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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an 10. 2023

1월 첫째 주, 해외 숨은 신보를 찾아서

해외 뮤직 트렌드

새롭게 시작된 2023년의 첫 주말, 모두 쾌청하게 보내고 계시나요? 그럼, 새해의 첫 주, 어떤 숨겨진 명곡들이 도착했을지! 히든트랙이 찾아보겠습니다.


Gabrielle Aplin [Phosphorescent]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잉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Gabrielle Aplin이 네 번째 앨범  [Phosphorescent]로 돌아왔습니다. 앨범 제목의 뜻을 번역하자면 '인광'(燐光)이라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용어를 '빛의 자극을 받아 빛을 내던 물질이, 그 자극이 멎은 뒤에도 계속하여 내는 빛'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생소할 수 있는 이 용어를 뮤지션인 그가 접하게 된 계기는, BBC 자연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을 통해서였다고 해요.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 중 하나인 마리아나 해구를 탐험하는 에피소드에서, 그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어두운 심해에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 그 생명들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인광, Phosphorescent) 장면을 만났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놀라운 점은, Gabrielle Aplin이 '어둠 속에서 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팬데믹 시절을 버텨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겹쳐보게 됐다는 겁니다.


'팬데믹의 시점에서, (그 장면을 보고) 현실의 삶과 꼭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는 실제로 아주 딥하고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놀라운 일들을
성취해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회복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어요.'
-Gabrielle Aplin


Gabrielle Aplin은 실제로 락다운으로 시간은 갑자기 많아졌지만, 곡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얻지 못해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는데요. 그 모든 과정을 하나씩 이겨내고 도착한 [Phosphorescent]은, 그 제목이 의미하듯이 자신만의 빛을 지닌 열한 개의 다양한 트랙이 담겨있습니다.


몽환적이면서도 편안하게 문을 여는 'Skylight'를 시작으로 경쾌하고 섬세한 팝 발라드, 'Anyway', 'Good Enough'를 지나, 요란한 신디사이저 소리가 담겨있지만 이마저도 Gabrielle Aplin의 담백한 목소리 때문인지 조금도 느끼하지 않고 신선하게까지 느껴지는 'Take It Easy', 건반소리와 함께 Gabrielle Aplin이 구사하는 포크적인 느낌을 살린 'Half In Half Out' 등등 Gabrielle Aplin의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게 하는, 과잉된 자기 주장 없이도 매력적인 곡들입니다.


참고로, 이번 앨범은 그의 성공한 데뷔작 [English Rain]의 프로듀서 Mike Spencer와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팬데믹이 많은 것을 바꿔놓은 요즘이지만, 놀랍고 좋은 일은 어쩌면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Phosphorescent]가 찾아온 일도 그 중 하나가 될 지 모르겠네요!


Gabrielle Aplin 'Good Enough'


The Lemon Twigs 'Corner Of My Eye'

롱아일랜드 출신 형제 밴드 The Lemon Twigs가 2년 여만에 신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Brian, Michael D'Addario 형제가 대학시절부터 결성한 인디록 밴드 The Lemon Twigs는, 여러 매체에서 '빈티지 팝 스타일'이라고수식하는 데서 알 수 있듯 6, 70년대의 음악 스타일을 밴드 특유의 풍부한 하모니와 매혹적인 멜로디로 풀어내는 이들입니다.


음악 내외적으로는 도발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아트 록, 글램 록, 바로크 팝' 등의 설명이 따라오는, 한 마디로 근래 보기 드문 스타일을 자신들만의 멋으로 풀어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밴드이지요.

밴드의 2023년 첫 곡이자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이후 첫 싱글인 이번 신곡의 제목은 'Corner Of My Eye'입니다. 60년대 소프트록과 70년대 포크 스타일을 위화감 없이 풀어내고 있는 이 곡은, 밴드가 수년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 정식 발매 전부터 무대에서 팬들에게 들려주던 곡입니다.


유독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중성적인 보컬, 마음의 파동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따뜻한 기타 소리와 코러스. 멜랑꼴리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는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들 듯합니다. 전자음 위주의 곡들도 매력적이지만, 목소리와 멜로디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 오늘은 'Corner Of My Eye'로 만나보면 어떨까요?


