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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16. 2024

세무사회와 삼쩜삼의 갈등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한국세무사회가 세무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를 관계 당국에 고소했다. 지난달 20일 삼쩜삼이 개인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수집했다는 혐의를 들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고 24일에는 사실도 아닌 세금 환급액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이유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29일에는 자신의 수수료를 위해 납세자의 불성실 신고를 직접하고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했다. 몇 건의 신고, 고발 이후 31일에는 '세무플랫폼 사업자의 환급신고 탈세행각’에 대한 한국세무사회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도 했다. 

성명서 내용에는 경찰과 검찰 등 사법당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었다. 세무플랫폼 사업자들이 허위 과장광고, 개인정보와 과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탈취, 탈세 가담 등을 하고 있으니 국가수호 차원에서 강력한 수사와 처벌에 나서라는 내용이다. 모두 다 중대한 사안이지만 특히 탈세 가담이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무사회가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불법 세무플랫폼을 없애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런 절박한 대처는 변호사협회가 법률플랫폼 로톡을 대했던 태도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변호사협회는 로톡을 변호사법과 같은 특정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했지만, 국가수호 차원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삼쩜삼 홈페이지 캡처 

우선 세무사회가 문제 삼은 내용을 하나씩 보자.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신고했다. 삼쩜삼이 이용자에게 환급액을 증액시킨다는 구실로 가족 정보를 요청했는데 이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취득한 주민등록번호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 수집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우선 삼쩜삼은 지난해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에 따라 수집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는 모두 사후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가족 정보 요청에 대해서는 개보위의 판단이 내려진 후 조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회의 주장이 맞다면 적절한 시정조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문제 삼은 내용은 과장광고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없는 환급액을 있다고 하거나 실제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과장광고 하는 행위가 공정거래에 위반된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삼쩜삼에서는 고객에게 안내한 것은 단지 '예상 환급세액'이며 실제 조회 결과 환급세액이 없는 고객에게는 서비스 요금을 100% 환불해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쩜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사안은 쉽게 정리될 수 있다. 그리고 영업 행위 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과장성 광고는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쌈점삼의 광고가 사회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세 번째는 삼쩜삼의 탈세 조장 혐의다. 사실이라면 정말 치명적 사안이다. 세무사회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을 운영하고 있는 ㈜자비스앤빌런즈를 자신의 수수료를 위해 납세자의 불성실신고를 직접하고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국세청에 고발했다.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쩜삼이 환급액 산정 시 홈택스 수입 자료 없이 원천징수 자료만으로 환급 세액을 계산하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세무사회는 제보를 받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예외적 경우로 보이긴 하지만, 주무 기관인 국세청에서 철저하게 조사 후 발표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세무사회는 3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와 국회가 세무플랫폼에 ‘혁신기업’과 ‘유니콘기업’이라는 허황된 허상을 부여해 단속과 통제에 손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위 세 가지 사례를 보면 세무플랫폼이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을 만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삼쩜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5월 처음 출시된 이후 2022년 6월에는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후 1년 9개월 만에 1,000만 명이 추가 가입하면서 2024년 3월 현재 가입자 수 2,000만 명을 넘었다. 2,000만 명은 경제활동인구인 약 2900만 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입자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용한 솔루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무플랫폼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 환급 관련 서비스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기업에 소속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대행하거나 도와주는 경우가 많아 불편을 겪지 않지만 아르바이트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은 개인적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환급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자비스앤빌런즈의 설문 결과 신고 기간에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은 64.1%였다. 절차가 어렵고 까다로워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환급액을 못 받고 있었던 것이다. 세무플랫폼은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기술을 이용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사례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더 좋은 솔루션을 향한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일부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러다이트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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