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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17. 2020

Lyle Mays(1953~2020)와 이별하며(1부)

장르 인사이드 #재즈

태어난 모든 생명은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는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오랜 진리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당연한 진리를 사람들은 예사로이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사람,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서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의 타계는 우리로 하여금 그 당연한 죽음 앞에서 슬픔과 허망, 깊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글ㅣ황덕호(음악평론가, KBS클래식FM Jazz수첩 진행)


아마도 Pat Metheny Group(이하 PMG)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1980년대, 그리고 이 밴드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에 재즈를 듣기 시작했던 지금의 40~50대의 세대들에게 PMG의 키보디스트 Lyle Mays는 그런 존재일 것입니다. 이미 PMG 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시피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월 10일 Lyle Mays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먼저 지난 2000년 발표되었던 그의 솔로 앨범 [Solo: Improvisations for Expanded Piano] 가운데서 음악을 듣겠습니다.


1.  Lyle Mays - Let Me Count The Ways

2. Lyle Mays - We Are All Alone



앨범 [Solo]는 Lyle Mays 음악의 중요한 핵심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의 음악은 피아노 즉흥연주를 통해 깊은 서정미를 담으면서도, 일반적인 피아노가 아니라 미디와 연결한 "확장된(expanded)" 피아노를 통해 효과음들을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1953년 11월 27일 미국 위스코신주 와우사키에서 태어난 Lyle은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오르간을 연주했습니다. 그를 재즈로 이끈 음악은 그의 나이 열다섯 살 때(1968년) 녹음된 두 장의 음반, Miles Davis의 [Filles de Kilimanjaro]와 Bill Evans Trio의 [At The Montreux Jazz Festival]로, 돌이켜 보면 두 음반은 Lyle Mays의 음악적인 양면, 서정성(Bill Evans)과 실험성(Miles Davis)을 잉태시킨 하나의 씨앗으로 생각이 듭니다.



이 두 음반을 통해 즉흥연주의 세계에 빠져든 Lyle는 노스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며 이 학교의 전통의 빅밴드 "One O'Clock Lab Band"(아마도 이 밴드의 경쟁적인 교육 방식은 영화 "위플래쉬"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에서 피아노와 편곡을 담당하게 됩니다.


학교 졸업 후 곧장 Woody Herman Orchestra에 입단해서 연주했던 Lyle은 그 무렵에 젊은 천재 기타리스트 Pat Metheny를 만났고 1977년 Pat Metheny의 두 번째 앨범 [Water Colors]에서 건반을 연주한 뒤 이듬해에 정식으로 출범한 PMG의 첫 음반 [Pat Metheny Group]에서 역시 건반을 연주했습니다. Pat과 Lyle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인생의 새롭고도 중요한 하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 Pat Metheny, Lyle Mays, Mark Egan, Dan Gottlieb - San Lorenzo

2. Pat Metheny, Lyle Mays, Mark Egan, Dan Gottlieb - Phase Dance

3. Pat Metheny Unity Group - Airstream

4. Pat Metheny Unity Group - The Search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던 Pat Metheny였지만 그에게 정규밴드인 PMG가 필요했던 것은 전적으로 Lyle Mays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1950년대 생으로(Pat은 Lyle보다 한 살 어린 1954년 생), 재즈뿐만이 아니라 1960~'70년대의 록에 매료되어 있었고 그러한 동세대의 취향은 PMG 음악에 자연스럽게 배어 들어갔습니다.


특히 대학 시절부터 빅밴드 편곡에 재능을 보였던 Lyle은 Methey가 만들어 놓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건반을 통해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만드는 역할을 맡았고 그 점에 집중한 두 사람은 1980년, 두 사람만의 작업을 통해 만든 음반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를 완성합니다. 이 앨범이 녹음되던 '80년 9월, Lyle의 영웅이었던 피아니스트 Bill Evans는 세상을 떠났는데, 그래서 Pat과 Lyle은 Bill Evans의 기일을 제목으로 한 추모곡 'September 15th'를 앨범에 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PMG에서 Lyle은 단순한 건반주자가 아니라 Pat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이자 편곡자였습니다. 명반 [Offramp]에 담긴 모든 곡들은 Pat과 Lyle의 공동 창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후의 [Travels], [First Circle]에서도 Lyle은 Pat의 다수의 작품을 함께 곡을 쓰며 밴드의 핵심적 역할을 맡았습니다.


1. Pat Metheny, Lyle Mays, Nana Vasconcelos - As Falls Wichita, So Fall

2. Pat Metheny, Lyle Mays, Nana Vasconcelos - September Fifteenth

3. The Pat Metheny Group - Au Lait

4. The Pat Metheny Group - James

5. The Pat Metheny Group - Straight On Red (Live)

6. The Pat Metheny Group - Travels (Live)

7. The Pat Metheny Group - Yolanda, You Learn

8. The Pat Metheny Group - End Of The Game



1970~'80년대 독일 ECM 레코드의 간판 밴드였던 PMG은 1984년 작 [First Circle]을 끝으로 이 음반사와 결별하게 됩니다. 세상에 알려진 이유는 Pat Metheny와 프로듀서 Manfred Eicher의 음악적 이견 때문이었는데, PMG은 이듬해에 영화음악 [The Falcoln & the Snowman]만을 녹음한 뒤 공교롭게도 잠시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듬해 Pat Metheny가 녹음한 작품은 PMG과는 별도로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Ornette Coleman과 녹음한 앨범 [Song X]였습니다.


밴드가 잠시 멈춰 선 이 시기에 Lyle Mays는 드디어 Pat Metheny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녹음합니다. 노스 텍사스 주립대학의 동문이자 Bill Evans Trio의 베이시스트였던 Marc Johnson, Pat과 더불어 재즈 기타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던 Bill Frisell, PMG에서 함께 활동했던 퍼커셔니스트 Nana Vasconcelos 등이 참여했던 그의 첫 음반 [Lyle Mays]는 PMG의 사운드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음반에서도 들려줌으로써 밴드에서 그가 차지했던 많은 비중을 입증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그는 서정적인 건반 터치를 더욱 부각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들려주었습니다.



Lyle이 첫 음반을 발표한 게펜 레코드는 이후 PMG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2년 만에 발표한 그들의 새로운 앨범 [Still Life (Talkin')]는 한층 새로워진 그들의 사운드를 담고(물론 그러한 사운드는 전작 [First Circle]에서부터 '앞으로 다가올 '90년대 PMG의 모습을 이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Lyle Mays의 건반이 맡게 되는 "오케스트라 효과"는 밴드 사운드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Lyle Mays의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Lyle Mays - Highland Aire

2. Lyle Mays - Close To Home

3. Pat Metheny - Minuano (Six Eight)

4. Pat Metheny - Third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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