업까지 우리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입시는 10만 명 중 1만 명을 뽑는 오디션과 닮았다. 희망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1등이나 999등이나 똑같다는 거다. 수능 만점을 위해서 극강의 난이도 문제만 골라 푸는 전략보다, 999등을 꿈꾸며 쉬운 문제는 절대 안 틀린다는 각오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7. 취업은 보통 반대다. 서류 전형까지는 1000명 중 100명이겠지만, 결국 최종면접을 거쳐 합격하는 건 10명 중 1명 꼴이다. 남들처럼 면접을 보는 것보다, 나를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합격수기를 찾아본 99명의 지원자의 뻔한 멘트보다, 벌벌 떨지만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는 지원자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feat. "친구들 사이에서 제 별명은 '뚝심있는 거북이'입니다. 한번 시작한 일은 포기하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대체 어떤 사람이 친구 별명을 저런 식으로 복잡하게 부른다는 걸까)


오디션이라는 건 함정이 많은 시스템이다. 지금의 경쟁자들보다 잘해야 뽑히는데, 대부분은 과거의 경쟁자들을 이긴 방법을 찾느라 바쁘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하느냐'도 일종의 오디션이다. 독자나 소비자가 심사위원이 되는 셈이다. '과거의 어떤 서비스가 어떤 전략으로 성공했다'보다 눈여겨봐야 하는 건, 지금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서비스들의 특징이다. 1등이 되고 싶다면 남다른 서비스를, 99등도 괜찮다면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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