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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에 앨범 커버로 남은 "가장 유명한 아기"는 누구일까요? U2의 [War]나 Van Halen의 [1984] 모델 등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앨범의 모델이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름은 Spencer Elden. 1991년 Nirvana의 메이저 데뷔 앨범이자 1990년대를 상징하는 명반, [Nevermind]의 모델이었던 그 아이입니다.
이제 서른 살 청년이 된 Spencer Elden이 Nirvana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화제입니다. 혐의는 '아동 성착취'입니다. 그는 당시 갓난아이였던 자신의 나체사진이 아동 성착취에 해당하고, 이 사진으로 평생을 고통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Dave Grohl과 Kris Novoselic, 그리고 Courtney Love를 포함한 앨범 관계자 열다섯 명의 피고소인 각각에 최소 15만 달러(한화 약 1억7천 500만원)을 요구하고, 변호사 비용 및 배심원 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구금액 최소치만 225억여 원에 달하는 소송입니다.
법적으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유아의 비성애적 알몸 사진은 아동 포르노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Spencer Elden 측은 이것이 "낚싯줄에 꿰인 돈을 쫓는 아기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 이미지가 Eldon을 성 노동자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아기였던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으며, Nirvana 측이 성기 부분은 가려주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Nirvana의 팬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팬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Spencer Elden이 보이던 그동안의 행보와 이번 고소의 방향이 들어맞지 않아 보인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 앨범 커버의 패러디 사진을 찍은 적이 있으며, 가슴에는 "Nevermind"라는 커다란 타투를 새기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앨범의 25주년인 2016년에도 같은 패러디 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Spencer는 "기억도 안 나지만 굉장히 중요한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되어 멋지면서도 이상한 기분입니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이 있으니, 갓난아기인 자신은 선택권이 없었다고 했지만 당시에는 그의 법적 보호자인 부모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991년, Nirvana의 커버 아트웍을 맡게 된 수중전문 포토그래퍼 Kirk Weddle은 친구인 Rick(Spencer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Spencer를 물에 빠뜨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Rick은 승낙했습니다. 이후 풀장에서 역사적인 사진이 만들어진 것이죠. Rick은 사진의 대가로 200달러를 받았습니다. 물론, 정당한 대가였습니다.
여기까지는 Nirvana의 팬으로서 볼 수 있는 시각입니다. 균형을 위해, 혹은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을 보기 위해. 이번에는 Spencer의 입장에도 감정이입을 해볼까요?
당시만 해도 Nirvana가 이렇게 상징적인 밴드가 될지, [Nevermind]가 음악사의 역사적인 앨범이 될지는 누구도 몰랐을 때입니다. 하지만 앨범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갓난아기 때부터 모두에게 알려진 Spencer Elden은 자라며 계속해서 유명세를 치러야 했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커버에 쓰인 사진이 성기가 노출된 알몸 사진이었습니다. 때문에 Spencer는 성인이 된 후에도 성적 농담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야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에게 허락된 금전적 대가는 과거의 아버지에게 치러진 200달러가 전부였습니다. 자신이 기여한 앨범이 역사에 아로새겨지고, 뜻하지 않게 유명인이 되어 성희롱적 언사를 매번 당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던 것이죠. "대가 없이 유명하다고 생각해보세요. (You feel like you’re famous for nothing.)" 결국 그를 법원으로 이끈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Nirvana Baby"는 한 순간에 Nirvana 팬들의 공공의 적 신세가 되었습니다. Eldon의 소셜미디어에는 Nirvana의 수많은 팬들이 몰려와 댓글 테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소송에서 패하거나 사태가 그가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댓글 테러로 인해 그는 명예훼손 혐의로 네티즌을 추가 고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찾아가 댓글을 남길 생각이 있다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편 Nirvana의 피고소인들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오직 Courtney Love만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별 생각 없이 지내고 있어요. '요상한 소송(weird lawsuits)'과 Charlie Watts의 슬픈 죽음을 제외하면"이라는 짧은 언급을 덧대었을 뿐이지요.
향후 소송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Nevermind]의 시대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유명인의 삶은 피곤하다는 진리와 함께, 잠시 과거의 기억을 꺼내준 Nirvana의 옛 앨범 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