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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를 허가하는 두 가지 방식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어떤 기술이든지 상용화되기 전에는 기존 제도와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기술이 제도에 흡수되면서 사양화되는 경우도 있고, 기술이 제도를 극복해 상용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제도가 기술에 친화적일수록 기술의 완성도와 사회적 활용도는 급속도로 진전된다. 반면 제도와 기술의 불편한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여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전가된다. 특히 신기술이 폭발적으로 개발·응용되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환기에는 기술의 사회적 수용 정도에 따라 국가의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근대사를 조금만 개괄해도 이런 사례는 수없이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사회적 수용 정도가 상이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운행이다. 자율주행차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프로젝트인 동시에 기존 제도와의 갈등도 그만큼 높은 프로젝트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갈등은, 만약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있다. 사고 발생 원인에 따라 책임질 주체가 규명되겠지만,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가한 국가기관이 감수해야 할 부담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담당자와 결재 라인에 있는 모든 공무원이 사표를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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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버스를 보면 담당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율버스의 운전석에는 안전관리자가 앉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안전관리자는 운전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돌발 상황 발생 시 효율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심야 자율주행 택시 역시 시험운전자가 동승하고 있다. 모두 허가 기관의 책임을 면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일종의 시건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런 보완 장치는 초기 단계에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일 수 있지만, 그 기간이 길거나 유사한 방식을 유지한다면 기술 발전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우한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무인 택시가 본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의 무인택시 운영 상황을 보자.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제너럴 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Cruise)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 (Waymo)가 약 500대 정도의 무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택시 운행 허가 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허가 전 찬반 그룹의 의견을 청취하고 6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투표를 거쳐 3대 1로 무인택시의 24시간 샌프란시스코 전역 운행을 허가했다. 위원회는 무인택시의 안정성에 대한 일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진취적으로 결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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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율주행’ 도시 중국 우한을 가다 [특파원 현장] (KBS 2024년 9월 3일 보도화면 갈무리)


중국 우한의 경우 중국의 IT기업 바이두가 400대 이상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아폴로고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택시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2022년 5월에는 우한시 내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했지만, 2023년 8월에는 우한시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조수석에는 안전 요원이 앉아 있었다. 2년간의 무인택시 운행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안전 운행 가능성을 확인한 우한시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안전 요원마저 탑승하지 않는 완전 무인택시를 허가했다. 무인택시는 시속 최대 60km로 제한되어 있지만 유인 택시에 비해 요금이 40% 정도 낮아 승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운전 중 모아진 데이터들은 향후 더 안전한 무인택시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 정부 산하 공공시설위원회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한 후에 무인택시 운행을 결정했다. 중국 우한시의 경우 시범 사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 분석 후에 우한시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 무인택시 운행을 결정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중요시하는 미국과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 모두 예상되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무인택시가 운행되고 있고 시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운행이 계속될수록 무인택시의 안정성은 계속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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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영업하는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4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결정을 해서 운행을 해야 한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사전 준비는 계속 필요하지만, 책임 회피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무인택시가 상용화되어 수백 대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지난해 6월 13일 보조 운전자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도로 임시운행허가가 처음 나왔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업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 무인 차량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신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개입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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