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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03. 2020

2020 그래미 :
힙합/R&B 퍼포먼스 7

장르인사이드 #힙합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Grammy Awards의 주인공은 Billie Eilish였다. Billie Eilish는 이번 시상식에서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명실상부 2020 Grammy Awards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장르 팬들 중에서는 이러한 결과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 시상식을 보는 것이 단지 수상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이번에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었고, 그 중에는 흑인음악 팬들이 좋아할 무대들도 많이 있었다. 힙합, R&B 팬들이 놓쳐선 안 될 이번 시상식 7개의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순서는 공연 진행 순이다.


Billie Eilish - bad guy

Billie Eilish - wish you were gay

Billie Eilish - my strange addiction

Billie Eilish - i love you


글 | 힙합엘이



1. Lizzo

이번 시상식의 문을 연 것은 바로 Lizzo. 본상 4개 부문을 포함해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최다 부문 후보였던 Lizzo는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팝, R&B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상 내역보다 파워풀한 이 무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당일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농구선수 Kobe Bryant를 위해 한마디를 던진 후, 오케스트라와 함께 'Cuz I Love You'를 부르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이어지던 긴장감은 발레리나들의 등장과 함께 천천히 분위기를 바꿨고, Lizzo는 여느 때처럼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자신의 최고 히트곡 'Truth Hurts'을 열창했다. 마지막엔 필살기인 플루트 연주도 물론 빼놓지 않았다.


Lizzo - Cuz I Love You

Lizzo - Truth Hurts


2. Alicia Keys

Alicia Keys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Grammy Awards의 호스트를 담당했는데, 처음 등장부터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시상식 당일 헬리콥터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Kobe Bryant에 대한 추모 무대를 보여준 것이다. 알앤비 그룹 Boyz II Men과 함께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아카펠라로 함께 불렀는데, 짧은 준비 시간이 무색하게 감동적인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해당 무대 이후에도 Lewis Capaldi의 'Someone You Loved'의 멜로디를 빌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출연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거나 신곡 'Underdog'의 무대를 선보이는 등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다채로운 볼거리들을 선사했다.


Boyz II Men -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

Lewis Capaldi - Someone You Loved

Alicia Keys – Underdog


3. Tyler, The Creator

[Igor]로 랩 앨범상을 수상한 Tyler, The Creator는 앨범의 수록곡 'EARFQUAKE'와 'NEW MAGIC WAND'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원곡에도 참여한 소울 싱어 Charlie Wilson이 Boyz II Men과 함께 아카펠라로 시작을 열었고, Tyler, The Creator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착용했던 노란 바가지머리 가발을 쓰고 Igor가 되어 괴랄한 몸짓과 목소리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중간에 클론 Igor들과 함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압권. 불길로 사라지는 마무리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몰입감 강한 무대였다. 이런 무대를 보여준 뒤인 만큼 수상 소감에서 본인에게 영감을 준 Pharrell Williams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Tyler, The Creator - EARFQUAKE

Tyler, The Creator - NEW MAGIC WAND


4. Aerosmith & Run DMC

Aerosmith가 힙합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이들은 힙합과 록의 만남을 이야기할 때는 꼭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팀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Aerosmith는 대표곡 중 하나인 'Livin' on the Edge'를 부르며 분위기를 예열한 뒤, 익숙한 'Walk This Way'의 기타 리프로 오랜 친구들을 불러냈다. 곧 뮤직비디오처럼 벽을 부수고 Run DMC가 등장했다. 팀 로고에는 2002년 세상을 떠난 멤버 Jam Master Jay를 기억한다는 의미의 "JMJ 4EVER"라는 문구도 잊지 않았다. 나온지 45년이 지난 이 노래의 리듬은 여전히 모두를 들썩이게 했고, 기타 리프와 스크래치, 랩과 샤우팅이 뒤섞인 힙합 & 록의 클래식이 끝나자 장내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


Aerosmith - Livin` On The Edge

Run DMC, Aerosmith - Walk This Way


5. Lil Nas X

메가 히트곡 'Old Town Road'는 리믹스도 참 많았는데, 이번 퍼포먼스는 그것들을 한데 모은 종합 선물 세트였다. Kobe Bryant의 저지를 의자에 걸어 둔 채 혼자 방에서 기타 줄을 튕기며 노래를 시작한 Lil Nas X는 곧 방문을 열고 차원을 이동했다. 빌딩 숲 배경이 보이는 서울로 이동한 그는 BTS와 함께 'Seoul Town Road'를 선보이고, 곧 다른 방으로 이동해 또 다른 리믹스 버전을 만든 Diplo, Mason Ramsey와 함께했다. Billy Ray Cyrus와의 리믹스 버전 이후에 다 함께 모여 훅을 부르는 모습은 "올타로로 하나 된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BTS에 주목할 때 힙합 팬들에게는 깜짝 놀랄 서프라이즈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다음 곡 'Rodeo' 공연 중 Nas가 깜짝 등장한 것. 거기서 갑자기 Nas가 나타나 "big Nas and Lil Nas!"를 외치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Lil Nas X - Old Town Road

Lil Nas X - Old Town Road (Seoul Town Road Remix) feat. RM of BTS (방탄소년단)

Lil Nas X, Billy Ray Cyrus - Old Town Road (Remix) (feat. Young Thug & Mason Ramsey)

Lil Nas X, Billy Ray Cyrus - Old Town Road (Diplo Remix)

Lil Nas X - Old Town Road (Remix) (feat. Billy Ray Cyrus)

Lil Nas X, Cardi B – Rodeo


6. Tribute to Nipsey Hussle

지난해 세상을 떠난 Nipsey Hussle을 위한 헌정 무대도 펼쳐졌다. 생전 그가 참여했던 DJ Khalid의 'Higher' 무대였는데, Nipsey Hussle은 이날 이 노래와 'Racks in the Middle'로 하늘나라에서 2개의 Grammy를 받게 됐다. 원곡에서 함께했던 DJ Khaled와 John Legend는 물론이고 각별한 사이였던 YG, Meek Mill,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싱글에 참여한 Roddy Ricch와 가스펠 싱어 Kirk Franklin도 함께했다. Meek Mill의 진심 어린 가사를 담은 랩으로 시작된 무대는 Roddy Ricch로 이어졌고, DJ Khaled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화면 속의 Nipsey Hussle에게 연결되었다. 그와 오랜 우정을 나눈 YG의 가사도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엔 Nipsey Hussle과 Kobe Bryant의 사진이 동시에 펼쳐지며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DJ Khaled - Higher (feat. Nipsey Hussle & John Legend)

Nipsey Hussle - Racks In The Middle (feat. Roddy Ricch and Hit-Boy)


7. H.E.R.

지난해 Grammy Awards에서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2개 부문을 수상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H.E.R.은 올해도 5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Grammy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따끈따끈한 신곡 'Sometimes'를 현장에서 공개하면서 충분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기타 연주와 함께했던 지난해와 달리 그녀는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후반에 다다르면 어디선가 일렉트로닉 기타를 가져와 다시 폭발적인 기타 솔로 연주를 선보였다. 그 뒤에 다시 피아노 앞으로 돌아와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를 마무리하는 완급 조절은 큰 여운을 남겼다. 분명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무대를 보고 'Sometimes'를 찾아 듣게 되었을 것이다.


H.E.R. –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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