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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n 01. 2020

Lady GaGa와 Elton John의 기묘한 우정

장르 인사이드 #POP

2020년 4월. 앨범보다도 먼저 트랙리스트가 유출되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피처링에 있는 BLACKPINK와 Ariana Grande에게 쏠렸습니다. 하지만 코어한 해외의 가가 팬덤에서는 Elton John이 참여했다는 사실에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한 친구 관계로, 오랜 시간 특별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월 29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한 발매 연기와 그에 따른 음원 유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Lady GaGa의 새 정규앨범 [Chromatica]가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수록곡 중 'Sine From Above'에 Elton John의 이름이 보이는데요. 거장의 위치에 있는 원로급 가수가 GaGa의 색깔에 완전히 녹아 들어 멋진 협업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곡입니다.


Lady GaGa, Elton John - Sine From Above


이제껏 GaGa의 디스코그래피를 되돌아봐도 (아예 스탠다드 팝으로 전향하며 Tony Bennett과 듀엣 앨범을 시도한 [Cheek To Cheek]을 제외하면) 자신의 정규앨범에 원로급 선배 가수를 초빙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기실 앨범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지금 잘 나가는 래퍼를 부르지, "리빙 레전드"라는 묵직한 존재감의 Elton John을 부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John과 작업한 'Sine From Above'는 피아노 중심의 트랙이 아닌, 완전한 댄스 트랙입니다. 어느 정도의 무리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GaGa는 왜 Elton John을 자신의 새 정규앨범 작업에 초대한 걸까요? 여기서부터는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둘의 첫 만남은 2010년 그래미어워드였습니다. 당시 [The Fame]과 [The Fame Monster]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 주가를 올리던 Lady GaGa는 시상식 무대에서 Elton John과 피아노 두 대로 합동 무대를 가졌는데요. Elton John의 노래인 'Your Song'을 부르며 마지막 가사를 "Thank you, Love you, Sir Elton John."이라 바꿔 부르며 그에 대한 존경을 보인 바 있습니다.

GaGa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을 말할 때 Elton John을 언급하는 것을 빼먹지 않습니다. 이는 Elton John의 초기 음악이 비주얼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글램 록으로 분류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인데요. 휘황찬란한 안경을 쓰고, 어깨뽕이 하늘로 솟는 수트를 입는 등 아방가르드한 GaGa의 패션은 상당부분 Elton John으로부터 물려 받은 음악적 유전자에서 기인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lton John은 GaGa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진 아티스트입니다.

GaGa 또한 John에게 영향을 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 가을 Lady GaGa의 'Born This Way'가 나왔을 때, Elton John은 이 곡에 대해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놀라워!(f***ing amazing!)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를 완벽하게 넘어섰어. 이건 새로운 버전의 'I Will Survive'야. 그 곡은 게이들의 앤썸이었지. 이제 'Born This Way'가 게이들의 새로운 앤썸이 될 거야. 사실 게이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곡이지."


Elton John 자신이 성소수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난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라는 'Born This Way'의 메시지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John이 GaGa에게 음악적 영향을 주는 멘토라면, GaGa는 John의 이해자적 입장에 있는 후배 아티스트인 것이죠. 이렇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Lady GaGa - Born This Way


과거 Lady GaGa가 내한공연을 할 때 동성애와 자살을 조장하고(...) 기독교적 가치관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일부 극우단체에서 내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그들이 놓친 사실 중 하나는, GaGa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학창시절도 미션스쿨에서 보낸 내추럴 본 신앙인입니다. (쉽게 말해 모태신앙 성당언니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톨릭 교회에는 "대부"와 "대모"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대부와 대모는 대자 혹은 대녀의 신앙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역할을 맡는데요. 말이 어렵다면, 신앙생활에서 믿고 따를 만한 삼촌이나 이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GaGa가 Elton John의 아들 Zachary의 대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친아들의 대모로 GaGa를 세웠다는 말은 그만큼 Elton John이 GaGa를 신용하고, 인격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GaGa와의 관계에 대해 John은 말합니다. "친구 이상으로, GaGa는 나에게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이죠.

위의 이야기들을 놓고 보면, John을 GaGa를 "가족"이라 표현하는 일, GaGa가 John을 "멘토"라고 소개하는 일, John이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 음악을 작업할 때 GaGa에게 노래를 요청한 일, Elton John 트리뷰트 앨범 [Revamp]에 GaGa가 참여한 일, 그리고 이번 GaGa의 앨범에 John이 참여한 일 등, 일련의 협업들이 꽤나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John과 GaGa는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GaGa가 1986년생, Elton John은 1947년생이니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앨범을 듣고 나니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멘토가 되고, 때로는 가족이 되는 격의 없는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영향을 주는 두 아티스트의 아름다운 동행, 앞으로도 오랫동안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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