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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06. 2020

강약 조절의 귀재, 프로듀서 Coach & Sendo

국내 뮤직 트렌드

덥스텝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돌 팝이 해외의 댄스 음악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덥스텝의 인상은 확실했지만, 그 유행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사라져 버렸다. 물론 그 짧은 유행의 중심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SM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SHINee의 'Everybody'는 가장 상징적이었다. 작곡진을 살펴보면 이전까지 SHINee의 인상적인 곡을 만들어온 Thomas Troelsen이 먼저 보이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Coach & Sendo다.


글ㅣ나원영(웹진웨이브 에디터)


# 'Everybody'라는 강렬한 출발점

'Everybody'가 빛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섯 멤버를 최대한 다양하게 이용해 짜낸 강렬한 안무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곡 자체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Everybody'가 나오기 전, Coach & Sendo는 [DRIFT]라는 짧은 EP를 냈다. 동 시기의 댄스 음악에서 덥스텝 성향의 사운드를 찾기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DRIFT]가 보여줬던 특징, 거칠게 찍힌 일렉트로 하우스 사운드를 쌓아 올리고 그 빌드업과 드롭에서 최대한 다양한 소리들과 효과음을 현란하게 교차시킨다는 특징은 'Everybody'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곡의 후렴 속에 짧은 덥스텝 드롭이 군데군데 들어가거나, 벌스 부분에서 소리들이 정신없이 오고 간다는 점, 탄탄한 힘을 갖고 있는 신스음 등에서도 [DRIFT] 속 Coach & Sendo의 사운드를 확실히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부분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결합되는 SM의 작법이 가장 두드러지던 게 2013년이었던 만큼, 컬러풀한 소리들을 최대한 빽빽하게 쌓아 올리면서 그 낙차를 극명히 대비시키는 Coach & Sendo의 작곡법은 당시 SM의 방향성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특징은 'Everybody'의 Sendo 리믹스를 비롯해 'Dream Girl'이나 '으르렁', 'I GOT A BOY' 등 같은 해 나온 다른 SM 곡을 리믹스한 경우에 좀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원곡에 다양한 소리들을 추가한 이 리믹스들에서, 'Dream Girl'의 경우 기존 사운드에 덥스텝 비트를 추가해 각 부분들 간의 대비를 더욱 늘렸고, 특히 Coach까지 함께 한 EXO의 '으르렁' 리믹스에서는 다양한 이펙트로 거칠고 둔탁하게 뭉개진 베이스음이나 조금 더 전면적으로 강조된 현악기가 확실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Coach & Sendo의 이런 화려한 사운드가 'Everybody'에 훌륭하게 들어간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었을 것이고, 이는 이 당대 아이돌 팝과 SHINee의 곡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결과를 낳았다.


샤이니 'Everybody'




펑키하고 밀도 있는 선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덥스텝의 유행이 한순간에 지나갔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베이스 사운드를 이용해 한 곡 안에서 강도의 차이를 분명히 만들거나 수많은 소리들을 한 곳에 현란하게 쌓아 올리는 작법을 다양하게 이용했던 Coach & Sendo는 단순히 그 스타일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이들이 'Everybody'에서 들려줬던 특징들은 이후 SM의 여러 지향과 합쳐졌고, 상대적으로 그루브를 강조한 곡들에서 여러 재밌는 흔적들이 나타나곤 했다.

'Everybody'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매된 동방신기의 '오늘밤 (Moonlight Fantasy)'에서는 밀도 있는 베이스 라인과 그 뒤편을 타고 올라오는 밝은 신스음에 이러한 흔적을 잘 드러낸다. 종현의 '우주가 있어 (Orbit)' 후렴구에서는 배경을 꽉 채우는 다양한 건반, 신스, 브라스와 더불어 잠깐잠깐 등장하는 짧은 브레이크가 인상적이고, 일렉트로 하우스 위에 다양한 사운드를 이용해 배경과 후렴의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슈퍼주니어의 'Black Suit'도 있었다. 이들은 'Everybody'와는 완전히 달랐지만, 순간순간 'Everybody'의 단면들을 담아 들려줬다. 물론 단순히 Coach & Sendo가 SM의 펑키한 수록곡들만 작업한 것도 아니었다. 곡 제목처럼 장음계를 타고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NCT 127의 '롤러코스터 (Heartbreaker)' 멜로디의 뒤편에 장착된 여러 효과음들과 후렴구의 인상적인 드롭에서 'Everybody'에서의 현란한 색채가 깔끔하게 정제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동방신기 '오늘밤 (Moonlight Fantasy)'

종현 '우주가 있어 (Orbit)'

슈퍼주니어 'Black Suit'

NCT 127 '롤러코스터 (Heartbreaker)'




# 'Everybody'는 숨겨진 채 여전히?

재밌게도 Coach & Sendo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Everybody'에서의 현란한 사운드 조합과 진행은 SM 바깥의 곡들에서 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지한 코드와 멜로디를 장난스럽게 활용하는 Joanna Wang의 [Bob Music]이나 SAAY의 'OVERZONE (EXTENDED)'처럼 아이돌 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세련된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SM이 아닌 다른 소속사 아이돌과의 작업 중에서도 특기할만한 곡들이 있다.

