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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ug 25. 2020

돌아온 전설, Nas의 [King's Disease]

장르 인사이드 #힙합

한 장의 앨범으로 힙합사를 뒤바꾼 래퍼들의 래퍼, Nas가 마침내 열세 번째 정규 앨범 [King's Disease]로 돌아왔다. 2018년 그는 Kanye West를 프로듀서로 앞세워 [NASIR]를 발표했으나, 앨범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단의 냉혹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King's Disease]는 Nas에게 원하던 90년대의 향수를 띈 프로덕션, 변함없는 그의 탄탄한 랩과 진중한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그리하여 이미 많은 해외 미디어는 진정한 왕의 귀환을 반기며 Nas의 새 앨범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체 [King's Disease]에는 어떤 음악이 수록되어 있길래 이런 극찬을 얻고 있는 걸까?


글ㅣ힙합엘이


King's Disease

Nas의 팬이라면 앨범의 인트로 트랙 'King's Disease'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을 터. Nas는 소울풀한 보컬 샘플이 반복되는 비트 위에서 왕의 귀환을 알린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커리어를 이룩해 낸 퀸스브릿지를 샤라웃하고, 본인이 기성의 어느 래퍼보다 훨씬 우월함을 타이트한 라이밍이 돋보이는 랩으로 확실히 증명한다. 힙합 OG로서도 젊은 래퍼에게 조언을 건네는 건 덤. 


더불어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고 있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Kelis의 지난 가정사를 암시하는 가사를 선보이며 리리시스트로서의 진면모를 드러낸다. 뒤를 이어 흘러나오는 'Blue Benz' 역시 러닝타임은 짧지만 제대로 된 Nas의 스토리텔링을 확인할 수 있으니, 반드시 함께 들을 것을 권해 본다.


Nas - King's Disease

Nas - Blue Benz


Ultra Black

앨범 발표 전 리드 싱글로 공개한 'Ultra Black'은 최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다시 촉발된 현대의 흑인 인권 운동과 맞물려 마음에 강한 울림을 안긴다. Nas는 첫 벌스에서 현대의 팝과 록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재즈와 R&B/소울, 그리고 Grace Jones의 검은 피부 톤을 언급하며 흑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또한, 그는 남부 힙합의 주요한 흐름을 만든 Cash Money Records, R&B/소울을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린 Motown Records 등 흑인 음악의 주요 레이블을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Taking A Knee 운동을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Colin Kaepernick을 샤라웃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Nas는 Doja Cat을 저격하는 가사를 선보인다. Doja Cat은 미공개 트랙 'Dindu Nuffin'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Nas - Ultra Black (Feat. Hit-Boy)

Nas - 27 Summers


Replace Me

최근 들어 Nas는 앞날이 창창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King's Disease]는 Nas와 그동안 호흡을 맞추지 않았던 의외의 참여진을 확인할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Replace Me'가 그렇다. 트랙에는 어엿한 베테랑 래퍼가 된 Big Sean과 TikTok으로 큰 인기를 끈 Cactus Jack Records 소속의 아티스트 Don Toliver가 참여했다. 


우선 Don Toliver는 튠을 머금은 목소리로 싱잉 랩을 선보이며, 가사로는 Ella Mai의 'Trip'의 일부분을 녹여낸다. 반대로 Big Sean은 Jhene Aiko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가사를 선보이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한다.. 특히 Big Sean은 Jhene Aiko와 함께 10,000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하는 내용의 가사를 구사한다. 이는 Jhene Aiko의 최신 작 [Chilombo]에 수록된 공동 작업 트랙인 '10k Hours'의 제목을 녹여낸 거다. 참고로 이 트랙에는 Nas가 피처링을 맡아 탄탄한 랩을 선보였다.


Nas - Replace Me (Feat. Big Sean & Don Toliver)

Nas - Til The War Is Won (Feat. Lil Durk)


All Bad

Nas의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Hit-Boy가 전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Clique'나 'Backseat Freestyle' 같이 강한 느낌의 비트를 주조하는데 능한 프로듀서다. 둘의 조합에 팬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90년대의 향취를 머금은 칠한 무드의 비트로 채워져 있다. 어떤 포인트를 주기보다 작품 전반의 음악적 흐름을 고려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덕분에 청자들은 Nas의 가사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을 거다. 


'All Bad' 역시 이에 해당하는 트랙. 피처링으로는 Anderson .Paak이 참여해 Nas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실패한 관계를 노래한다. 주목할 건 연하인 여성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Nas의 가사다. 팬덤은 가사의 대상을 Nicki Minaj로 추측하고 있는데, Nas가 음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흥미롭다.


Nas - All Bad (Feat. Anderson .Paak)

Nas - The Definition (Feat. Brucie B.)


Full Circle

아무래도 이전 시대의 힙합 팬들이라면 'Full Circle'의 참여진에 가슴이 웅장해졌을 터. 바로 힙합 수퍼 그룹이었던 The Firm의 원 멤버들이 한 데 뭉쳤기 때문이다. 비록 그룹은 데뷔 앨범의 처참한 상업적 실패로 인해 유야무야 사라진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Nas의 첫 벌스를 이어받는 AZ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해 반갑다. 또한, 한때는 사이가 멀어졌지만, 관계를 회복한 Cormega, 그리고 The Firm의 퍼스트레이디 Foxy Brown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랩으로 드러내며 올드 힙합 팬들을 추억 속에 빠지게 만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웃트로에는 [The Firm]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Dr. Dre가 깜짝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다. 비록 당시 앨범은 Nas의 흑역사처럼 여겨졌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이들이 다시 뭉쳐 새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Nas - Full Circle (Feat. The Firm, AZ, Foxy Brown & Cormega)

Nas - Spicy (Feat. Fivio Foreign & A$AP Ferg)


10 Points

Nas는 이번 앨범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사로써 드러낸다. '10 Points'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Nas의 통찰력 있는 가사와 탄탄한 랩을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흑인이 유명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다른 흑인들을 착취한다"라는 세간의 주장에 맞서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다. 


특히 훅에서는 Michael Jordan과 LeBron James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Nas는 흑인 인권에 대해서 별다른 의견을 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던 Michael Jordan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며 인권을 신장시켰음을 언급한다. 더불어 세 번째 벌스에서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없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집착하지 말 것이며, 절제하되 계속 행동하란 조언을 젊은 음악가들과 청자에게 건네기도 한다.


Nas - 10 Points

Nas - The C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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