The Lemon Twigs 'Corner Of My Eye'


Mckenna Grace 'Ugly Crier'

드라마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 '지정생존자',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애나벨 집으로', '캡틴 마블' 등등. Mckenna Grace는 영화/드라마의 팬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스쳤을 어마어마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2006년생 미국의 배우입니다.


그런 Mckenna Grace에게 2021년, 공식적으로 한 가지 타이틀이 추가됐으니, 바로 '싱어'이자 '송 라이터'라는 정체성입니다. 그의 출연작인 '고스트 버스터즈'의 엔딩곡이자, 그가 공동으로 작사/작곡에 참여한 몽환적인 팝 트랙 'Haunted House'가 발매됐기 때문인데요. 이후 꾸준히 곡을 발표하면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던 그가 새해 벽두에 신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신곡 제목은 'Ugly Crier'로, 데뷔 싱글과 마찬가지로 Mckenna Grace가 직접 공동 작사/작곡으로 참여한 곡입니다. 스스로를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자조적인 화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후렴구에 텐션감 있는 합창으로 이어지면서 조금도 처지지 않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법한 곡입니다.


Mckenna Grace는 이 곡 외에도 앞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 불안함을 담은 곡인 'do all my friends hate me?', 또 자신의 이형증(인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에 관해 솔직하게 풀어낸 'Self Dysmorphia'로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받아왔었지요.


고작 열 일곱도 안되는 나이에 특출 난 필모그래피를 쌓은 배우이자 동년배들의 감각을 대중적인 곡으로 풀어내고 있는 Mckenna Grace. 음악들 역시 기대되지 않나요?


Mckenna Grace 'Ugly Crier'


Anti-Flag [Lies They Tell Our Children]

'약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록 음악의 하위 장르', '○○ 문화는 ○○ 록과 동반되어 유행한 대중 문화의 한 줄기', '동시대의 음악에는 없는 정치성, 사회성을 갖고 이를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현한다.' (-위키백과에서 발췌)  


위의 위키백과 속 서술이 설명하고 있는, ○○에 들어가야 할 단어는 무엇일까요?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답은 펑크(Punk)입니다.

70년대 기성세대와 지배계급에 대한 반발로 움튼 펑크 음악의 핵심 정체성 중 하나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저항의 키워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공식적으로는 1988년부터 그 역사를 시작한 Anti-Flag는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러한 펑크의 정신을 보다 사회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밴드 중 하나입니다.

(그 이름부터 저항적인 'Anti-Flag'는, 그러나 직접적으로 반미국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닌 전쟁에 반대함(anti-war) 등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지난 6일, 이들의 열 세번째 스튜디오 앨범 [Lies They Tell Our Children]이 공개됐습니다. 총 11곡이 담겨있는 이 앨범은, 밴드 멤버들 뿐만 아니라 Silverstein의 Shane Told, 독일 펑크 록 밴드 Die Toten Hosen의 리드 보컬인 Campino 등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법 잔잔하게(?) 문을 여는 오프닝 곡 'SOLD EVERYTHING'이 끝나면, 굉음 같은 사운드와 함께 미국 제약 회사와 의료 시스템에 분노하는 2번 트랙 'MODERN META MEDICINE (Feat. Jesse Leach)'이 흐르고, 앨범의 제목과 연결되는 트랙인 'LAUGH. CRY. SMILE. DIE. (Feat. Shane Told)'를 지나 2분 남짓의 재생 시간 동안 분노에 찬 고함을 듣고 있는 듯한 'WORK & STRUGGLE' 등으로 이어집니다.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 사회, 30년 넘는 세월 동안 현재 진행형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는 Anti-Flag. 궁금증이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요!


Anti-Flag 'LAUGH. CRY. SMILE. DIE. (Feat. Shane Told)'


이렇게 'Good Enough'부터 'LAUGH. CRY. SMILE. DIE. (Feat. Shane Told)'까지 만나봤습니다. 연말의 캐럴들이 물러나면서 반가운 신곡들이 속속 찾아온 새해 첫 주였는데요.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도, 모두 각자의 히든트랙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그럼 저는 새로운 곡들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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