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마케터의 폭로
'저거 그냥 마케팅이야. 속지마 ㅋㅋ 다 주작임' 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 떠올려지는가? 혹시 한 제품에 긍정적인 리뷰만 달려 있는 상황이 떠올려지는가? 또, 악의적 리뷰는 철저히 삭제되는 상황이 떠올려지는가? 혹은 '내돈내산'이라며 광고하지만 실제는 돈을 받고 광고를 진행하는, 일명 '뒷광고'를 하는 상황이 떠올려지는가? 그렇다. 다 맞다. 하지만 그 이상도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와 실제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커뮤니티' 에선 말이다.
나는 한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주작'의 최전선에 있었다. 내가 한 일의 목표는 단순했다. 조회수와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회원 수나 구매율을 높이는 것. 이를 위해 나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역할극'을 펼쳤다.
어떤 날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요즘 MZ세대들 진짜 이기적이네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20대 여대생으로 변신해, "알바 짤렸는데 어이없네요." 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때로는 30대 직장인이 되어, 직장 내 갈등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했다. 작가가 꿈이었는데 매일 소설을 쓰니 내 꿈을 이뤘다며 자조하기도 했다. 타 커뮤니티의 논란중인 글들도 재가공하여 확산시키며 내가 작업하는 커뮤니티의 조회수도 함께 올렸다. 가벼운 예를 들었지만 더한 것도 많다. 일상글이나 유머글도 쓰면서 적절한 비율을 맞추기 까지 했다.
(한 커뮤니티에서 캡쳐한 나의 작업 계정. 이런 계정이 수십 수백개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제품을 홍보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는 돈이 된다기 보다는, 후에 돈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뻘글과 논란글을 쓰면 커뮤니티에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진다. 많은 유입은 자연스럽게 회원 수 증가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더 많은 회원에게 광고가 노출될수록 더 많은 수익이 된다.
우리의 일은 "전략 마케팅" , "노이즈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등 많은 이름으로 바꿔가며 불리면서 포장되었다. SNS에는 공감글 같다가 갑자기 말미에 제품을 들이밀어 광고 티가 많이 나는 컨텐츠들을 본 적 있는가? 내 눈에 그런 건 착하게 보일 정도다. 그렇게 당신이 짚은 글만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작업은 티가 안나기 때문이다.
당신이 커뮤니티를 무료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는가?
콘텐츠들에 대한 당신의 반응과 참여가 그 이용비용이다.
당신의 상호작용으로 커뮤니티는 활성화되고 회원수가 늘며
해당 커뮤니티에 노출된 상품이나 업체가 광고되거나
광고배너를 통해 커뮤니티 운영업체는 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은 글을 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다른 계정들을 동원해 댓글을 다는 작업이 남아있다. 계정이 가짜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가입시기도 저마다 다르고, 사진과 소통 글을 올려 진짜 실존하는 한 사람인척 한다. IP가 중복되지 않도록 업로드하는 pc나 핸드폰도 여러대가 있다. 그래서 마치 여러 사람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초기 대화의 흐름을 조작해놓는다. 이 과정에서 과대하거나 자극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런 건 너무 심한 거 아냐?"라고 스스로 질문했던 초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소재들을 부여받아도 내용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상황도 적응하게 된다. 당시 나와 같이 일을 시작한 동료도 있었는데, 이런 일일줄은 몰랐다며 매우 '현타'를 느껴했다. 나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우리대신 이 일을 계속 하게 될거야.
차라리 우리가 맡으면서, 제목은 자극적으로 적더라도 내용은 할 수 있는 한 상처를 주는 것들은 적지 말자.'
라고 이야기했고, 동료도 동의하며 우리는 몇년을 함께 일했다.
어느 날, 윗선에서 "이제 타인의 고통을 소재로 한 글은 안쓰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라고 통보받은 날이 있었다. 그 날 자정노력을 한 번 느끼기는 했다. 그런데 그것이 건강한 자정노력인지에 대해서 곧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어떤 유명한 연예인 부부가 이혼을 했는데, 윗선에서는 이것을 소재로 'OOO가 이혼하게 된 진짜 이유래 ㄷㄷ'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지시가 내려졌었다. 알고보니 이 글이 해당 연예인에게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전달되자 부랴부랴 글을 삭제하며 발생한 사태였던 것이다.
그래도 이후에 저런 실제 문제의 소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글은 안 써도 되어 마음의 짐을 좀 덜어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논란을 창작해야 했다. 나는 계정마다 다른 가면을 써가며 가짜 고민들과 경험담을 늘어놨다. 그리고 그 중 논란이 되는 것들은 커뮤니티를 지배했다. 사람들은 그 갈등에 휘말려 격렬히 싸웠다. 불을 지핀 나는 먼 발치에서 조횟수만 쳐다보며 씁쓸함과 미안함을 느꼈다.
현실에 심각함이 10 정도의 문제가 있는 문제를
우리는 30으로 부풀리거나 왜곡했으며,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창조해내었다.
현실에 이런 갈등과 논란이 반영되어 버리면 100까지 정도가 심해졌다.
'갈등과 혐오를 부추겨 더 큰 갈등을 낳고 있다.' 는 말은 일반인에겐 잘 안느껴 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구는 내게 피부로 와닿으면서 느껴진 사실이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어떤 논란이 생기면 정확한 진실을 파악해보려 하기 보다는 '그 만큼 저 사람들이 잘못했으니까 이렇게 많이 욕먹는 거 아냐?' 라고 단정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과도하게 반응할만큼, 어떤 사건의 실제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가? "잘 아는데?" 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다시 생각해보라.' 정말 잘 알고 있는가? 그 당사자나 관련자들을 만나보았는가? 그 현장에 있었거나 가보았는가?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의 보도를 살펴봤는가? 보도는 한 곳이 아닌 다른곳들까지 해서 다양하게 파악했는가? 그런 파악이 끝나기 전까지는 나는 어떤 이슈든 완전히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일반인들이 거짓된 컨텐츠들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기 시작했을 때였다. 특정 세대나 계층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제작한 컨텐츠들에 동조하여 신념을 갖거나 이미 있던 신념이 강화되는 경우도 보면서 심각한 문제를 느꼈다. 촉발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2)는 12/06 업로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