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어느덧 한 해의 끝입니다. 음악 애호가들에게 있어, 그동안 발매된 음악들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에 발맞춰 다양한 해외 음악 전문지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곡들을 발표했습니다. 12월 13일 멜론 매거진에서 발행된 '2022년, 해외에서 주목한 K팝 음악들'을 읽으셨다면, 올해는 유독 K팝 음악들이 높은 순위권에 올라 영향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아셨을 텐데요. 이번 멜론 매거진에서는 미국 음악 잡지 Billboard, 영국의 음악 주간지 NME, 미국 유명 월간지 Rolling Stone,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음악 비평 전문지 Pitchfork에서 공통으로 뽑은 몇몇 '앨범'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과연 생각하던 것과 다른 의외의 앨범들이 있을지, 살펴보실까요?
Wet Leg는 2019년에 결성된 영국의 인디 록 밴드로, BBC 사운드 오브 2022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죠. Arctic Monkeys의 레이블로 유명한 Domino Records 소속의 Wet Leg는 2인조 듀오로서 독특한 스타일과 영국 기타 음악에 필요한 재치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셀프 타이틀 앨범 [Wet Leg]에 대해 NME에서는, '재미있는 축제를 도는 현란한 경주'처럼 느껴지며, '따뜻하고, 멍청하게 재미있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앨범뿐만 아니라 위트가 넘치는 뮤직비디오들을 감상하시면, 그 의미를 확실히 아실 수 있을 겁니다.
Billboard 및 Rolling Stone 역시 [Wet Leg]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등장한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일 것이며, 앞으로의 미래를 주목해야 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는데요. 무표정하고 드라이한 유머를 선보이는 Wet Leg의 [Wet Leg]. NME에서 꼽은 트랙 'Angelica'를 먼저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라틴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기도 한 Rosalia의 [MOTOMAMI]입니다. 단순히 라틴 음악으로만 한정 지을 수 없이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앨범인데요. 레게톤, 글리치 R&B, 플라멩코, 볼레로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결합된 음악을 선보여 가히 '초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스페인어로 구성되어 있을 뿐, 팝 음악을 실험적으로 잘 혼합해온 Rosalia이기에 앨범에 쌓인 겹겹의 레이어들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Rolling Stone에서는 Rosalia의 음악, 그리고 Rosalia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가장 흥미로운 퓨전 연주자'라고 평했으며, Billboard 역시 그가 현대 라틴 팝의 한계를 계속 밀고 나아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문득 K팝을 K팝이라는 장르로써만 분류하려는 일련의 세태가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라틴 음악을 팝이 아닌 라틴 음악으로만 한정 짓는 일부 평단의 모습 또한 지양되어야만,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의 평등함과 행복이 보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rash]는 Charli XCX가 현재 그가 속한 레이블 Atlantic Records에서 발매한 마지막 정규 앨범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Iggy Azalea와 함께한 'Fancy', Troye Sivan과 함께한 '1999',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도 익히 알려진 아티스트죠. 정규 5집 [Crash]는 '창의적인 독립'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 앨범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주요 레이블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 탈피를 시도하고자 했음에 대해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레이블과의 이별, 그리고 그의 초기 음악들과의 결별(어쩌면, 성장을 위한 손절일), 사랑하는 상대와의 헤어짐 등. 성장하는 자신을 위한 세 가지의 작별이 담긴 [Crash], 올해의 앨범으로 꼽힐 만합니다.
다음으로는 j-hope의 첫 솔로 앨범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밝은 모습과 달리 선택적 어둠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탐구 성향이 매우 짙은 앨범이었죠. [Jack In The Box]는 지난 9년의 활동 기간 동안 대중들이 알던 j-hope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심지어 그런 그의 모습에 '불을 붙여', 잿더미 속에서 '별'이 나온 것이라고 NME에서는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Rolling Stone과의 인터뷰에서 j-hope이 밝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Jack In the Box]에서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이 앨범이 그의 영혼과 진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렇기에 독특하고, 앞으로 그가 성장할 발판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진심과 영혼'. 이것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주목받았던 이유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의 앞으로의 작품에 실망할 일은 없을 거라는 Rolling Stone. 그룹에서와 마찬가지로, j-hope의 홀로서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특별함과 함께 말입니다.
FKA Twigs는 백업 댄서로 시작하여 싱어송라이터로 변모한 아티스트죠. 영국 출신의 그는 신비로운 음색, 뮤직비디오에서의 아방가르드한 세계관 등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몽환적인 매력이 여전한 [CAPRISONGS]는 아프로팝, 댄스홀, 하이퍼팝 등을 흩뜨리며 자기 성찰의 메시지 설득까지 해낸 앨범입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FKA Twigs다운 신보이자 상징적인 그의 첫 믹스테이프였는데요.
The Weeknd, Daniel Caeser, Shy Girl 등의 피처링 진에 시선이 빼앗길 수 있으나,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향해 가는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운명'을 창조해내는 주도적인 작품입니다. 열일곱 개의 트랙으로 꽉 차 여전히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띄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성향에서 벗어나는 듯한 측면도 발견된다는 평가가 잇따랐는데요. 자기 성찰을 위한 자기 회복, 그에 걸맞는 자유로움이 담겼기에 더 진실된 앨범이었습니다.
FKA Twigs - papi bones (feat. shygirl)
또 다른 셀프 타이틀 앨범입니다. Phoebe Bridgers의 전폭적인 지지로 더 유명세를 타기도 한 미국의 3인조 밴드 MUNA의 앨범인데요. 퀴어 프라이드, '나 자신이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라며 건강한 자존감을 치켜세우는 태도가 돋보이는 음악이었습니다. 선공개된 싱글 'Silk Chiffon (feat. Phoebe Bridgers)'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그 의미가 더 높아졌죠. 인디 팝 사운드의 넓은 공감 능력, 성공적인 셀프 타이틀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디 팝 밴드라는 분류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점점 인기가 상승 중인 MUNA. 조만간 있을 Taylor Swift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맡기도 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욕망들은 이제 세계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고 있는데요. 여러 형태의 사랑. 그것이 세상의 본모습임을 말하는 것은 우리의 망각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한 습관임을 생각해봅니다. 올해를 반짝인 앨범, MUNA의 [MUNA]였습니다.
Muna - Silk Chiffon (feat. Phoebe Brid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