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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n 09. 2020

상반기 최고의 힙합 앨범, [RTJ4]

장르 인사이드 #힙합

지상 최강의 힙합 듀오 Run The Jewels가 다시 돌아왔다. 팀은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대표하는 Company Flow의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El-P, MC로서의 걸출한 개인 커리어와 함께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Killer Mike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올드스쿨과 뉴스쿨 힙합을 아우른 실험적인 사운드를 구사함과 동시에 현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아왔다. 

듀오는 George Floyd의 사망 사건 이후 다시 화두에 오른 #BlackLivesMatter 운동에 지지를 표하며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앨범을 예정일보다 먼저 발매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공개된 그들의 네 번째 앨범은 타이트한 랩과 유머러스한 가사는 물론, 사회의 문제점을 끄집어낸 묵직한 메시지와 사운드까지 한데 담겨 있다. 수많은 음악 매체와 힙합 팬이 벌써 올해의 앨범으로 꼽고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트랙을 통해 이러한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을까?


글ㅣ힙합엘이


Ooh LA LA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Run The Jewels는 EPMD를 비롯해 힙합 황금기를 대표하는 팀들의 음악을 요즘 세대의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팀의 그러한 의도는 이번 앨범 내내 인용되는 가사와 참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Ooh LA LA'가 대표적인 트랙이다. 곡에는 힙합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인 DJ Premier와 함께 동부 힙합 사운드를 구사했던 듀오 Nice & Smooth의 Greg Nice가 참여했다. El-P와 프로듀서들은 DJ Premier가 몸담았던 Gang Starr의 히트곡인 'DWYCK'를 샘플링해 곡에 담아냈다. 


그리하여 완성된 곡은 중독성 가득한 피아노 루프와 함께한 쫀득한 드럼 사운드, 여러 효과음 덕에 몰입감을 한가득 선사한다. 가사로는 골든 에라 시절의 음악가들을 인용하며 이들에게 존경심을 표했는데, 특히 Killer Mike는 동부 힙합을 상징하는 Jeru The Damaja와 Ol' Dirty Bastard를 가사에 녹여내며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레 연결했다.


Run The Jewels - Ooh LA LA (feat. Greg Nice & DJ Premier)

Run The Jewels - yankee and the brave (ep. 4)

Gang Starr - Dwyck - (With Nice & Smooth)


goonies vs. E.T.

 [RTJ4]는 매 순간 청자의 귀를 잡아 끄는 강렬한 사운드와 진중한 메시지로 가득한 앨범이다. 특히 Killer Mike의 거친 플로우와 El-P의 유려하고 묵직한 랩이 상호보완을 이루는 균형은 그들의 전매특허 무기. 'goonie vs. E.T.'는 그런 그들의 합이 가장 잘 드러난 트랙이다. 곡은 독특한 드럼 사운드를 비롯해 기계적인 베이스라인, 다양한 효과음이 아우러지며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 위에서 둘은 자연스럽게 랩을 주고받으며 현시대의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특히 Killer Mike는 "깨어있는 척하는 SNS 사용자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Gil Scott Heron의 곡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를 인용하며 "진정한 혁명은 디지털화되지 않는다"라며 강렬한 일침을 날린다. 한편, El-P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Bob Ross의 그림에 비유하는 등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듣는 재미를 더한다.


Run The Jewels - goonies vs. E.T.

Run The Jewels - out of sight (feat. 2 Chainz)

Gil Scott-Heron -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walking in the snow

Run The Jewels는 앨범을 통해 미국 사회의 유색인종을 향한 암묵적 차별과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수록곡 'walking in the snow'는 2014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일어난 "Eric Garner 사망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곡이다. 동시에, 곡에 담긴 "I Can't Breathe"란 가사는 올해 일어난 George Floyd의 사망 사건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최근 Killer Mike는 George Floyd 사망 사건 이후 공식 발언대에서 "지금 당장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고, 본 트랙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했다. 


'walking in the snow'에서 둘은 공감 능력을 상실한 세태와 경찰의 무분별한 공권력을 비판하고, 시스템이 주입한 이미지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함을 주장한다. 트랙은 강렬한 록 음악을 듣는 듯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El-P 특유의 인더스트리얼한 감각이 돋보인 곡이기도 하다. 곡의 피처링으로는 Three 6 Mafia의 전 멤버이자 'Love Again (Akinyele Back)'로 함께 호흡을 맞춘 Gangsta Boo가 참여했다.


Run The Jewels - walking in the snow

Run The Jewels - holy calamafuck

Run The Jewels - Love Again (Akinyele Back) (Feat. Gangsta Boo)


JU$T

Run The Jewels는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음악 안에서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들보다 더욱 사회적인 메시지와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담아낸 걸 확인할 수 있다. 


'JU$T'가 대표적이다. 트랙에서 Killer Mike와 El-P는 혐오로 가득한 세상의 모순을 미니멀한 비트에 맞춰 타이트한 랩으로 풀어낸다. 피처링진 역시 예사롭지 않다. Pharrell과 Run The Jewels와 함께 자주 호흡을 맞추는 Rage Against The Machine의 보컬 Zack de la Rocha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BlackLivesMatter 운동에서 주제가로 쓰였던 Kendrick Lamar의 'Alright'의 훅을 부른 장본인이며, 후자는 거대 자본에 저항하고 반공화당, 반정부 시위를 벌일 정도로 음악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행동에 앞서는 뮤지션이다. 이러한 사실은 두 래퍼와 피처링 뮤지션들의 삶의 맥락과 복합적으로 얽히며 곡에 입체감을 더한다.


Run The Jewels - JU$T (feat. Pharrell Williams & Zack de la Rocha)

Run The Jewels - Close Your Eyes (And Count To Fuck) (Feat. Zack De La Rocha)

Kendrick Lamar - Alright


pulling the pin

앞선 Pharrell과 Zack de la Rocha의 경우처럼, [RTJ4]는 앨범에 담긴 메시지만큼이나 피처링진의 조합 역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수류탄의 핀을 뽑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pulling the pin' 역시 마찬가지다. 곡에는 Queens of the Stone Age의 프런트맨 Josh Homme와 함께 Mavis Staples가 참여했다. 아마도 곡에서 이 네명의 뮤지션이 만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El-P는 Josh Homme의 보컬, 기타를 곡의 구성 요소로 사용하며 네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아우른다. 특히 Mavis Staples의 경우에는 1960년대 중반 Martin Luther King Jr.의 행보에 영감을 얻어 미국 흑인 민권 운동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와 그룹 The Staple Singers의 곡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주제가로 널리 사랑 받았으며, 이후 남부의 Stax Records에서 좋은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본 트랙을 통해, Run The Jewels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화를 위해선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Run The Jewels - pulling the pin (feat. Mavis Staples & Josh Homme)

Run The Jewels - a few words for the firing squad (radiation)

The Staple Singers - Long Walk To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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