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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06. 2016

MOOC는 대학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학문과  대학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주제다


 교육부가 지난 10월 14일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C) 시범서비스를  개통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MOO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MOOC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약자다. 온라인 공개 수업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규모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공개 수업’이다. 의식이 있는 대학 교수와 지원그룹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됐고 강의에 따라 폭발적 인기를 얻기도 한다. 온라인 장점을 활용한 상호 연결주의에 의한 수평적 교육 시스템이다.


 그러나 MOOC 개념 자체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온라인 이전에도 공공 미디어를 통한 교육 콘텐츠의 유포는 계속 있어 왔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송, 압축 기술 등이 더 좋아지면서 일상화되었을 뿐이다. 네트워크가 좋아지면서 고화질의 영상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고 더 이상 네트워크가 주요 변수가 아니게 되면서 이제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 유통이 일상화되었을 뿐이다. 유통되지 않는 콘텐츠는 없다. 이제 질문을 던져 보자. 대학교 수준의 강의를 일상적으로 아무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


 우선 대학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대학의  기원은 1088년 이태리 볼로냐에서 시작됐다. 인문학에 대한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둘 다 중요한 이유지만 대학이 지금까지 존재한 이유는 후자에 기인한다.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결정적이다. 이태리 볼로냐 이전에도 교육을 위한 시스템은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아카데미가  여기저기서 열렸다. 우리가 아는 당시 철학자들 대부분은 아카데미의 강사들이었다. 소피스트들은 당시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강사들이었다. 강사들은 수강생을 구하기 위해 광고도 했다. 교육, 지식, 지혜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당시에도 분명 있었다. 교육 관련 직업은 분명 인기 있는 직종이었다. 그리스가 우리에게 모든 학문의 기원으로 각인되는 이유는 당시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펼쳐진 지식의 향연 때문이다. 중세 이후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자는 르네상스 역시 그리스의 자유로운 지적 분위기에 기인한다. 분명 그리스는 풍요로운 지식의 경연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의 기원을 그리스에서 발견하지 않는다. 학문과  대학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중세 이후 근대로 넘어오면서, 특히 민족국가 성립 이후 교육시스템 구축은 국가의 중요한 사명이 되었다. 국가가 하나의 독창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지,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여러 시스템들을 관리할 인재의 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충원 시스템은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동양의 과거제도 같은 시스템으로는 근대국가에 필요한 공무원 수급을 감당할 수 없다. 일반 공무원, 군인, 경찰, 교육직 공무원, 사법 시스템 종사자 모두 적절한 규모로 적절한 시기에 공급이 되어야 했고 자격 있는 사람들로 충원되어야 했다. 물론 그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는 국가였다. 근대국가는 동시에 자본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적절하게 교육을 받은 노동자 계급이 필요했고 교육은 어린 나이 때부터 집단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국가와 자본 모두 교육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교육시스템은 국가 운영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육시스템의 근간은 대부분 근대 민족국가 성립 이후 그 기본 틀이 잡혔다.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가 주도의 교육 시스템은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 장치이기 때문에 유연한 변화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자본은 때로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생존하기도 한다. 국가  주도의 교육 시스템이 자본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라도 그 시스템을 보완할 새로운 솔류션이 생겨난다. 이런 솔류션이 때로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원 같은 것이 그 한 사례다. 기업 활동이 다원화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대학 시스템의 교과과정으로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처할 수 없다. 교육적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교과 과정이 대학  밖에서 만들어지게 되고 점진적으로 그것을 대학이 흡수하는 형식을 밟게 된다. 새로운 교과 과정에 대한 수요가 기존 교육 시스템으로 흡수되는 이유는 국가 주도의 교육 시스템에서 부여하는 일정 자격에 대한 사회적 신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MOOC 수료증을 대학에서 정식 학점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한동안 그럴 수 있다. 또 다른 보도에 의하면 처음과 달리 MOOC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도 한다. 이런 보도 역시 납득할 만하다. 처음 시작되는 새로운 시도는 다양한 반응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방향이 잡히게 되고 잔잔해지거나 사회의 주요 프레임으로 남게 된다.


 MOOC는 이제 시작되는 새로운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늘 있어 왔다. 매스 미디어 등장 이후 계속 이어져 왔다. 한국의 경우 교육 방송이 그 한 사례다. 이런 시도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더 신선하게 보일 뿐이다. 기존에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가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은  온라인 수업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대표적 대학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MOOC는 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지만 대학을 대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학에서 흡수해 자신의 유연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나마 이런 경우도 미국에서나 가능하지 한국형 MOOC의  경우  오래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MOOC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MOOC와 자발적 참여의  MOOC는 기본적으로 DNA가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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