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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Sep 25. 2020

K-Pop 탑 싱글 5: 2020년 3분기

국내 뮤직 트렌드

2020년 3분기가 이 이후로도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은 유독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솔로 활동이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화사, HYO, 유아 등의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과는 또 다른 방향성의 음악을 시도하며 K-Pop 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던 이번 분기, 오래도록 인상에 박혀 있을 다섯 개의 트랙들을 소개한다. 소개 순서는 발매일 순이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 화사 '마리아 (Maria)'

K-Pop에 관심을 가진 이들 중 화사의 보컬과 퍼포먼스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건 이미 6년간의 마마무 활동을 통해, 그리고 작년 초의 싱글 '멍청이(twit)'를 통해 확고하게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마리아 (Maria)'는 새롭게 들린다. 묵직한 목소리와 화려한 트로피컬 사운드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기존의 마마무 사운드보다 시원스러운 맛은 줄었지만, 그렇게 덜어낸 중량감은 속도감으로 전환되어 익숙하면서도 다른 감각을 전달한다. 그 날렵함이 "뭐 하러 아등바등해 / 이미 아름다운데"라는, 가볍게 던지는 듯하지만 분명한 힘이 되는 위로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종류의 격려가 아니다.


화사 '마리아 (Maria)'

화사 'Kidding'

화사 'I'm bad too (Feat. DPR LIVE)'


# Weeekly 'Tag Me (@Me)'

"한번 뜨면 수군수군 난리 나는 Timeline"이라고 시작을 장식하는 응원단풍 샤우팅부터 먼데이와 박소은이 이끄는 매끄러운 코러스, 비눗방울처럼 가벼운 트랩 사운드의 브레이크까지 Weeekly의 데뷔곡은 무지갯빛 셔벗처럼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고, 이 부분은 여느 K-Pop 사운드와 다르지 않다. 'Tag Me (@Me)'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운드적으로는 그 많디 많은 재료들이 과잉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선을 지키되, 자신의 특별함을 보여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갓 데뷔를 맞은 아이돌이 지닌 에너지는 그대로 살려낸다는 점이다. 그러한 절제와 설렘 사이의 오묘한 밸런스가 이 트랙을 2020년의 가장 뛰어난 데뷔곡 중 하나로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We are)" 다음으로 공개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We can)"가 기대되는 이유다.


Weeekly 'Tag Me (@Me)'

Weeekly 'Universe'

Weeekly 'Hello'


# 레드벨벳-아이린&슬기 '놀이 (Naughty)'

Red Velvet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부분은 신비로움과 발랄함, 호러를 넘나드는 콘셉트다. 하지만 콘셉트 때문에 잊어서는 안 되는 건 각각의 멤버들이 K-Pop계 최고 수준의 퍼포머들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린과 슬기가 유닛으로서 함께한 '놀이 (Naughty)'는 마치 그 사실 하나만을 온전히 증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트랙 같다. BoA에서 f(x)에 이르기까지 SM 엔터테인먼트 여성 아티스트가 보여 줬던 우아한 미니멀함의 전통을 간직한 딥 하우스 사운드 위에서 아이린과 슬기는 각자의 목소리와 텃팅(Tutting) 안무만으로 곡 전체를 지탱한다. 인상 깊은 퍼포먼스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단한 트랙.


레드벨벳-아이린&슬기 '놀이 (Naughty)'

레드벨벳-아이린&슬기 'Monster'

레드벨벳-아이린&슬기 'Diamond'


# HYO 'DESSERT (Feat. Loopy, 소연((여자)아이들))'

K-Pop 뮤직비디오에서 그렇게 많은 클럽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클럽에서 그대로 틀 수 있는 K-Pop 트랙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건 K-Pop이 주로 비트보다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DESSERT'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비트를 자신의 중심에 단단하게 박고 꿈틀거리며, 이는 효연, 아니 DJ HYO가 왜 소녀시대의 효연이 아닌 "HYO"라는 이름을 사용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도다. 계속해서 그 격렬함을 더해 가는 비트는 그 비트에 지지 않으려는 듯 울려 퍼지는 HYO와 소연, Loopy의 목소리와 만나 불꽃을 튀긴다. K-Pop과 클럽 음악이 어떻게 하나의 곡 안에서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DESSERT'는 가장 뜨거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HYO 'DESSERT (Feat. Loopy, 소연((여자)아이들))'


# 유아 '숲의 아이 (Bon voyage)'

팝에서 이국적인 사운드를 활용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과제다. 귀에 확 들어오는 인상을 심을 수는 있지만, 그 인상이 아티스트 본인의 것으로 귀속된다기보단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쓰이는 배경 음악과 비슷한 종류의 인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에서 들릴 법한 사운드를 대담하게 끌어온 '숲의 아이 (Bon voyage)' 역시 그 벽을 맞닥뜨리지만, 놀랍게도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아프리카 초원 어딘가의 배경음악이 아닌 유아의 맑은 목소리와 시원스러운 퍼포먼스다. 유아는 "신비로움"이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국적인 사운드와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그것은 유아가 첫 솔로 작업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세심한 접근을 취했다는 반증이다. 이 야심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멋진 솔로 데뷔곡이다.


유아 '숲의 아이 (Bon voyage)'

유아 '날 찾아서 (Far)'

유아 '자각몽 (Abracadabra)'


이들 다섯 곡 이외에도 2020년 3분기에는 지난 분기 못지않게 훌륭한 노래들이 발표됐다. 아래에 소개한 2020년 3분기의 K-Pop 트랙 중 놓친 노래가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3YE 'YESSIR'

선미 '보라빛 밤'

Jamie 'Numbers (Feat. 창모 (CHANGMO))'

세훈&찬열 '10억뷰 (Feat. MOON)'

ITZY 'Not Shy'

K/DA 'The Baddest'

전소미 'What You Waiting For'

KARD 'GUNSHOT'

CRAVITY 'Flame'

CLC 'HELICOPTER'

러블리즈 'Obliviate'

여자친구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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