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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힙합 신에서는 최근, 2019년 사망한 래퍼 Juice WRLD가 남긴 곡들이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생전 발표작인 [Goodbye & Good Riddance]가 5월 말 Anniversary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오며 빌보드 앨범차트 Top10에 다시 진입해 식지 않은 그의 화제성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은 Lil Uzi Vert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그의 생전 히트곡 'Lucid Dreams' 리믹스 버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Juice WRLD – Lucid Dreams (Remix) (Feat. Lil Uzi Vert)
또한 2020년에 나온 사후 앨범, [Legends Never Die]는 2주 연속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48주간 꾸준히 앨범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사후앨범인 [The Party Never Ends]가 발표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앨범은 정규가 아닌 EP의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며, 정확한 발매일이나 디테일한 정보는 Lil Uzi Vert를 비롯한 다른 많은 래퍼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다. 아마 발매일에 근접하며 좀 더 상세한 정보들이 풀리지 않을까 싶네요.
사망 전까지 작업을 얼마나 했던 것인지, 그의 피처링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Maroon 5의 [JORDI]에서도 'Can't Leave You Alone'이라는 트랙에서 Juice WRLD의 피처링을 들을 수 있었고, 역시 최근 발표작 Migos의 [Culture III]에서도 'Antisocial'이라는 트랙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이전에 공개된 Clever와 The Kid LAROI의 앨범에서도 그의 피처링은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Juice WRLD는 죽어도 죽지 않은 듯, 음악에서 계속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Maroon 5 – Can't Leave You Alone (Feat. Juice WRLD)
Migos – Antisocial (Feat. Juice WRLD)
Clever, Juice WRLD, Post Malone – Life's A Mess II
The Kid LAROI, Juice WRLD – GO
우리가 Juice WRLD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생전 그가 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미리 작업한 결과물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그가 프리스타일로 남겨둔 트랙이 아직도 다수 쌓여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가 사망한 후, 그의 작업실에서는 2천 곡이 넘는 녹음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Juice WRLD는 그의 생전 앨범이자 두 번째 정규앨범인 [Death Race For Love]도 아예 앨범 통째로 프리스타일로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앨범에 참여했던 Young Thug마저도 프리스타일을 저렇게 잘 하는 래퍼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니, 그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죠.
Juice WRLD – ON GOD (Feat. Young Thug)
Juice WRLD는 10대의 우울한 감성을 대변하는 "이모 랩(Emo Rap)"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또 다른 래퍼인 XXXTENTACION도 2018년에 총격 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니, 이 세대는 다른 세대가 쉽게 느끼지 못할 "동시대 아티스트"의 잇따른 상실감을 맛본 것입니다. 음악도 우울한데, 현실은 더 우울했습니다.
게다가 사고뭉치였던 XXXTENTACION과는 대조적으로, Juice WRLD는 약물중독 문제 외로는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습니다. 많은 동료들이 그를 칭찬했고, 아무나 피처링으로 쓰지 않는 Eminem도 그의 사망 전 'Godzilla' 작업을 위해 컨택했던 것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지요. 이렇게 보면 Juice WRLD가 사후 그 위상이 더 높아져만 가는 게 이해가 갑니다.
사후앨범은 편집 방향에서 아티스트의 의도가 들어갈 수 없는 만큼, 일반적으로는 음악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Juice WRLD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Legends Never Die]는 마치 그가 미리부터 죽음을 설계라도 해둔 듯, 약물중독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펼쳐 보인 2020년의 수작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사후앨범으로도 멋진 퀄리티의 앨범이 나올 수 있음을 입증했으니, 팬들이 이후의 앨범도 기다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겠지요.
Juice WRLD의 레이블, Grade A 또한 그의 인기와 파급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Grade A Productions의 대표인 Lil Bibby는 2020년 7월 XXL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말이나 2021년 중에 Juice WRLD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올 것"을 예고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올해 안에 [The Party Never Ends]를 내고, 연달아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며 상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물론, 어떤 시선으로는 고인을 팔아 누군가가 잇속을 챙긴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2Pac의 경우가 그랬지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고, [Legends Never Die]라는 사후앨범의 좋은 선례가 있는 이상, 그의 앨범은 결국 세상에 나와야만 할 겁니다. 그가 남긴 녹음과 메시지를 궁금해하는 것은 단지 소수의견이 아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