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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08. 2021

국내에서 유독 저평가된 이름, Black Pu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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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래미어워즈입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음악계의 주요 행사인 만큼 이목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행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수상후보를 확인하며 특정 아티스트의 수상을 점 찍는 팬들도 많을 것 같네요.


그런데 리스트를 보다 보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이름들도 있습니다. 잠깐 본상 부문인 Record of the Year 부문의 후보를 확인하고 올까요? 이 리스트에서, 가장 눈길이 안 간다는 아티스트 하나를 골라보시면 됩니다.


이 리스트를 보면, (아마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존재감이 덜한 이름 하나가 한 눈에 보일 겁니다. 바로 Black Pumas의 'Colors'죠. 다른 곡들은 모두 차트에서 한 성적 올렸던 곡들이지만, 'Colors'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미는 왜 이 곡을 본상 부문 후보로 올렸을까요?


많이들 놓치고 있는 사실이지만, "Record of the Year"는 포커스가 아티스트에게 맞춰진 상이 아닙니다. 송라이팅 외 곡 작업에 이름을 올린 프로듀서와 믹싱/ 마스터링/ 레코딩 관련 엔지니어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부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Colors'는 자격이 충분한 곡입니다. 소울풀하면서도 펑키(Funky)한 다양한 사운드 소스들, 그리고 꽤나 많은 보컬 소스들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담아낸 곡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 노래답지 않게, 모든 소리가 실제 연주로부터 나온 소스들입니다. 작업에 몇 배의 노력이 들었음은 녹음 과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Black Pumas – Colors


눈여겨볼 점은, 'Colors'가 담긴 이들의 앨범 [Black Pumas]도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것이 2019년 7월에 발매된, 철 지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이 곡과 앨범이 이런 시상식에서 The Weeknd의 작품을 제칠 만큼 대단한 물건이냐"에 대한 질문은 논외로 하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그래미의 심사위원이 아니니까요. 다만 국내에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Black Pumas를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Black Pumas [Black Pumas]


Black Pumas는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Eric Burton과 기타리스트이면서 프로듀서인 Adrian Quesada이 그들입니다. Adrian Quesada는 이전까지 라틴 펑크(Funk)를 시도하는 미국 밴드 Grupo Fantasma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인지도는 미미하지만, 이 또한 2011 년 그래미 베스트 라틴 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걸출한 밴드입니다.


Adrian Quesada이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의 눈에 띈 것이 버스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Eric Burton이었습니다. 레트로한 펑크(Funk)와 소울에 관심이 있던 둘의 취향은 그 둘을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바야흐로 Black Pumas의 결성이었습니다.


이들은 작년, 그러니까 2020년 그래미어워드에서 Best New Artist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미의 인정을 받기 전, 물밑에서부터는 공연과 영상으로 이미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식 유튜브에 있는 2019년 7월 'Colors' 라이브 영상은 현재 무려 6천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비주얼 밴드가 아닌 만큼, 이 6천만이라는 조회수는 기록적인 수치입니다.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버스킹으로부터 실력을 쌓아서 그런지 라이브 실력도 굉장합니다.


Black Pumas의 음악은 다수의 음악 전문지들에서 "사이키델릭 소울"이라는 장르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기실 레트로한 소울과 펑크(Funk)를 탐닉하는 정통파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1960년대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고전적인 보컬만 봐도 분명 요즘 흔치 않은 타입임을 알 수 있는데요. Eric Burton의 보컬은 그만큼 과거의 명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Adrian Quesada의 기타는 또 어떤가요? Gary Clark, Jr.나 The Black Keys 같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적 방향은 과거를 향하면서도 그를 풀어내는 방식은 현대적이었다면, Adrian은 풀어내는 방식도 현재보다는 과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먼드 오르간, 혹은 무그 신디사이저를 떠올리게 하는 몽글몽글한 느낌의 신시사이저가 앨범 전체에서 계속 쓰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외곬수적 레트로입니다.


표현력에도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일례로, 'Colors'의 가사는 굉장히 시적입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투영한 곡이지만, 그 방식이 과격하지 않고 온기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보기 좋은 날이에요 / 내 형제자매들의 색이죠 /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곡이지만, 이 역시 Black Lives Matter와 그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워낙 후보들이 쟁쟁해서 본상 부문 수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른 후보들과 달리 Black Pumas는 유독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봅니다.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일지라도, 능력 있는 아티스트이니만큼 언젠가 더 알려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언제고 이 페이지가 성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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