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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와 크로노스 또는 점과 미래 예측

김홍열의 디지털 카이로스

by 김홍열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TED-Ed에 흥미로운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의 토마스 호프웨버 교수가 올린 '인공지능은 누군가의 이혼을 예측할 수 있을까?'(Can AI predict someone's breakup?)라는 제목의 5분 정도 짧은 영상이다. 영상은 인공지능(AI)은 특정 연인의 여러 데이터–누리 소통망 서비스(SNS) 활동, 온라인 검색 기록, 소비 습관, 결혼과 이혼 이력 등-를 분석해서 그 연인이 결혼한다면, 몇 년 안에 몇 퍼센트 확률로 이혼하는지 알려 주는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다. 예측 적중 확률은 95퍼센트라고 호프웨버 교수는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예측 적중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예상되는 파탄을 감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인공지능 예측에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 .


이혼과 같은 특정 부분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예측 즉, 인생 예측 인공지능도 나왔다. 지난해 말 덴마크 공대와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진은 인간의 일생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라이프 투 벡’(Life2vec)을 개발했다. 공동 연구진은 덴마크 국가 데이터 센터에 있는 600만 명의 교육, 건강, 소득, 직업 등 일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미래의 건강, 성격과 같은 인생의 주요 요소를 예측하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35살부터 65살까지의 조기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장 환경에 따른 성격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프로그램이 향후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우리는 미래가 궁금하거나 무언가를 결정하게 될 때 종교 지도자나 샤먼에게 가는 대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는 시대에 진입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할수록 데이터는 더 축적되고 그만큼 예측 적중률은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이 대목에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앞으로 미래 예측의 주인공 자리는 인공지능이 차지하고 종교 지도자나 샤먼의 역할은 끝난 것인가? 중요한 이 물음에 대해 인공지능은 어떻게 답하는지 궁금했다.


문. 인공지능이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가?


답.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 트렌드를 분석하여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항상 정확하지 않으며 불확실성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 날씨, 경제 동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예측 모델을 사용하여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지만, 정확도는 데이터의 질, 모델의 복잡성, 외부 요인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예측은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것이며, 모든 변수와 변동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인공지능 답변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데이터’다. 데이터가 있어야만 예측이 가능하고 데이터에 따라 예측이 달라진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나 샤먼의 예측은 데이터에 전적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을 던져 봤다.


문. 종교에서 하는 미래 예측과 인공지능의 미래 예측은 무엇이 다른가?


답. 종교에서의 미래 예측과 인공지능의 미래 예측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과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두 접근법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 기반 : 종교는 영적, 신비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인공지능은 과학적 데이터와 통계적 모델을 기반으로 합니다.


* 방법론 : 종교는 신앙과 직관에 의존하지만, 인공지능은 경험적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존합니다.


* 목적 : 종교적 예측은 신앙적, 도덕적 목표를 추구하지만, 인공지능 예측은 실용적, 과학적 목표를 추구합니다.


* 확실성 차이 : 종교적 예측은 절대적 신념을 수반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예측은 확률적이며 항상 불확실성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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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인공지능의 답변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종교에서의 미래 예측은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두 예측은 기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솔루션이다. 두 솔루션은 상호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서로 배척하지 않고 인간 안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인간은 두 예측을 모순 없이 받아들이고 계획을 세우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참고한다. 이런 모순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은 두 차원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가 두 개 있다. 크로노스chromos와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이다. 크로노스는 연대기적 시간을 나타낸다. 일, 월, 년 등과 같은 일반 시간 개념이다. 일자별로 사건을 기록한다고 할 때 쓰는 단어가 크로노스다. 월요일 다음에 화요일이다. 수요일이 바로 와서는 결코 안 된다. 크로노스는 사회화된 인간이 만들어 낸 약속의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어떤 희망의 시간이다.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오겠지'에 나오는 좋을 때가 카이로스다. 좋은 시간은 특정 요일, 특정 시간에 오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벼락처럼 올 수도 있다. 인간의 의지로 사회 질서를 거역해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로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다. 종교 지도자나 샤먼이 안내하는 미래가 있고, 데이터에 기반해 인공지능이 예측하는 미래가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점과 미래 예측이다. 두 솔루션은 온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때로 겹쳐 있기도 하고 때로 분리되어 나타날 때도 있다. 두 길은 개인 안에서 또는 집단 안에서 공존한다. 시기별로 어느 하나가 나머지 하나보다 더 크게 부각될 때도 있다.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더는 좋아지기 힘들 때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은 인공지능의 미래 예측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보여 주는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이로스가 보여 주는 점괘는 희망의 메시지다. 기도를 통해 또는 근거 없어 보이지만 성취될 것 같은 믿음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있고 두 개의 미래가 있다.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또 하나의 미래를 우리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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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인터넷 신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명 칼럼 '김홍열의 디지털 카이로스'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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