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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Mar 04. 2023

저출산의 원인 ‘소개팅 앱’

“연애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결혼을 막고 있다.”

최근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까지 떨어졌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그간 크게 제기되지 않았던 가설 하나를 던져보려 한다. 소개팅 앱의 확산이 혼인율 및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결혼의 편익 중 하나는 성욕의 안정적 충족이다. 그런데 소개팅 앱의 확산은 빠르고 간단하며 회전율 높은 성적 관계를 생산해 내고 있다. 과거 연애에서 섹스는 지난한 상호 탐색 과정과 ‘진도’라 일컬어지는 다단계의 접근 과정 끝에 겨우 도달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먼저 섹스 해보고 마음에 들면 사귄다는 ‘선섹후사’가 트렌드가 돼버렸다. 소개팅 앱은 선섹후사의 인스턴트 연애를 확대 재생산 한다. 10년 전 남녀 매칭의 기회보다 최근 소개팅 앱을 통한 매칭 경험은 적어도 3배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은 적은 비용으로 성적 욕구를 안정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결혼을 선택할 유인이 크게 줄었다.


소개팅 앱을 통한 연애 회전율의 급격한 증가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중요하게 고려해 결혼 상대를 선택한다. 특히 자기보다 높은 클래스의 남성을 선택하려는 상향혼 본능이 강하다. 문제는 여성이 만나는 남성의 수가 많아지면서 결혼 상대의 준거점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심리학적으로 만나본 사람 중 최고의 상대가 준거점이 되는 경향이 있기에 눈이 너무 높아진다. (주식 투자에서도 심리적 준거점은 언제나 전고점이다.)


문제는 내가 만난 그 알파남과의 연애는 쉬워도 결혼은 어렵다는 것이다. 소개팅 앱으로 연애 회전율이 높아지면서 연애 관계의 양적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기에 나에게도 그 남자와의 짧은 연애기회가 왔던 것이지 결혼은 한 사람과 한다. 그 최고의 남자와의 결혼 확률은 연애 횟수의 인플레이션 만큼 낮아진다. 사실 그 남자는 나를 결혼 상대로 만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럼 눈을 낮춰서라도 여성이 결혼을 하고 싶어할까? 그렇지 않다. 결혼의 주요한 편익이 남성에게는 성욕의 안정적 충족이었다면 여성에게는 배우자로부터 제공받는 경제적 부양이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여성 스스로도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결혼의 편익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굳이 내 성에 차지 않는 남성과 결혼할 이유가 사라졌다.


소개팅 앱의 확산은 남녀 모두의 결혼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있다. 남성에게는 결혼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수요를 줄인다. 여성에게는 수요공급 미스매칭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결혼 시장에서 여성 수요의 탈락적 퇴장을 만들어 낸다.


한국에서 결혼은 출산의 전제 조건이다. 결혼에 대한 남녀 모두의 편익 감소는 결혼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출산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결혼과 출산의 감소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속도가 기술 및 사회문화적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진화지체 현상’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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