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A에서 보여준 단 한 번의 퍼포먼스, 그리고 단 하나의 곡으로 빌보드 Top40에 진입한 아티스트가 있다? 네.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단 한 번의 퍼포먼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룹활동까지 포함하면 이것은 그의 첫 커리어가 아니며, 솔로로 독립하기 이전부터 꾸준한 커리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지요.
그의 이름은 Chloe. 이전까지 Chloe X Halle라는 이름의 듀엣으로 활동했던 자매의 언니입니다. 금주 그의 솔로 커리어 첫 데뷔곡 'Have Mercy'는 빌보드 싱글차트 28위로 데뷔했습니다.
참고로 Chloe의 동생인 Halle Bailey는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배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한 팀이었지만 (그리고 물론 지금도 팀을 유지 중이지만) 언니는 솔로 가수로, 동생은 배우로 각자의 커리어를 좀 더 확장시키는 듯 보이네요.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덧대자면, 이 자매는 10대 시절부터 유튜브에 Beyonce 커버곡 영상들을 올리며 유명해졌습니다. 이 영상은 바이럴을 타고 Beyonce의 눈에도 들어오게 되고, 정말로 Beyonce와 계약하며 그의 케어를 받는 가수가 되었죠. 이 둘의 소속사는 여전히 Beyonce가 설립한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참고로 Beyonce가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유는 "여성 아티스트의 양성을 위해서"입니다. Chloe와 Halle는 모두 Beyonce의 직접적인 케어를 받는 아티스트들이고요.
Chloe X Halle - Happy Without Me (Feat. Joey Bada$$)
어쨌든, 솔로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Chloe는 이번 VMA 무대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Chloe X Halle 시절의 앳된 모습을 주로 기억하던 분들이라면 Chloe의 폭풍성장이 낯설어 보일 수 있을 듯 한데요. 도발적인 패션과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함을 가진 보컬, 그리고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 Beyonce를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도, VMA 퍼포먼스에서도 "고르고"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고르고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 종족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들을 돌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고르고로 알려진 것이 바로 "메두사"입니다. 물론 메두사는 다른 고르고들과는 다르게 아름다움 또한 갖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Chloe가 표현하는 고르고는 그냥 고르고가 아니라 메두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뮤비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Chloe는 마이크를 핥고 트월킹을 추는 등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을 돌로 바꿔버립니다. 약주고 병주기 가사 역시 자기 몸매와 성적 매력에 대한 자부심이니, 솔로 커리어에서 도발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패기가 엿보이죠.
물론 미국이라고 과도한 노출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Chloe의 경우, Chloe X Halle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보아온 팬들이 많다 보니 더 큰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다만 이런 목소리들에 대해 Chloe는 "내 몸이고, 나는 이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는 말로 논란을 함축한 바 있습니다.
'Have Mercy'는 정규앨범에 앞선 선공개 싱글입니다. 시그니처 사운드로 알 수 있듯 Murda Beatz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는데요. Chloe X Halle 시절의 유려한 R&B와 선을 긋는 듯, (보다 팝적인) 반복되는 후렴구와 분명한 멜로디가 돋보입니다. 작년 발매된 [Ungodly Hour]와만 비교해봐도 그 결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죠.
보컬은 물론 랩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다방면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비주얼과 보컬, 랩, 퍼포먼스가 모두 가능한 완성형 아티스트이기에 Beyonce가 팀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Chloe를 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한편 곡을 공개하기 약 2개월전, Chloe는 자신의 생일에 이 곡의 일부 멜로디를 배경으로 침대에 누워서 트월킹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틱톡에서는 수많은 밈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Have Mercy'의 빌보드 성적은 VMA 이슈는 물론 당시의 화제성도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Have Mercy'로 짐작할 수 있듯, Chloe의 첫 솔로 정규앨범은 팝 지향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신 중인 Chloe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동생의 인어공주 스토리 못지 않게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스타가 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