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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Oct 30. 2020

할로윈을 위한 K-Pop

핫이슈 클리핑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는 덜 떠들썩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10월의 마지막 날은 호러를 소재로 한 이미지를 보다 손쉽게 접하게 되는 할로윈이다. 그래서 할로윈 전날인 오늘, K-Pop 트랙 중 호러와 오싹함을 소재로 삼은 트랙 중 인상에 남은 다섯 개의 트랙을 골라보기로 했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트랙 중 "정말로" 듣거나 보기에 무서운 곡은 없다. 그것은 K-Pop이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상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팝 음악에서 호러라는 요소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일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 글과 함께, Red Velvet의 호러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 나원영 필자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 VIXX '저주인형'

지나치게 뻔한 선택인 것 같아 꼽지 않으려고 했지만, "할로윈에 어울리는 K-Pop"에서 VIXX를 빼놓는 건 역시 무리수였다. '저주인형'은 '다칠 준비가 돼 있어', 'hyde' 등과 함께 초기 VIXX의 호러 판타지 콘셉트를 대표하는 트랙이고, 발표된 지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K-Pop에서 공포와 고어, 이모(emo)라는 요소를 가장 완벽하게 결합시킨 사례로 남아 있다. 


보기만 해도 아픈 비주얼을 꼭두각시 인형에 빙의당한 멤버들이라는 스토리와 결합시킨 비디오, 전기톱의 으르렁거림과 유리를 긁는 듯한 날카로움을 동시에 쏟아내는 격렬한 신시사이저, 부두 인형과 지팡이란 소품을 "조작당하는" 듯한 움직임과 결합시킨 안무 등 '저주인형'의 모든 재료는 팝 음악이 공포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알려주는 모범적인 예시다.


VIXX '저주인형'

VIXX '다칠 준비가 돼 있어'

VIXX 'hyde'



# 드림캐쳐 'GOOD NIGHT'

할로윈에 K-Pop으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그냥 드림캐쳐의 앨범들을 주구장창 틀어 놓으면 되지 않을까? BABYMETAL의 음악적 스타일과 여자친구, 오마이걸 등 콘셉추얼한 K-Pop 걸그룹의 방법론을 "악몽"과 "공포"라는 개념으로 결합시킨 드림캐쳐의 전략은 K-Pop계 내에서도 유일무이한 캐릭터성을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글에서 어느 곡을 꼽아도 이상할 게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러와 메탈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뚜렷하게 드러난 활동 초기의 트랙들에 좀 더 관심이 간다.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 휘몰아치는 기타로 달려 나가는 'Good Night'를 듣고 있으면, 이런 멋진 악몽에 조금 더 갇혀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드림캐쳐 'GOOD NIGHT'

드림캐쳐 'Chase Me'

드림캐쳐 'YOU AND I'



# 선미 '보름달'

원더걸스 시절을 제외한다면, '보름달'은 선미가 지금까지 발표한 트랙 중 가장 판타지한 콘셉트 – 뱀파이어 – 를 내세운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링" 시리즈의 사다코처럼 순간이동으로 남자에게 다가가고, 실제보다 훨씬 더 큰 보름달 아래 지붕에서 춤을 추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선미가 그러한 호러 콘셉트를 전력으로 구현하기 위해 몰입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장치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디오 속에서 과장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힘을 쭉 뺀 채 담담한 보컬로 일관하는 '보름달'에서의 선미는 이후 '주인공'이나 '사이렌'에서도 볼 수 있는, 우리가 계속해서 알게 되는 선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K-Pop에서 등장했던 그 어떤 뱀파이어보다도 가장 깊숙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우아한 뱀파이어를 지켜보게 된다.


선미 '보름달'



미쓰에이 'Touch'

사실 'Touch'는 본격적으로 호러 콘셉트를 표방한 곡은 아니었고, 그것은 미쓰에이의 전체 커리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활동 당시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들의 과거 곡을 다시 들어 보면 어딘가 불길함과 불안함이 감돈다. 역겹게 생긴 남자를 수조 속에서 익사시키려 하는 'Good-bye Baby'의 비디오나 색조가 크게 가라앉은 폐허 같은 화면 속에서 춤을 추는 'Hush'처럼 말이다. 


'Touch'는 그러한 이면의 불길함이 아마도 가장 전면에 나서 있는 트랙일 것이다. 스톱모션 촬영처럼 뚝뚝 끊기는 프레임 속에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춤을 추는 멤버들의 모습은 신경을 긁는 비관습적인 신시사이저 리프 속에서 더욱 기이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것이 의도된 것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Touch'가 지닌 불길한 에너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곡의 생명력을 여전히 지속시키고 있다.


미쓰에이 'Touch'

미쓰에이 'Good-bye Baby'

미쓰에이 'Hush'



# KARD 'You In Me'

올해로 데뷔 4년 차를 맞이한 KARD의 활동을 다시 돌이켜보면 이들이 생각보다 어둡고 때로 무시무시하게까지 느껴지는 콘셉트와 비주얼을 자주 활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형형색색의 빛이 교차하는 도시의 밤을 몽환적으로 휩쓰는 'Oh NaNa'에서부터 피비린내가 감도는 테크 누아르풍의 비주얼이 펼쳐지는 최신곡 'GUNSHOT'까지, KARD는 ('Hola Hola'나 'Ride on the Wind' 같은 예외를 빼면) 일관된 다크함을 유지해 왔다. 


'You In Me'는 그 일관성이 파국이라는 서사와 결합한 슬프고 광기 어린 호러로 표현된 정점이었다. 지우와 J.Seph, 소민과 BM이라는 상반된 색으로 나뉜 뮤직비디오는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인 반전과 멋진 미장센을 형성하고, 랩과 노래는 서로를 지탱하는 동시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고 가며 집착과 파멸의 이야기를 그린다. KARD가 단순히 댄스홀 사운드만으로 굳건한 일관성을 이어 나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You In Me'의 호러 스토리가 보여준다,


KARD 'You In Me'

KARD 'GUNSHOT'

KARD 'Oh 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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