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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pr 21. 2020

'올해의 힙합 앨범'을 들고 온 두 명의 베테랑 래퍼

장르 인사이드 #힙합

올 상반기 한국 힙합 신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연달아 발표하며 장르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국 힙합의 베테랑 래퍼, BILL STAX와 딥플로우는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아낸 정규 앨범을 들고 나왔다. 두 장의 앨범은 벌써 올해의 힙합 앨범으로 꼽힐 정도로 평단과 커뮤니티의 극찬을 받고 있다. 과연 어떤 앨범이길래 이런 호평을 얻고 있는 걸까?


BILL STAX [DETOX]

돌이켜보면 BILL STAX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내던 래퍼였다. 그는 Vasco 시절부터 강렬하고도 과격한 특유의 캐릭터를 앞장 세운 채 응어리진 감정을 표출하며 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줬다. 더 나아가 그는 [Code Name:187]를 통해 트랩 사운드를 시도함은 물론, 자신의 개인사를 앨범의 콘셉트와 함께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트렌디함과 작품성까지 모두 잡아냈다.


이후 그는 Just Music이라는 힙합레이블의 합류와 탈퇴, "쇼미더머니" 출연 등 다양한 변화를 몸소 겪게 된다. 그리하여 활동명을 현재의 BILL STAX로 바꿔 ['Buffet' Mixtape]을 발표했고, 본작에서 그는 트랩에 걸맞은 플로우를 선보이며 현시대의 힙합 트렌드를 본연의 색으로 체화해내는 데 성공한다.

이후 BILL STAX는 음악 대내외적으로"풀잎 사랑"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표출하곤 했다. 이러한 BILL STAX의 최근 행보에서 짐작할 수 있었듯, 마침내 발표된 정규 앨범 [DETOX]도풀잎을 테마로 만든 작품이다. 사실 이전의 한국 힙합 신에서도 히피 등의 컨셉을 빌려 풀잎을 완곡히 표현한 트랙이나 작품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감 없이 대놓고 이야기한 건 [DETOX]가 처음이라 해도 무방하다. 


[DETOX]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부분의 인트로격 트랙에는 풀잎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전반부에는 조금 더 각성적인 느낌의 트랙들이, 후반부에는 차분한 느낌의 트랙들이 배치되어 있다. 프로듀싱은 프로듀서 BMTJ가 대부분 맡았으며,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들을 채워 넣었다.

앨범의 테마는 트랙 제목과 가사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BILL STAX는 두 번째 트랙 'WASABI'에서 풀잎의 여러 종류를 풀어내고, 풀잎이 거래되곤 하는 메신저의 이름을 따 'Wickr Me'라는 제목을 지었다. 또한, 그는 Tommy Strate나 Rakon 등 피처링진을 앨범의 부분마다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함께 풀잎의 효과를 암시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Thurs'day]'에서는 오르간을 비롯한 악기 소스들과 목소리에 이펙터를 넣어 풀잎을 즐기는 모습을 사운드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DETOX]는 앨범의 테마와 사운드가 전부 한 방향을 바라보는 앨범이며, 프로덕션, 가사, 랩 모두 일품인 프로젝트다. 또한 한국 힙합을 넘어, 풀잎에 대한 논의를 사회의 수면위로 끌어 올린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품고 있다.


BILL STAX [DETOX]


딥플로우 [FOUNDER]

딥플로우는 정규 단위의 걸출한 작품을 내며 앨범장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던 인물이다. 특히 2015년 그는 [양화]를 통해 작품으로서 갖춰야 할 서사와,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활약이 어때야 하는지를 음악을 통해 몸소 증명했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래퍼로서의 모습과 영등포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교차하고, 양화대교라는 공간을 활용해 둘의 연결고리를 형성한 앨범은 한 편의 회고록 같았다. 


이후 딥플로우는 이듬해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상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그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힙합 커뮤니티의 논란 속 중심에 있었고, 그사이 [양화] 이후 달라진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낸 앨범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발매된 [FOUNDER]는 [양화]이후의 딥플로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로듀서 Van Ruther가 앨범의 프로덕션을 주도했으며, 밴드 프롬올튜휴먼을 비롯해 여러 세션이 한데 참여했다. 앨범의 사운드는 기존 딥플로우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던 90년대 힙합 혹은 남부 힙합의 결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소울, 재즈, 펑크(Funk)와 같이 이전 시대의 흑인음악이 어우러져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Panorama'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들 수 있다. 프로듀서는 비브라폰, 바이올린, 비올라등의 악기들을 적절히 도입해 딥플로우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한껏 불어넣는다. 덕분에 앨범은 느와르 영화나 Blaxploitation의 OST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앨범의 사운드도 훌륭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딥플로우의 이야기다. 딥플로우는 첫 트랙에서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차근차근 시간을 따라 앨범 속 서사를 풀어낸다. 그는 '500'과 'Low Budget'에서 예산을 줄여가며 앨범을 냈던 시기를 풀어내고, 'Big Deal'에서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내렸던 결정을, 이로 인해 얻게 된 상업적 성과를 'Harvest'에서 이야기한다. 이후 'BEP'와 'Dead Stock'에서는 힙합 레이블을 운영하는 30대 중반 CEO로서의 딥플로우를, 'VAT', 'Blueprint'에서는 각각 인간 딥플로우의 모습과자신의 청사진을 담담하고도 묵직한 랩으로 풀어나간다. 


이전에도 한국 힙합 신에서 CEO와 래퍼의 상충된 입장을 풀어낸 래퍼는 존재했다. 하지만 딥플로우는 CEO로서의 고뇌를 단단한 서사와 사운드로 결합해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기에[FOUNDER] 역시 한국 힙합 신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딥플로우 [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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