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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이번에는 부활할 수 있을까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한때 3,200만 명이나 이용했던 토종 SNS 싸이월드가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1999년 8월 서비스 개시 이후 2000년대 중후반까지 역대 어떤 플랫폼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은 SNS였다. 이런 싸이월드가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글로벌 SNS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층이 글로벌 SNS로 옮겨가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2020년 사실상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2021년에 싸이월드를 싸이월드제트가 인수해 서비스 재개를 선언했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여러 차례 연기되었고 결국 서비스를 재개하지 못했다.


싸이월드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난 12일 싸이커뮤니케이션즈(싸이컴즈)가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싸이월드 사업권과 자산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를 위해서였다. 싸이컴즈는 지난 재개 과정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AI와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한 3D 기반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2025년 상반기 베타 버전을 선보이고, 내년 중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선점한 SNS 시장에서 싸이월드가 옛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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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티징 이미지 [싸이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싸이월드 서비스 개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일단 이용자들 DB 복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버에는 사진 170억 장과 MP3 파일 5억 3,000만 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와 3,200만 명의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다. DB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당시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자기가 만든 공간, 그 안에 올린 사진들, 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을 다시 생생하게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관리해 온 자료들이지만 남의 서버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이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싸이월드 서비스 개시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몇 장의 옛날 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만들어졌던 관계와 스토리가 중요했다. 자신이 만들었던 공간에 다시 들어가 그 공간을 중심으로 맺어졌던 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일부 불쾌한 경험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용자들은 자신이 잘 나온 사진, 좋아하는 지인들과 나눴던 이야기,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 관계 맺은 이야기들을 예쁘게 정리해서 자신만의 장소에 올렸다. 친구들은 이런 콘텐츠에 좋은 댓글을 달아줬고 댓글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많은 콘텐츠를 올리게 만들었다. 특정 공간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된 첫 경험이었다. 싸이월드의 부활로 다시 그 느낌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특정 공간에서 주인공으로 행동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에서 주인공이 되기란 쉽지 않다. 물리적 공간은 제한적이라 소수의 사람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고 싸이월드가 처음으로 이 공간을 제공했다. 싸이월드가 있기 전까지는 없던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저마다의 영토를 분양받았고 그 영지 안에서 왕자와 공주가 되었다. 왕자와 공주들은 영토 확장을 위해 기꺼이 투자했고 영향력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관계 맺기를 했다. 이 새로운 공간은 점점 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줬고 일단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이 가상공간은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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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Pixabay.com


문제는 서비스 개시 이후 계속 그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싸이월드가 지하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에 수많은 SNS가 등장했고 가상공간은 그만큼 더 확장되었다. 사람들은 늘 가상공간에서 호흡하고 교류하고 소비하고 즐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SNS가 만든 가상공간은 존재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싸이월드는 이 가상공간에 진입을 위한 하나의 게이트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거의 유일한 입구였지만 이제는 여러 출입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것도 중앙이 아니라 맨 왼쪽이나 오른쪽 끝에 위치한 작은 출입구다. 싸이월드 입장에서는 가상공간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전환되었다고 봐야 한다.


SNS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싸이월드의 감성팔이 마케팅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싸이월드가 예전 서비스에서 그친다면 이내 시장의 관심에서 벌어질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다른 SNS와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가상공간은 계속 확장되고 있고 우주처럼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 공간을 재구성해서 사람들이 공간 안에 머물게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라면 고민 역시 유니버설해야 한다. 싸이월드가 좋았던 이유는 처음으로 가상공간을 보여준 것이지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가상공간의 재구성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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