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콘텐츠가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
내 경험은 내가 얼마나 강력한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게 했다. 마치 '트루먼 쇼'에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허위정보, 자극적인 소재, 과장된 내용의 콘텐츠와 그 내용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면서 커뮤니티의 몸집을 불려보니 유입수, 노출수 증가라는 마케팅적으론 긍정적인 지표가 숫자로 나타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커뮤니티의 기본 목적을 상실시키고 심지어는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도 있었다.
예를들면 어떤 커뮤니티의 원래 목적은 뷰티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인데, 뷰티와 상관없는 이상한 글들만 양껏 생산해내니 일각에서는 이 커뮤니티를 어떤 편향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로 보는 시선이 생겨 프레임이 씌워져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논란소재의 컨텐츠로만 키웠던 몸집은 컨텐츠 생산을 중단하자 더 이상 회원이 늘어나지 않고 활성도도 줄었다. 이는 장기적인 마케팅 방법으로도 문제가 많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충분히 회원수를 늘려 놓았으니 광고를 받아 수익활동을 이어갈 수는 있어, 규모를 충분히 늘리기 전 까지는 계속 그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주작하지 말자", "갈등 & 논란 & 혐오 컨텐츠는 삭제하면 된다" 라고 단순히 말하기엔, 그런 콘텐츠가 가진 효과와 영향력은 너무도 강력하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자주 클릭하고 반응하는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감정은 분노와 흥미다. 논쟁을 일으키는 콘텐츠는 이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며 폭발적인 확산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한때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화제가 되었을 때, 나는 이 사건의 여성 당사자를 비난하는 글들을 생산해야 했다. 합당한 변명은 아니지만, 받은 업무지시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사진, 동영상 등을 첨부하기도 하며 여러 이러쿵 저러쿵 컨텐츠들을 올렸고, 엄청난 관심과 분노 여론을 불러 일으키며 상위 검색에 노출되어 끊임없는 유입을 만들었다. 이런 컨텐츠로 채널을 키우려는 업자들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특정 문구로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법적인 문제요소를 피하는 방법까지 익히는 전문가들이다. (모든 마케터, 크리에이터 등 컨텐츠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비윤리적인 방법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작동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에게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각주 : 참고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거치며 발표된 공식적인 타임라인을 봤을때 피의자측의 거짓말탐지기 양성반응, 합의금 종용과 모순된 진술들이 있던 것을 보면 법원의 판결이 옳다는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그 사건을 남성측이 억울하고 여성측은 꽃뱀이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파장이 컸어서 내가 컨텐츠로 가담하지 않았어도 일어났을 논란들이지만 그럼에도 내게도 책임이 있는 일이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삭제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숨기려는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적 신념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삭제된 콘텐츠는 더욱 강한 메시지로 변형되어 다른 곳에서 더 널리 퍼져 나갔다. 그 과정에서 갈등은 더 깊어졌고, 사람들은 점점 극단적인 결집 상태로 들어갔다.
'삭제'라는 대안이 실천되기 힘든 이유중에 하나는 커뮤니티는 공공의 소유가 아니라 대부분 사적 소유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특정 커뮤니티를 한 기업이 제휴하거나 구매해버리면 활성화와 유입을 위해서 나쁜 콘텐츠를 용인하거나, 작업하도록 지시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는 커뮤니티가 아닌 많은 언론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언론사에서도 커뮤니티의 사진이나 의견을 사실인 것처럼 퍼나르고, 이를 단기간 조회수상승을 위해 용인한다.
어떤 콘텐츠가 일부러 갈등을 부추기려 만든 악성콘텐츠인지,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 논의라서 게시된 콘텐츠인지는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악성콘텐츠의 경우에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는 이도 있지만 단지 건전하지 못한 가치관이나 신념으로 게시하는 이들도 이제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이는 개인의 가치관과 해당 집단의 가치관이 관여하는 주관적인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논란을 소재로 삼는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 예를들어 연령이나 성별, 직업등에 따라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데 어떤 타겟층의 커뮤니티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핫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아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이 콘텐츠는 부적절하다"고 말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마케팅 목적이나 트래픽을 목적으로한 악성 컨텐츠, 가짜 뉴스 등이 생산되고 확산되는 행태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 잔잔한 것 보다는 분노를 일으키고 자극적인 내용에 반응하는 인간의 특성과 알고리즘의 시너지는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 마케팅, 컨텐츠, 언론 종사자들에게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과 이를 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의식은 윤리를 지키고 싶을지라도 지시된 업무라면 실제로는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윤리를 저버리기 쉬운 것도 현실이다. 대신 온라인상의 글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 방식을 바꿀 수는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실이라도 과장되어 퍼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자극적이라고 느끼는 콘텐츠는 이미 여러 번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논란의 콘텐츠에 휘둘리거나 선동당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콘텐츠는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가?
이 콘텐츠는 사실인가? 출처는 어디이며, 다른 믿을만한 곳의 정보와도 일치하는가?
이 콘텐츠를 접하고 내가 가지는 태도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생각해 보는 습관이 나쁜 콘텐츠의 확산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소비자와 플랫폼 모두가 문제를 인지하고 변화해야만 줄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사람들이 콘텐츠의 의도와 사실 여부를 더 잘 판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플랫폼은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콘텐츠를 더 널리 퍼뜨리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자극적이고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콘텐츠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나쁜 콘텐츠를 없애자"는 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콘텐츠를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의도와 효과를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다. 논란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빠르게 자라고, 우리가 비판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빠르게 사그라든다. 사회를 직접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보다 개개인의 변화가 더 나은 문화로 가는 빠른 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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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앞서 작성된 (1)편의 내용은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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