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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03. 2020

Jack Sheldon과 토크쇼 재즈

장르 인사이드 #재즈

지난해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던 12월 27일, 1950년대부터 미국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주요 인물이었고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트럼펫 연주자 Jack Sheldon(1931~2019)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즈팬 여러분들은 그를 전설의 색소폰 주자 Art Pepper의 사이드맨, 그리고 Anita O'Day의 앨범에서도 멋진 솔로 들려주었던 세션맨으로도 기억하실 겁니다.


뒤늦게나마 그의 명복을 빌면서 1960년대, 전성기 시절 그의 연주를 듣겠습니다. 오케스트라 편곡, 지휘는 Don Sebesky입니다. 


Jack Sheldon - The Look Of Love

Jack Sheldon - Emily (from `The Americanization Of Emily`)

Jack Sheldon -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


글 | 황덕호 (음악평론가, KBS클래식FM Jazz수첩 진행)



Jack Sheldon은 1950년대 미국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주역이었고 평생을 재즈 연주자로 살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것은 고정적인 TV 출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심야 토크쇼"라는 장르가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재치와 위트를 지닌 쇼 진행자가 사회를 보고 당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입니다. 국내 TV에서도 한 때는 그러한 포맷의 쇼가 인기를 끌어서 자니 윤, 조영남, 주병진, 이홍렬 등 최고의 MC들이 단독으로 쇼를 진행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쇼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BTS, 봉준호 감독이 출연해서 최근에 우리에게 다시 화제가 되었던 "투나잇쇼", "레이트쇼" 모두가 진행자는 교체 되었지만 40~7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토크쇼들입니다.


그런데 쇼를 유심히 보면 이 토크쇼에는 고정 밴드들이 출연합니다. 이 밴드들은 쇼의 진행을 음악으로 화려하게 장식해주고 때에 따라서는 MC와 농담을 주고받는 역할까지 맡습니다.



그러한 역할의 선구적인 인물이 Johnny Carson이 진행을 맡았던 "투나잇쇼"에서 1962년부터 밴드를 이끌었던 트럼펫 주자 Doc Severinsen으로, 그는 당시 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던 NBC 오케스트라와 함께 화려하면서도 힘찬 재즈를 연주함으로써 빅밴드 재즈 사운드를 매일 밤 수많은 가정의 거실에 전파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Jack Sheldon 역시 "The Merv Griffin Show"에서 빅밴드를 이끌고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이렇게 해서 미국 TV에서는 두 트럼펫 연주자가 이끄는 빅밴드 재즈가 매일 밤 울려 퍼지게 됩니다.


Doc Severinsen & His Orchestra - Mack The Knife

Doc Severinsen & His Orchestra - ST Louis Blues

Doc Severinsen - Sunny

Jack Sheldon and His All Star Band - Arrivederci

Jack Sheldon and His All Star Band - Julie Is Her Name

Jack Sheldon and His All Star Band - J. S.


1960년대를 지나 '70년대 말엽, 음악의 중심 흐름은 이미 재즈에서 멀리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Doc Severinsen과 Jack Sheldon은 여전히 토크쇼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음악의 변화에 발맞춰 소울, 디스코 등 새로운 스타일을 수용했지만 역시 그 바탕에는 재즈가 깔려 있었습니다.


1982년 David Letterman이 진행을 맡아 시작된 심야 토크쇼는 젊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Paul Shaffer를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선정했는데 오랜 스튜디오 세션맨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1975년부터 "Saturday Night Live"의 전속 밴드로 연주했던 그의 음악은 재즈에서부터 펑크(funk), 록까지 모두를 섭렵하고 있어서 기존의 토크쇼 음악과는 차별성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Doc Severinsen은 진행자 Johnny Carson과 함께 1992년까지 30년 동안, Paul Shaffer는 역시 진행자 David Letterman과 함께 2015년까지 33년 동안 토크쇼의 음악을 맡았습니다. 반면에 Jack Sheldon은 1980년까지 방송된 "The Merv Griffin Show"에서 12년 동안 끝까지 음악을 맡았고 이후에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Schoolhouse Rock"의 음악을 제작하면서 여전히 TV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Jack Sheldon은 다시 재즈필드로 돌아와 재즈 연주자로서의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갑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저런 음악을 모두 연주해 왔다. 하지만 나의 진짜 음악은 재즈이며 난 재즈를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당시 Jack의 말이었습니다. 


