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을 세계에 전한 John Legend
장르 인사이드 #힙합
2000년대의 팝/R&B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John Legend. 그는 열한 차례나 상을 거머쥔 그래미 어워드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시상식인 에미 어워드, 토니 어워드, 오스카를 모두 수상한 최초의 흑인 음악가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중저음의 보컬과 피아노 선율이 특징적인 John Legend의 음악은 프러포즈 곡으로 널리 쓰일 만큼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John Legend가 지난 6월 19일 새 앨범 [Bigger Love]를 발표했다. 앨범 속 이야기는 힘든 상황을 이겨낼 원동력인 사랑과 희망, 그리고 지난날의 향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앨범 발매 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앨범의 리스닝 세션에서 "불안과 아픔이 뒤섞인 현재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John Legend의 새로운 앨범 [Bigger Love]에는 어떤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을까?
글ㅣ힙합엘이
'Ooh Laa'
앨범의 오프닝을 여는 'Ooh Laa'는 이전 시대의 Doo-wop을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 소리와 보컬로 시작된다. 이후 현대 힙합/R&B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808 사운드가 위에 얹어지는데, 이는 단순한 과거 사운드의 재현이 아닌 재해석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터뷰에서도 John Legend는 현대적인 감각의 빈티지 사운드를 도입하고,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트랙에서 융합하려 한 의도가 있음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트랙의 아이디어를 프로듀서 Pop & Oak의 멤버인 Oak Felder의 공으로 돌렸다. Oak Felder는 이전 시대의 음악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하는 데 능한 프로듀서다. 그리하여 둘은 대표적인 두왑 그룹인 The Flamingos의 'I Only Have Eyes For You'를 직접 부른 뒤 샘플로 사용하였다. 앨범의 2번 트랙에 위치한 'Actions' 역시 Dr. Dre의 'The Next Episode'에 쓰인 거로 유명한 David Axelrod의 'The Edge'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므로 원곡과 비교하여 들어도 좋을 거 같다.
'I Do'
John Legend의 [Bigger Love]는 반가운 참여진을 발견할 수 있어 앨범 크레딧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I Do'가 그렇다. 곡의 프로듀서로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팝스타 Charlie Puth가 참여했다. John Legend는 Charlie Puth와의 스튜디오 작업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Raphael Saadiq이 공동 프로듀서와 기타 연주로 트랙에 참여했다. Raphael Saadiq은 John Legend의 [Once Again]에서 'Show Me'를 프로듀싱한 바 있으며, 이번 앨범에서는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John Legend에게 여러 음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I Do'란 트랙만 놓고 보자면 John Legend는 미니멀한 사운드와 리듬 속에서 특유의 중저음 보컬을 얹어내며 청자들을 편안하게 곡의 매력 속에 빠지게 만든다. 그 때문에 트랙은 John Legend의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특히나 반가울 것으로 느껴진다. 인터뷰에서도 John Legend는 반복적인 리듬과 따라 부르기 쉬운 훅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 또한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밝혔다.
'Wild'
John Legend는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을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앨범에는 사랑의 다양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Wild'란 트랙은 조금 더 야성적이고도 거친 사랑의 본능적인 순간을 그려낸다. 트랙의 프로듀서로는 영국의 프로덕션 팀인 TMS가 참여했다. 이들은 곡의 타이틀처럼 거칠고도 웅장한 드럼 사운드로 트랙을 시작하며, 이후 훅에서는 코러스와 함께 기타를 도입해 사랑의 본능적인 순간을 음악으로 표출한다.
John Legend는 트랙을 지금의 방식처럼 빌드업하기 위해 Rapahel Saadiq의 조언을 받아 Gary Clark Jr.를 기타연주로 참여시켰다고 한다. Gary Clark Jr.는 21세기의 블루스를 대표하는 동시에, 힙합과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본인의 음악 세계를 점차 넓히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는 Raphael Saadiq의 추천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강렬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면서 곡에 포인트를 준다.
