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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ug 11. 2020

림보 게임처럼 한 단계 또 성장한 Amine

장르 인사이드 #힙합

포틀랜드 출신의 래퍼 Amine는 독특한 비주얼은 물론, 장르를 뒤섞어낸 얼터너티브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리고 2017년에는 팝과 힙합, R&B의 경계를 허물어낸 [Good For You]를 발매하며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Missy Elliott, Kehlani, Injury Reserve 등 개성 만점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하며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왔고, 2018년에는 국내의 한 페스티벌에서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마침내 두 번째 정규 앨범 [Limbo]를 발매했다. 이미 'Shimmy'와 'Riri'란 싱글을 공개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우리의 Amine. 과연 이번 앨범에는 어떤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을까?


글ㅣ힙합엘이


Woodlawn

Amine는 자신의 출신지인 포틀랜드를 음악 내외에서 샤라웃하며 남다른 애향심을 드러내고 있다. 포틀랜드에 있는 공원의 이름을 타이틀로 붙인 'Woodlawn' 역시 Amine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드러나는 트랙이다. 이곳은 현재 힙스터들의 아지트로 치부되지만, 원래는 흑인 커뮤니티의 상징적인 장소다. Amine는 이곳에서 학창 시절부터 지내며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고 한다. 


트랙에서 그는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과거의 자신과 랩 게임에서 성과를 거둔 지금의 자신을 대조한다. 트랙은 트랩 리듬과 함께 혼악기 사운드가 계속 반복되며, Amine는 여유로운 플로우를 구사하며 비트의 무드를 한껏 살려낸다. 더불어 그는 곡에서 흑인들의 우상인 Kobe Bryant를 추모하기도 한다. 이는 뒤를 이어 나오는 'Kobe'를 고려한 앨범 속 장치로도 느껴진다.


Amine - Woodlawn

Amine - Kobe


Compensating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로 본인의 음악 세계를 조금씩 확장했던 Amine. 이번 앨범에도 의외의 협업을 발견할 수 있으니. 바로 'Compensating'이다. 트랙의 프로듀서로는 T-Minus가, 피처링에는 트랩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Young Thug이 참여했다. 


T-Minus는 트랩 기반의 리듬과 g-Funk와 Hyphy 음악의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사운드 소스, 그리고 건반악기를 도입해 독특함과 대중의 취향을 고루 잡은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Amine는 훅에서 팔세토 창법으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건 물론, 특유의 목소리 톤으로 비트와 찰떡처럼 맞아 들어가는 랩을 선보인다. Young Thug 역시 브릿지 부분에서 팔세토 보컬을 구사하며 동시에 특유의 변화무쌍한 랩 플로우를 선보인다. 뮤직비디오 역시 테니스공에 박힌 얼굴, 형형색색의 색감 활용, 테니스 채를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 등 재미있는 비주얼로 가득한 만큼 반드시 음악과 함께 감상하길 권해본다.


Amine - Compensating (Feat. Young Thug)

Amine - Shimmy


Roots

[Limbo]는 조금 더 이전 소울 음악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Roots'라는 트랙에서는 재지한 바이브까지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Amine는 벌스에서 본인의 핏줄에 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를 언급하고, 훅의 가사에선 식물의 뿌리를 녹여내며 타이틀의 이중적인 의미를 풀어낸다. 


곡의 피처링에는 JID와 Charlie Wilson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Charlie Wilson은 [Good For You]에 수록된 'Dakota'와 'Turf'에도 참여하며 Amine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Roots'에서도 소울풀한 보컬을 선보이며 고전 음악을 듣는 듯한 트랙의 무드를 한껏 살려낸다. 이 밖에도 이번 앨범에서는 피처링으로 기재되지 않았지만 'Mama'의 코러스에서 Charlie Wilson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Amine - Roots (Feat. JID & Charlie Wilson)

Amine - Mama


Can't Decide

[Limbo] 전반에서는 Amine의 좀 더 유연해진 랩/보컬 운용을 확인할 수 있다. 'Can't Decide'가 대표적이다. 해당 트랙 역시 T-Minus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T-Minus는 도입부에서 블루스 기타 리프를,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스패니시 기타를 도입했다. 더불어 트랩을 비롯한 힙합 리듬을 겹겹이 쌓아 트랙에 생동감을 가득 불어넣었다.


 Amine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가사로써 털어내고, 노래와 랩을 오가며 트랙의 무드를 한층 증폭시킨다. 덕분에 곡은 힙합/R&B 뿐만 아니라 라틴과 블루스, 레게통을 한데 아우른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점은 Amine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 다시 말해 힙합을 비롯해 기존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Amine - Can't Decide

Amine - Riri


Pressure In My Palms

브리티시 힙합의 샛별 Slowthai와 함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본인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Vince Staples까지. 개성 넘치는 세 래퍼가 한 곡에서 모인 것만으로도 힙합 팬들은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세 래퍼는 저마다 유머 섞인 가사 속에서 다른 래퍼들보다 자신이 나은 점을 부각시키며 랩 게임 본연의 재미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Amine는 Fergie부터 Janet Jackson까지 여러 셀럽의 이름과 이들의 언행을 빌려오며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래퍼가 한데 모인 만큼 프로덕션 역시 특이하다. 초반부 파트는 베이스가 매우 강조되어 리듬감이 매우 도드라졌다면, 아미네의 새로운 벌스가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조금 더 레이드백한 드럼과 트로피컬 사운드 소스들이 아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Amine - Pressure In My Palms (Feat. slowthai & Vince Staples)

Amine - Burden


Easy

이미 앨범 전반에서 자신의 유연한 음악 세계와 넓어진 음악 스펙트럼을 드러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Amine. 급기야 'Easy'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현시대 R&B를 대표하는 Summer Walker와 함께 듀엣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트랙에서 둘은 사랑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 노래한다. 더불어 후렴구를 함께 부르며 화음을 쌓기도 한다. 


아무래도 트랙에서 가장 감동적인 파트는 후반부가 아닐까 싶다. 둘은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에게 본인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하라며 권유한다. 그 때문에 곡은 연인이나 그리운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듣는 걸 추천해본다.


Amine - Easy (Feat. Summer Walker)

Amine - Becky


Fetus

이번 앨범을 제작하기 전까지 Amine는 어떻게 자신의 경력을 더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는 음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처음을 잘하면 다음 단계는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다음 성취해야 할 커리어가 마치 "림보" 게임처럼 점점 어려워진다는 걸 알았고, 이로 인해 "림보" 상태에 한동안 빠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몇 년 뒤의 커리어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앨범을 작업했다. 그의 고민은 'Fetus'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트랙에서 Amine는 미래에 생기게 될 아이에 대한 희망과 가장의 두려움을 함께 가사로 표출한다. 더불어 트랙의 피처링과 프로듀서로는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Injury Reserve가 참여한 만큼, 청자들은 프로덕션을 통해 아이에 대한 복잡한 그의 심정을 청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Amine - Fetus (Feat. Injury Reserve)

Amine – My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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