Doc Severinsen - Do It To It 

Doc Severinsen - Chicken Chatter

Paul Shaffer - Late Night (Instrumental)

Paul Shaffer - Chest Fever

Jack Sheldon - Don`t Get Around Much Anymore (Live)

Jack Sheldon - The Joint Is Jumping (Live)


미국 심야 토크쇼의 인기는 국내 토크쇼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90년대 초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밤으로 가는 기차"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씨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 명성에 힘입어 그는 자신의 첫 앨범 [Love Sax]를 발표하게 됩니다.



'92년 Johnny Carson이 떠나고 새로운 진행자 Jay Leno가 프로그램을 맡게 되자 음악감독 역시 교체되었는데 때 그 자리에 온 인물은 명 색소포니스트 Branford Marsalis였습니다. Branford는 정통적인 재즈에서부터 블루스, 힙합까지 다양한 음악을 추구했기 때문에 "투나잇쇼"의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적임자였는데 하지만 그의 TV출연은 상대적으로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재즈 연주에 더욱 전념하기로 결심한 Branford는 3년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그 자리를 이어 받은 것은 역시 명 재즈 기타리스트 Kevin Eubanks였습니다. 그는 2009년까지 14년 동안 "투나잇쇼"의 밴드를 이끌게 됩니다. 그러니까 Doc Severinsen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재즈 음악인이 "투나잇쇼"의 음악감독을 맡는 전통은 계속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정식 - 밤으로 가는 기차

이정식 - 밤 밤 밤

Branford Marsalis - B.B.`s Blues

Buckshot Lefonque - The Blackwidow Blues

Kevin Eubanks - Red Top (Live)

Kevin Eubanks - Mercy Mercy Mercy (Live)


심야 토크쇼는 아니지만 매주 토요일 밤 방송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약칭 SNL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국내 방송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역시 1975년 시작 이래로 오늘날까지 재즈 성향의 하우스밴드 음악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밴드는 현재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Howard Shore를 시작으로 여러 명의 음악감독이 거쳐 갔는데 '95년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재즈 색소포니스트 Lenny Pickett이 밴드를 맡고 있어서 재즈 성향의 다양한 음악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어가고 있습니다.



David Letterman 이후 프로그램을 일신한 "레이트 쇼" 역시 Stephen Colbert가 진행을 맡으면서 새로운 음악감독을 영입했는데 역시 재즈 피아니스트 Jon Batiste에게 돌아갔습니다. 뉴올리언스 출신으로 정통 재즈를 익혔음에도 동시에 오늘날의 다양한 음악들을 구사할 줄 아는 그의 능력은 토크쇼 밴드 리더로서의 적합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재즈가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시대라고 하지만(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50년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우리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든 재즈는 힘든 하루를 마치고 TV를 보며 그날의 위로를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재즈는 앞으로도 더욱 존중 받는 음악이 되어야겠지만 한편으로 부지부식 간에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일상의 음악으로서 그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재즈 클럽에서도, TV 토크쇼에서처럼 즐거운 농담을 마다하지 않았던 Jack Sheldon의 명복을 빕니다.


Lenny Pickett - Busted Again

Lenny Pickett - Kathy

Jon Batiste - Creative (Live)

Jon Batiste - PWWR (Live)

The Jack Sheldon Quintet - Lester Leaps In

The Jack Sheldon Quintet - I Can`t Get Sta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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