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처서가 지나자 믿기지 않을 만큼 바람이 선선해진 요즘, 음악과 함께 하반기를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그럼 한 주의 끝, 8월 넷째 주 숨겨진 신곡은 어떤 곡일지! 히든트랙 시작합니다!
사진 출처| Magdalena Bay, Tai Verdes 페이스북
Stella Donnelly [Flood]
호주 퍼스 출신 싱어송라이터, Stella Donnelly를 설명할 때, 그의 가사를 빼놓기란 힘든 일입니다. 사람들이 때때로 외면하곤 하는 가난, 차별 등 민감한 사회문제를 음악 속에서 구체적으로 응시해왔기 때문인데요. 2017년 데뷔 EP [Thrush Metal] 에 수록된 트랙 'Boys Will Be Boys'가 대표적입니다. 성폭행의 피해자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회 분위기와, 그 상황을 가사로 담은 이 트랙은, #MeToo 운동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와 맞물려 크게 주목받았으며, 2019년 데뷔 앨범 [Beware of the Dogs]의 동명의 트랙에서는 호주 사회 전반을 둘러싼 부조리를 Stella Donnelly만의 은유적인 문장과, 물 흐르는 듯한 목소리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가사에 담긴 무거운 상황과 달리, 포크를 기반으로 노래하는 Stella Donnelly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음색이라고 수식받기도 하는데요. Stella에 대해 빌보드가 '상냥한 음색으로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스토리텔러'라고 칭한 것만 봐도 Stella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Flood]로 돌아왔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앨범을 만들 당시 Stella Donnelly는 호주 벨링겐의 열대우림에서 새들을 관찰했다고 하는데요. 거대한 자연 앞에 서게 되면서, 음악가로서의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있었으며, 스스로가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임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더 내밀하고, 미시적으로 관계와 상황을 관찰하는 시선들이 돋보입니다. 이를테면, 선공개곡인 'Lungs'는 임대한 집에서 강제 퇴거당하는 가족의 모습을 '아이'의 시점에서 묘사하면서, 직접적으로 거대한 계층/사회 문제를 언설하는 것보다 청자들에게 더 많은 생각과 감정을 일으킵니다.
이 밖에도 Stella Donnelly가 자신의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묘사한 매우 개인적인 트랙 'Oh My My My'도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음악적으로는 신스 소리를 줄이고, 기타보다 피아노, 드럼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간절하고 청명한 Stella Donnelly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려주는 듯합니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오가며 잔잔하게 파고를 남기는 Stella의 음악, 궁금하다면 들어보세요!
Magdalena Bay 'All You Do'
미국의 신스팝, 일렉트로 팝 듀오 Magdalena Bay를 아시나요? 마이애미의 한 고등학교 방과 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Mica Tenenbaum과 Matthew Lewin으로 구성된, Magdalena Bay는, 밴드가 흩어지게 되자 2016년부터 듀오 Magdalena Bay를 결성하게 되는데요.
활동 초반, 직접 곡을 쓰고 녹음하는 것뿐만 아니라, 독특한 비주얼 이미지까지 직접 촬영하면서 주목을 받은 Magdalena Bay이지만, 이들의 강력한 매력은 단연 음악을 기반으로 합니다. 데뷔 EP부터, 지난해 데뷔 앨범 [Mercurial World](2021)까지, 1980년대~2000년대의 향수와 미래주의적인 사운드를 동시에 구현한다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지요.
데뷔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You Lose!'는 롤링스톤이 선정한 'The 50 Best Songs of 2021'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들이 지난 24일 신곡 'All You Do'로 돌아왔습니다. Magdalena Bay 특유의 속삭이는 보컬과 묵직한 기타 소리, 중후반부의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신스 소리가 매력적인 이 곡은 오는 9월 23일 공개될 [Mercurial World]의 Deluxe Edition에 들어갈 싱글곡입니다.
멤버들은 이번 Deluxe Edition에서, 기존 앨범의 흐름에 맞지 않아 제외해야 했던 신곡들과 더불어, 오케스트라 편곡을 포함한 기존 앨범의 재해석 버전, 그리고 아직 정체를 알 수 없이 'secret'으로 칭해진 트랙들까지 무려 28개 트랙을 예고 중인데요.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 중인 Magdalena Bay, 'All You Do'가 마음에 드셨다면 9월 23일을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Tai Verdes 'how deep?'
틱톡이 찾아낸 보물 같은 스타, Tai Verdes의 신곡 소식입니다. 미국의 1995년 싱어송라이터 Tai Verdes는 본래 프로농구선수가 꿈이었지만, 포기 후에 음악을 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2020년 'Stuck In The Middle'가 틱톡에서 반응이 오면서 SNS 스타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여기에 이듬해 발표한 'A-O-K'가 Billboard 34위 등극하고, 'A-O-K'가 수록된 앨범 [TV] 발매에 이어 Surfaces, 24KGoldn, Manuel Turizo 등과 협업하며 무서운 기세로 주목받았지요.
Tai Verdes의 음악들은 주로 리스너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긍정적이고 밝은 바이브가 매력인데요. 지난 26일 발매된 신곡 'how deep?' 역시 경쾌한 비트와 스트링 선율, 그리고 Tai Verdes의 어딘가 애절한 목소리를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는 곡입니다.
'how deep?'은 다음 달 중순 공개 예정인 Tai Verdes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HDTV]에 들어갈 여섯 번째 싱글이기도 하는데요. 트렌디한 팝을 좋아한다면, 앞서 공개된 트랙들을 복습하면서 Tai Verdes의 다음 릴리즈를 체크해보세요!
Wild Pink, Julien Baker 'Hold My Hand'
치유의 목소리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Julien Baker와 뉴욕의 인디 록밴드 Wild Pink가 만났습니다. 지난 24일 공개된 신곡 'Hold My Hand'를 통해서인데요. 먼저, 2019년 내한 콘서트를 진행하며 국내 팬들과도 유대감을 나눈 Julien Baker는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도 정교하게 감정을 표현하며 사랑받아온 뮤지션이죠.
Wild Pink 역시 보컬인 John Ross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특징지어지며, 주로 사색적인 음악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밴드입니다. 삶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음악가들이 모여, 어떤 곡이 탄생했을까요?
이번 신곡 'Hold My Hand'는 오는 10월 14일 공개될 Wild Pink의 네 번째 풀 렝스 앨범 [ILYSM]에 들어갈 싱글입니다. 앨범 [ILYSM]에 대해 John Ross는 자신의 삶에 찾아온 암, 그리고 그 치료의 과정의 경험들이 반영될 것이라고 예고한 적 있는데요.
그 중 한 조각이 될 'Hold My Hand'는 더 구체적인 순간에서 시작된 곡입니다. John Ross가 처음으로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수술 관계자가 자신의 손을 잡아줬던 순간에서 출발하게 된 곡으로, 수술이 끝난 후 이 곡을 쓰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Hold My Hand'를 들으면 제목부터 가사까지 그 의미가 새롭게 들려옵니다. John Ross와 Julien Baker의 잔잔한 보컬이 큰 굴곡 없이 이어지지만, 청명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담백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데요.
가장 두려운 순간 누군가 잡아주는 따뜻한 손 같은, 'Hold My Hand'는 아래 링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Wild Pink, Julien Baker 'Hold My Hand'
이렇게 'All You Do'부터 'Hold My Hand'까지 만나봤습니다. 그럼 저는 9월의 첫 히든 트랙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