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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ug 28. 2023

싱글 하나 안 낸 신인이 빌보드 1위로 오른 사연

해외 뮤직 트렌드

Special | 뉴페이스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원고 작성일인 8월 25일 기준,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들에는 아직 이 아티스트의 음원이 올라있지 않습니다. 아티스트 페이지조차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가 이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제대로 된 싱글 하나 내지 않은 이름없는 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그의 노래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그가 공개한 문제의 노래, 'Rich Men North of Richmond' 때문입니다. 무명 아티스트가 부른 이 곡은 미국 아이튠스와 스포티파이 US, 애플뮤직 차트, 그리고 빌보드 Hot100 차트에서까지 단숨에 1위로 올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급상승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Oliver Anthony입니다.

 

2023년 8월 9일, 너튜브에서 버지니아 지역의 음악인들을 위주로 소개하는 radiowv라는 채널에 Oliver Anthony라는 가수가 'Rich Men North of Richmond'라는 노래를 부른 라이브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 영상에서,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Oliver는 초원을 배경으로 소박한 기타 연주와 함께 피 끓는 열창을 선보입니다. 


이 곡은 틱톡을 통해 먼저 인기를 끌었지만, 이어지는 사건으로 인해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바이럴은 엉뚱하게도 정치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한 정치 진영에 속한 이들이 줄지어 이 곡을 샤라웃하는 움직임을 만들자, 반대 진영에서 오히려 이 곡을 비난하며 갑론을박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 과정이 보도되면서 '어떤 노래이길래 그래?'라는 생각으로 곡을 들어보고, 곡의 메시지에 매료된 일반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사실 이 곡의 내용은 좌우 특정 정치집단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모두 싸잡은, '정치인 모두 까기'에 가깝지요. 곡의 제목은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이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리치먼드는 버지니아 주의 주도입니다. 그리고 그 리치먼드의 위쪽에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이고요.


따라서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이라는 곡의 제목은 '행정수도인 워싱턴 D.C.에 살고 있는 정치인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잠깐, 'Rich men'이 왜 부자가 아닌 정치인으로 해석이 되느냐고요? 곡의 가사에서 그들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복지와 세금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이들'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Oliver Anthony는 이 곡에서 미국 정부를 광범위하게 비난합니다. 그는 특히 정치인 집단을 꼬집으며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는데요. 인플레이션, 높은 세금, 잘못된 복지정책이 그것입니다. 이것을 매우 직설적인 화법으로 노래하는데,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I've been selling my soul working all day

Overtime hours for bullshit pay

하루 종일 일하면서 내 영혼을 팔았어

헐값에 초과근무를 했지

(중략)

And they don't think you know, but I know that you do

'Cause your dollar ain't shit and it's taxed to no end

'Cause of rich men north of Richmond

그들은 네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너가 알고 있다는 걸 알아

버는 돈은 쥐꼬리인데, 내야 하는 세금은 끝이 없잖아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 놈들 때문에 말이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이 곡이 단기간 내에 엄청난 바이럴을 일으키자, 버지니아 시골지역의 무명 가수였던 Oliver Anthony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현재 그는 어떠한 레이블에도 속하지 않아 있고, 공식적으로 음원을 내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레이블들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싫다는 이유로 이런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 곡은 여전히 오피셜하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걱정스러운 사실은, 이 곡이 앞서 정치집단 간 갑론을박의 주제가 되면서 Oliver Anthony에 대해 '특정 정치집단에서 밀어주는 아티스트'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 곡은 현재 미국의 보수 우파들 사이에서 굉장한 히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Oliver Anthony는 '자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고 말하며 정치적인 해석이 개입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사한 논쟁을 불렀던 Jason Aldean의 'Try That In A Small Town' 가사만큼 직접적이거나 노골적인 메시지가 있는 곡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따라 붙었습니다. 노래의 흥행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역시나 리스너들의 몫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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