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표현도 점점 불편해진다
“어! 꼰대다. 선배 지금 꼰대 같았어요” 회의를 하다가도 이런 말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꼰대가 되면 안되는데. 입을 다물어야 하나. 바야흐로 ‘꼰대주의보’의 시대다. 꼰대로 낙인 찍히면 최악의 어른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며, 무례하고, 소란스럽고. 세상의 나쁜 수식어는 ‘꼰대’라는 단어 앞에 찰떡같이 달라붙는다.
꼰대 -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
2019년 9월 23일. 영국 국영방송 BBC는 WORD OF THE DAY(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하기도 했다. 재벌(chaebol), 갑질(gapjil)에 이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가 또 세계에 알려진 셈이다. BBC는 꼰대에 대해 이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AN OR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AND YOU ARE ALWAYS WRONG)”. 번역해보면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최근 가장 세대갈등의 핵심 용어로 떠오른 단어가 바로 꼰대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꼰대는 ‘영감탱이’ 정도의 의미로 젊은 세대가 아버지나 선생님 등의 기성세대를 부르는 은어 정도였다. 하지만 디지털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의 벽이 사라져,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온 밀레니얼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꼰대는 30대 후반 이상의 직장상사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20대 후반 이상을 모두 통칭하는 말로, 또 동시에 10대가 20대를 가르켜 이르는 표현으로 확장된 상태다. 즉, 꼰대는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전세대에서 언제든 붙일 수 있는 갈등적 표현이라는 셈이다.
실제로 이십대 중반의 사람들에게 꼰대와 어른의 차이를 물어보자 이런 재밌는 답변들을 달아주었다.
꼰대 : 라떼는 말이야
어른 : 라떼를 그냥 사주심
꼰대 : 돈 많고 잘 베푸는 사람
어른 : 없으면서 조댕이만 베푸는 사람
꼰대 :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가지 방법을 강요
어른 :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능성 중 한가지를 제시
저마다 꼰대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꼰대를 규정하는 기준은 ‘대화’에 있었다. 자기의 경험을 중심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쥐면 꼰대로 취급받는 셈이다. 대화의 주도권이 주로 연장자에게 몰려있는 직장을 중심으로 꼰대 문화가 확산된 이유도 그것이다.
물론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학창시절 경험을 근간으로 회사 업무를 처리해낼수는 없으니, 선배나 연장자는 늘 회사 경험을 토대로 일의 방식을 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다들 꼰대 취급을 받는 건 싫지만, 모두가 꼰대처럼 일하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자 회사 안에서 변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에서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변경하면서 꼰대문화를 죽이고, 밀레니얼 세대를 맞추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꼰대짓을 해야만 했던 직장인 상당수가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꼰대라는 단어만은 남는다. 여전히 이 단어가 불편한 건, 나와 같지 않은 의견을 가진 어른을 통칭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30대와 50대가 다르듯, 지금의 20대와 30대가 다르고, 10대와 20대 역시 또 다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겪으며 자라왔으니, 문제를 대하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고, 해결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결국 의견이 같을 경우보다 서로 의견이 상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경험을 토대로한 연장자의 해결책이 옳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은 젊은 세대의 의견이 더 창의적일 수 있다.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또 시작이다. 나때는~”으로 치부하며 꼰대로 규정하는 순간, 두 세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