(SAAY와도 함께 작업한) Deez가 참여한 덕에 그루비한 알앤비 트랙이 된 탑독의 'Emotion'의 리믹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Coach & Sendo는 다양한 샘플과 전자음의 조각을 이리저리 끌어 모은 후, 재지한 편곡을 갑작스레 등장시키거나 랩 파트에서의 둔탁한 드롭이 연이어 등장하는 구조로 원곡을 재구성해냈다. 그보다도 더욱 "글리치"스러운 효과에 충실한 경우로, [Lovelyz8]에서 'Ah-choo'로 이어지는 환하고 경쾌한 인트로를 제공한 'Welcome to the Lovelyz8'가 있으며, 이전 곡들의 짜릿한 비트들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이를 좀 더 색다르게 발전시켜나갔다. 이 두 트랙은 일반적인 트랙이 아니라, 인트로 곡과 기존 곡의 리믹스라는 상대적으로 예외적인 경우였기 때문에 Coach & Sendo의 특징들이 이러한 곡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소개한 “글리치"스러운 효과음을 좀 더 오밀조밀하고 은근하지만 지속적으로 배치하면, 우주소녀의 'Follow Me'처럼 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일반적인 곡들도 있었다. 로미오의 'Back 2 You'나 VAV의 'She's Mine', 더 보이즈(The Boyz)의 'Text Me Back' 같은 곡들은 'Everybody'에서의 강한 사운드를 덥스텝보다는 청량하고 밝은 신스의 하우스 쪽으로 변주했으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드롭과 명확한 낙차를 바탕으로 한 전개를 좀 더 강조한 편에 속한다. 이렇게 앞에서 언급한 몇 곡들을 제외하면, Coach & Sendo의 일반적인 작법은 강한 신스 사운드와 다채로운 파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성이 중심이 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기존의 큰 낙차나 거친 질감, 잘게 쪼개진 소리들의 배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다듬어진 채 사용되는 경우들이 더 많았다.


탑독 'Emotion (Glitch Mix)'

러블리즈 'Welcome to the Lovelyz8'

우주소녀 'Follow Me'

로미오 (ROMEO) 'Back 2 You'

VAV 'She's Mine'

더 보이즈 'Text Me Back'




# '소녀' 팀들과 Coach & Sendo의 현재

공원소녀의 [THE PARK IN THE NIGHT (밤의 공원)] 연작과 이달의 소녀 [#]에 실린 곡들이 아마도 'Everybody'에서 출발해 그 기반을 변주하고 확장시킨 Coach & Sendo의 지금을 가장 잘 드러낼 것이다. 2018년에서 2019년을 관통하며 이어진 공원소녀의 경우를 먼저 보자. 'Melting Point', 'TOK TOK (수천 개의 별, 수천 개의 꿈)'과 'TOK TOK ~ the park night version'은 모두 곡에서 중심이 되는 신스음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이 주된 진행을 이끌며, 이 밑으로 잘게 쪼개진 트랩 비트와 다양한 효과음들이 구석구석 섞여 들어간다. 각 곡들은 이러한 건반과 신스 사운드를 조절하면서 후렴구의 그루브를 만들고, 특히 'TOK TOK ~ the park night version'에서 바로 그 신스음의 강약과 빌드업-드롭을 원곡보다 좀 더 가시적으로 조절하며 다른 맛을 준다. 특히나 랩 구간에서 브릿지를 지나 마지막 후렴구로 올라가는 부분의 차이에서 Coach & Sendo의 맑고 강한 특징을 확연히 들을 수 있다.

연초에 나온 이달의 소녀의 [#]에는 'Everybody'의 특징이 수록곡들에 세 등분되어 들어갔다고 해도 괜찮을 텐데, 우선 2013년 이후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거친 질감의 하우스 비트, 빽빽하게 들이차 충돌하는 배치 모두가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농축되어 '#'를 인상적이고 특별한 인트로 트랙으로 만들었다. 한편 강렬한 빌드업과 드롭으로 만들어낸 전개는 'Oh (Yes I Am)'에서 인상적인 톤의 신스가 세련되게 짜인 형태로 나타나고, 특히나 쌓아 올린 긴장감을 오히려 미니멀한 드롭으로 반전시킨 후 꽉 찬 후렴구의 비트가 이어지는 구조로 예상을 계속해서 뒤집는 효과를 낸다. 보너스 트랙인 'Day and Night'은 기본적인 진행에 충실해 만족스러운 드롭을 제공하지만, 샘플링된 목소리를 비롯한 여러 짧고 작은 소리들의 브레이크를 이곳저곳에 심어놓으며 나름대로 “글리치"스러웠던 곡들의 특징이 결합된 것처럼 느껴진다.


공원소녀 'Melting Point'

공원소녀 'TOK TOK (수천 개의 별, 수천 개의 꿈)'

이달의 소녀 '#'

이달의 소녀 'Oh (Yes I Am)'




'Everybody'는 아이돌 팝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곡일 것이다. 여기서 "독보적"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만듦새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당대나 물론 현재에도 기존의 아이돌 팝에서 특유의 영토를 개척해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럴 것이다. 그러한 곡이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탠 Coach & Sendo는 이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다시금 "기존"의 영역들로 되가져와 다른 색깔로 알차게 적용시키는 과정을 거쳐 왔다. 짧고 굵게 지나가는 인상적인 신스음의 색채나 후렴으로 떨어지는 짜릿한 속도감, 이것들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진 효과적이고 화려한 특징은 여전히 이들의 다양한 곡에서도 여전히 찾아들을 수 있다. 그런 만큼, Coach & Sendo가 앞으로 또 다른 환상적인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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