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Fi 이야기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오디오와 우리가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 오디오는 다를까요? 만약 차이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글 | 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일단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오디오와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 오디오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오디오는 녹음된 소리를 정확하게 듣는 것이 목적이기에 정직한 소리가 나야 합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집에서 사용하는 오디오가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한 오디오라면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오디오는 안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한, 말 그대로 모니터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모니터를 위한 시스템에는 어떤 조건이 있을까요?
일단 스피커는 녹음되는 소리를 그대로, 그리고 녹음되는 소리만 그대로 들려줘야 합니다. 잡음이 같이 재생되어서는 안 된단 이야기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피커의 임피던스와 음압(音壓)이 낮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임피던스 매칭과 신호 대 잡음 비 등등의 물리학 법칙이 숨겨져 있지만 아주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16Ω인 빈티지 알텍 스피커보다는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4Ω인 요즘의 하이엔드 스피커가 더 구동이 어렵고, 더 순도 높은 소리를 내어 줍니다.
자, 그렇다면 스피커의 임피던스와 음압을 계속 낮추면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스피커 회사들은 왜 그런 스피커를 만들지 않는 건가요?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음압이 낮을수록, 그리고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낮을수록 그 스피커의 구동은 어려워지고, 그렇기에 그런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는 앰프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그렇기에 적당한 선에서 스피커를 제작하거나 아니면 아예 스피커 자체에 앰프를 내장하고 있는 액티브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죠. 전자의 예가 지금도 클래식 음악 녹음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B&W의 스피커가 그렇고,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ATC 사의 스피커입니다.
또 다른 모니터 스피커의 조건으로는 재생 주파수 대역이 넓어야 하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재생 주파수 대역이 평탄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특정 대역에 치우친 소리가 아니라 전체적인 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는 뜻이지요.
언뜻 들으면 "당연한 거 아니야? 전체 대역이 평탄해야 좋은 스피커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저렇게 재생 주파수 대역이 평탄한 스피커는 음악 소리가 매우 심심하고 건조하게 들립니다. 이런 대표적인 스피커가 B&W의 매트릭스 801 시리즈이죠. 영국의 데카와 애비 로드, 그리고 미국의 캐피탈과 스카이워커스 스튜디오 등에서 메인 스피커로 사용되었던 이 시리즈의 스피커는 사운드 엔지니어와 일반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을 받았던 스피커인데요.
그 이전까지는 관현악곡에서 콘트라베이스처럼 저역을 담당하는 악기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운드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엄청난 환영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은 B&W의 800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오디오파일 사이에선 지금까지도 못생기고, 그러면서 구동은 어려운 스피커라는 인식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스피커이기도 하죠.
일반적인 오디오파일들도 잘 아는 브랜드 중에 ATC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SCM 20이라는 북쉘프 스피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알려진 브랜드이죠. 하지만 ATC 역시 모니터 스피커를 상징하는 브랜드이고, 그렇기에 엄청나게 넓은 재생 주파수 대역과 대단히 뛰어난 각 주파수 대역 간 밸런스를 자랑하며, 이 브랜드의 스피커를 제대로 구동하는 앰프를 하이파이 브랜드 중에서 찾는다면 스피커 가격의 몇 배는 앰프 가격으로 써야 할 만큼 구동이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브랜드의 스피커는 따로 앰프를 연결해야 하는 패시브 스피커보다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액티브 스피커가 훨씬 많이 팔립니다. 이 브랜드의 프로용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SCM 300ASL PRO 모델에는 스피커 한 쪽 당 275W*2(우퍼), 200W(미드레인지), 100W(트위터)의 앰프가 내장되어 있지요.
물론 이렇게 3웨이 스피커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팝음악 쪽의 모니터용으로는 2웨이 스피커 역시 많이 사용되고 있죠. 2웨이 모니터 스피커는 야마하 NS-10M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스튜디오가 등장하는 화면에서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스피커가 NS-10M 인데요. 우퍼의 사이즈가 6.5인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저역에 한계가 있고, 모니터 스피커라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연결하는 앰프에 따라 소리가 너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니터용으로는 그리 좋은 스피커는 아니지만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많았던 모델이고, 지금도 현역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모델입니다. 아무래도 콘솔 위에 올려놓고 듣는 용도의 니어필드 모니터 스피커 종류가 많지 않은데 많은 사운드 엔지니어의 귀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이 이외에도 핀란드의 제네릭 사가 2웨이 모니터 스피커를 상징하는 브랜드입니다. 그 중에서도 1031A라는 액티브 스피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요.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이 있는데요. 레코딩 모니터 시스템과 마스터링 모니터 시스템은 조금 다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이해가 되실 텐데요. 레코딩 모니터 시스템은 말 그대로 레코딩 할 때의 소리를 듣는 시스템이지만 마스터링 모니터 시스템은 일반인이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 어떻게 들릴 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모니터링 시스템보다는 윤기 있는 소리가 나야 합니다.
물론 소리라는 것은 스피커의 성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음 주에는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프로용 앰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