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사생활 험난기 - 01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by 소낙






"넌 커서 뭐 될래?"라는 말, 본인이 좀 독특하다 싶은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비난이나 조롱 섞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렇게 이상하리만치 특별한 아이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게 될까에 대한 진심 어린 의문이 느껴지는 그런 질문. 세상 모두가 자기를 특별하다고 믿는 것처럼, 나 역시 나 스스로 '정말 도라이'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못 했던 생각을 하는 게 좋고,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깨부수는 게 너무 재미있었던, 그래서 고등학교 미화부장을 맡았을 때 시간표 상 모든 과목의 폰트를 제각기 다른 걸로 했다가 친구들한테 엄청난 원성을 들었던 사람. (난 그때 그게 그렇게까지 이상하고 특이한 건 줄 몰랐다. 그냥, 좀 재밌는 발상의 전환 정도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 직장 생활 이야기를 쓰려면, 지금으로부터 강산이 한 번 변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맞다. 내 첫 대학생활. 나는 스스로 특별하고 똑똑한 아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경기도권 대학교 정도에 진학해야 할 내 성적이 '진짜'내 성적이 아니라는 것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은 좀 평이해도, 수능을 볼 때 까진 내가 원하는 그 대학에 갈 성적으로 충분히 올라갈 거야. 지금은 좀 낮아도, 지금은 좀 이래도…. 난 서울 상위권 대학교에 무조건 진학하고 말 거라고, 이미 인서울 대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편한 고3 시절을 보냈다.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불안을 애써 무시하면서.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이 그렇듯이 나에게 11월의 기적 같은 건 없었다. 공부를 한 것에 비해 너무 잘 나와주었던 성적 때문에 안일했던 건지, 아니면 그게 원래 내 실력이었던 건지 수능에서도 여지없이 경기권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공무원 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그 대학교는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 업계에서 이름 있는 학교였고, 남들처럼 허송세월 하지 않고 바로 취업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무언가 나를 대단해 보이도록 내세울 수 있었다.






술과 연애로 가득했던 첫 대학생활


그 학교는 산속에 홀로 떨어져 있어 전교생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야자가 필수적인 학교였다. 그러나 진짜로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게 아니라 공부 잘하는 사람처럼만 보이고 싶어 했던 내가 등 떠밀려 간 그곳에서 갑자기 공무원이 되겠답시고 공부를 열심히 할 리는 전혀 없었다. 공무원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도 아니었고(사실 공무원이 뭐 하는 직업인지도 몰랐다.) 난생처음 접하는 경제학은 차라리 불경을 외우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으며, 행정학은 나름 재미있었지만 그거 하나만 가지고는 공무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수업은 빠지기 일쑤였고, 이제 스무 살이 됐는데 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매주 치는 시험도, 제대로 놀 곳 하나 없는 산골짜기도 답답해서 숨이 턱 막혔다.



그래서 그곳에서도 노는 것 좋아하는 친구들과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주말이면 시내에 나가 놀았다. 젊고 혈기왕성한 20대 청년들을 산골짜기에 격리시켜 놓으니 정분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했던지라, 그 무렵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고3 시절의 애티를 벗고 연애까지 시작하면서 안 그래도 낮았던 성적은 바닥을 기다 못해 지하실 확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이곳을 떠나자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휴학계를 들이민 뒤 재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퇴서를 내러 갔던 그날 담당교수의 비웃음 섞인 '복학하러 왔지?'에 '아뇨, 재수 성공해서 자퇴하러 왔는데요.'라고 대답하던 그 짜릿함은 아직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와는 1년 정도 더 만나다 이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그가 나에게 그곳을 떠나자고 말해준 것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가 아니었다면 대범하게 학교를 때려치울 생각은 아마 못 했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재수에 성공했고, 고등학교 때 그토록 염원하던 인서울 대학교에서 엄마의 꿈이자 목표였던 문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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