John Legend, Gary Clark Jr. - Wild
'Bigger Love'
John Legend는 부드러운 팝/R&B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사실 알고 보면 'Love Me Now'와 같이 댄스홀 음악을 구사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왔던 아티스트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Bigger Love' 역시 트렌디한 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트랙의 프로듀서로는 OneRepublic의 멤버이자 스타 프로듀서로 거듭난 Ryan Tedder, 한국의 래퍼 김심야와 호흡을 맞췄던 Cautious Clay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대중음악 신에서 주목 받았던 밝은 분위기의 아프로팝 사운드를 곡에 도입했다. 트랙에서 John Legend는 많은 이들에게 힘든 현재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사랑임을 가사로 풀어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전 세계 음악 팬들의 모습이 담긴 'Bigger Love'의 뮤직비디오 역시 같은 의도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John Legend, Koffee – Don't Walk Away
'U Move, I Move'
John Legend의 매력은 듀엣곡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Brandy와 Estelle, Brittany Howard를 비롯해 레드벨벳의 Wendy 등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가수들과 함께 듀엣곡을 불렀다. [Bigger Love]에서도 또다시 근사한 듀엣 곡을 들을 수 있는데, 바로 Jhene Aiko와 함께 한 'U Move, I Move'다. 둘은 Jhene Aiko의 최근작인 [Chilombo]의 수록곡 'Lightning & Thunder'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U Move, I Move'는 본래 John Legend의 솔로 곡이 될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의 사랑을 다룬 가사에 따라 현재의 버전으로 다시 녹음했다고 한다.
곡은 각자의 벌스가 끝난 뒤 도입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화음을 쌓아 나가며 어우러지는 둘의 보컬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인터뷰에서 John Legend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이라 Jhene Aiko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지 못해 완성도를 우려했으나, 다행히도 녹음된 그의 보컬이 너무나 만족스러워 다행이었다고 한다.
John Legend - U Move, I Move (feat. Jhené Aiko)
'Conversations in the Dark'
'Conversations in the Dark'는 지난 1월 앨범의 첫 번째 싱글로 공개된 곡이다. 곡은 John Legend가 게스트로 출연한 NBC의 드라마 시리즈인 "This Is Us"에도 수록되었다. 기타 연주로 만들어진 잔잔한 분위기가 특징적인 곡에서 John Legend는 연인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북돋고, 변치 않는 자신의 사랑을 진솔한 보컬로 그려낸다. John Legend는 곡에 참여한 Gregg Wattenberg의 가사 덕분에 'Conversations in the Dark'를 앨범에 수록했으며, 일요일 아침부터 정오까지 자고 영화를 보는 등 아내와의 개인적인 일상을 직접 가사를 고쳐 담아냈다고 한다.
진심이 드러난 탓일까? John Legend의 아내는 그에게 'All Of Me' 이후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John Legend는 "Ellen Show"에 출연한 건 물론, 스타벅스에 깜짝 등장해 노래를 불러주며 팬에게 즐거움을 줬다.
John Legend - Conversations in the Dark
'Remember Us'
이번 앨범에서 John Legend는 과거와 현재의 사운드를 조화해 이전 시대를 기억하는 음악 팬들에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Remember Us'는 프로덕션부터 일찌감치 고전 소울 음악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곡의 피처링으로는 지난해 최고의 힙합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힌 [Eve]의 주인공이자 JAY-Z의 Roc Nation 소속 래퍼 Rapsody가 참여했다. John Legend는 [Eve]를 듣고 Rapsody에게 관심을 가지던 때, Roc Nation 브런치 행사에서 그를 만나 직접 피처링을 부탁했다고 한다.
Rapsody는 곡에서 Juvenile과 같은 이전 시대의 힙합 아티스트들을 자연스럽게 가사로 녹여내는 건 물론, 자신을 Lil Kim으로, 연인을 Notorious B.I.G.로 비유하며 재미를 준다. 더불어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Kobe Bryant와 총격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Nipsey Hussle을 추모하며 흑인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마음속 울림을 안겨준다.
John Legend, Rapsody - Remember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