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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pton Is God"이라는 낙서가 런던 길거리를 장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Eric Clapton이라는 괴물이 등장해 The Yardbirds와 John Mayall & The Bluesbreakers, Cream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리던 1960년대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영미권에서 그의 입지는 "미운 오리"에 가깝습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설적인 뮤지션으로서 존경을 받아왔지만, 불과 약 1년 사이에 입지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렸죠. 현존하는 거장이자 존경 받는 기타리스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John Mayall & The Bluesbreakers / All Your Love (Stereo Album Version)
Derek & The Dominos / Layla (40th Anniversary Version / 2010 Remastered)
Eric Clapton / Tears In Heaven
이유는 그가 "백신거부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가졌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Clapton은 백신을 접종 받은 후, 팔다리에 약 2주간 마비 증세를 겪었다고 합니다. 직업이 기타리스트인 만큼 다시는 연주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백신접종 권유문구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Clapton에게는 이런 홍보가 프로파간다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가 백신거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가 겪었다는 마비증세가 접종 그 자체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의 기저질환인 말초신경장애로 인한 것인지는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Eric Clapton은 젊은 시절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이미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이전부터 말초신경장애로 전처럼 기타를 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백신접종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그가 반(反)백신의 믿음을 혼자만 가지면 큰 상관이 없지만, 그 이름의 무게와 영향력이 있다 보니 Clapton이 백신 반대 진영의 선봉장 격 유명인사로 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산 넘어 산
단순 발언을 넘어, Clapton은 음악으로도 이런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Van Morrison과 함께 공개한 'Stand and Deliver'는 마스크 무용론과 락다운 반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2021년 8월 공개한 'This Has Gotta Stop'은 대놓고 봉쇄조치를 반대하는 곡입니다. (두 곡 모두 국내에는 라이선스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Stand and Deliver'는 Clapton이 멜로디를 만들고, Van Morrison이 노랫말을 붙인 곡입니다.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유인이 되고 싶나요, 아니면 노예가 되고 싶나요?" (중략) "Dick Turpin도 마스크를 썼었지. (Do you wanna be a free man / Or do you wanna be a slave? (…) Dick Turpin wore a mask, too)" 여기서 말하는 Dick Turpin은 18세기에 활개를 치던 유명한 노상강도입니다.
이런 행보 때문에 그간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 또한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젊은 시절 마약중독 및 알코올중독 경험이 있는데요. 때문에 자신의 곡명인 "Crossroads"를 딴 재활시설을 건립하고,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금을 내 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 때문에 그의 이런 활동까지 함께 욕을 먹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또 다른 원로급 뮤지션들인 Elton John 및 Paul McCartney 등은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비교를 받으며 거센 비판 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는 이제 음악적 동료들과 하나 둘 연락이 끊기고 있고, 심지어는 가족들과도 멀어졌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이제, Clapton은 더욱 더 외로운 사람이 됐습니다.
다만 우리가 Clapton을 이해해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 그가 이미 고령이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는 몸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시간의 무게를 매우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무대 위에서 살고 죽는 뮤지션인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공연 통제는 우리 생각보다 크리티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떠나기 전에 무언가를 더 남기고 싶은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어쨌든, 과거의 영웅이 노쇠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아마 Clapton과 그의 음악을 사랑해온 많은 이들이 요즘 들어 하나같이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개인적 신념을 돌릴 수는 없더라도, 부디 건강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세계의 많은 팬들도 그 하나만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