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서 고향 길거리에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 나붙는다. 인스타에도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동기의 게시글이 뜬다. 한때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은 30대를 열심히 달려온 덕에 이제 더 큰 꿈을 갖고 도전하고 있다. 안그러려고 해도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질투를,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쌓인 노력은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그 잠깐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머리로는 잘 알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게을러서 그 차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알던 사람이 잘나가게 되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왜 이렇게 해 놓은게 없을까, 저 사람이 저렇게 될 동안 나는 뭘한 걸까? 보통은 그정도에서 멈추지만, 어떤 사람들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못난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그 사람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쟤는 집안이 잘사니까, 분명 허세일꺼야, 실은 아무것도 없는데 사기를 쳐서 저런걸거야. 그렇게 하면 잠시동안은 스스로가 편하다. 하지만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자신의 욕심이 만들어놓은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다시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배알이 꼴린다. 그러다보면 남에 대한 시기 질투가 반복되고, 끝끝내는 아주 못난 사람이 되어 온종일 변명과 비난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게는 시간이 남지 않고, 그때의 각자는 뒤집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든 기분이 들게 된다. 어릴때야 '언젠가는 내가'라는 생각이 가능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정당화될 수 있지만, 마흔정도 되면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걸 본인도 알게 되는것 같다. 치기와 열정은 이때즘부터 꺾이기 시작한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온건 아니지만, 요즘들어 자꾸 타인과 비교하려는 마음이 들면 크게 주눅이 든다. 잘 뜯어보면 사람은 어차피 한가지 길로밖엔 갈 수 없음에도 내가 가진 못한 길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사람의 일상과 내 일상을 바꾸자고 하면 단호하게 NO라고 할 텐데도, 괜히 갖지 못한 것과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공연히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이렇게 산만하고, 어리석고, 단편적으로만 세상을 본다.
젊은 시절 꿈을 꾸는건 좋은 일이다. 꿈은 열정이고, 연료이고, 이정표이며 동시에 돛이다. 우리 사회는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지만 그 꿈이라는 불꽃을 꺼뜨릴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것 같다. 잘나가는 또래들을 볼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아 지금이 너무 중요한 때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제는 적당히 포기해야 하는건 포기하고 그간 내가 해온것들은 깊어져야 하는데 잔가지들도 포기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안되고 망쳐버릴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에 힘을 쏟아붓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 그 에너지를 쓰는 일. 실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조언이기도 하다. 알고는 있는데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