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Jun 28. 2021

오피스 리뉴얼 프로젝트, 두번째 이야기

두번째 교훈,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 나오는 것이었다.



1편에서 언급했던 컬쳐센터만큼이나 많이 바뀐 것이 Trust center의 라운지 공간이었다.  


공간을 리뉴얼하기 전 와디즈 오피스에는 라운지와 리셉션의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외부에서 손님이 왔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와디즈 오피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입구를 찾지 못해 매번 지나치는 사람을 붙잡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봐야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외부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에 새롭게 리뉴얼된 공간에는 와디즈의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리셉션이 필요했다. 


새로 생길 리셉션을 상상하며 동선을 살펴보면 외부 손님과 와디즈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4층에 내렸을 때 바로 보이는 입구로 들어온다. 손님은 리셉션에서 방문자 등록을 한 후 리셉션 뒤에 있는 라운지에서 대기를 한다. 와디즈인은 리셉션과 라운지를 거쳐 사무공간에 있는 자리로 간다.  


리셉션은 와디즈인이 일하는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인에게 보여드릴 첫인상도 중요했지만 와디즈인이 아침에 출근한 후 입구에서 사원증을 찍고, 내 책상에 앉기까지 보내는 하루의 첫 시작이 팍팍하지 않기를 바랐다. 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하다가 쉬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리셉션과 사무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손님을 반길 리셉션과 달달한 간식거리와 커피, 음료를 즐기며 자연스레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낵바를 합쳐 하나의 라운지로 만들기로 하고 상상해보았다.  

첫인상인 리셉션의 톤을 위해 수많은 시안을 잡아보았다.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관건은 리셉션과 스낵바를 한정된 공간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일이었다. 레이아웃을 여러 번 바꾸면서 최적의 형태와 사이즈를 찾아갔다. 동시에 와디즈의 첫인상을 좌우할 리셉션의 톤을 잡았다. 당시 와디즈는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었다. 와디즈 자체의 색깔을 덜어내고 와디즈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더 드러내는 플랫폼으로서의 선언을 앞두고 있었기에 다양하게 시도해보던 컬러와 마감재를 모두 덜어내고 깔끔하고 담백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미색의 석고소재와 우드재를 사용했다. 

리셉션 뒤로 이어지는 스낵바 시안


와디즈의 담백한 첫인상을 보여주는 리셉션 뒤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스낵바와 바테이블이 이어진다. 존재감이 너무 튀어서도, 약해서도 안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을 다른 공간과 구분해줄 바닥재, 테이블의 상판 마감재 샘플을 수차례 살펴보고, 책을 뒤져가며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고른 마감재를 적용해봤더니 생각과 다른 그림이 나오면 다시 시공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것으로 바꾸었고, 민트의 톡톡 튀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페인트 조색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선택할 것이 끝났다 싶으면 또 다시 선택할 것이 생겼고, 이제 없겠지 하면 다른 선택지들이 튀어나오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만들어지는 공간의 요소 하나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 없이 가던 집 앞의 작은 카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역시 세상에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걸, 수많은 이들의 노고를 거쳐야만 모두가 만족스러워 할 만한 것이 탄생한다는 걸 깨달았다.



세번째 교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중요성


프로님이 아니었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공간을 리뉴얼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마루의 소재부터 벽에 칠할 컬러, 가구 디자인, 조명 종류 등 선택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선택을 망설일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빠듯한 일정으로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공사 현장 옆에서 설계를 해야만 했다. 


설계한 것이 그대로 시공으로 이어졌다면 조금 덜 험난했겠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모든 것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계해두었던 카페의 시공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처럼 프로젝트는 셀 수 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선택의 부담과 시간의 압박, 어긋난 계획으로 인한 멘탈 붕괴까지.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짊어져야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매번 불평과 원망의 말을 내뱉었다면 어땠을까? 두 가지의 상황 모두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다.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먼저 공간 프로젝트를 리딩해주신 윤경 프로님의 공이 컸다.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출근도 불사하며 돌체콜드브루라떼 한 잔으로 으쌰으쌰했고, 날카로운 말이 오가기 충분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진정시키며 바른 말 고운 말로 소통했고, 그러다가 가끔 벅찬 순간이 오면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누구보다 이 공간을 잘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곁에서 든든히 지켜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우리와 함께 했던 설계/시공사 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말이 안될 정도로 촉박한 시간, 화산 터지듯 이곳 저곳에서 분출해대는 변수 때문에 충분히 기분 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적으로 도와주셨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기획했어도 그 디테일까지 신경써서 빠르게 작업해주신 이 분들의 손과 발이 없었다면 공간이 기간 내에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자리에서 최고의 노력을 해낸 사람들, 공간을 함께 만든 이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 멋지게 변신한 공간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밤낮 함께 고생했던 수많은 사람들


결국, 사람


잔나비는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다고 노래했지만, 공간과 함께 했던 나의 뜨거운 여름밤은 지나가고 사람이 남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삶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찰하고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공간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공간' 하나지만 그것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그 속에는 사람의 일상이 담겨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곳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 공간은 없다. 이곳 안에서 만들어질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오피스 리뉴얼 프로젝트, 첫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