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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가져온 충격과 미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지난 1월 중국의 헤지펀드 회사 환팡퀀트(幻方量化) 소속 인공지능 연구기업 DeepSeek가 발표한 추론 모델 DeepSeek-R1이 가져온 글로벌 충격이 가실 줄 모른다. DeepSeek-R1은 ChatGPT에 적용한 지도학습 미세조정(SFT,supervised fine-tuning) 기법을 건너뛰고 오로지 강화학습 기법만으로 뛰어난 추론 성능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찬사를 얻고 있다. 특히 Open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모델 OpenAI o1와 비교하여 수학, 영어, 코딩 부문에 있어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갖추면서도, 최대 95%까지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경쟁력도 매우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OpenAI의 ChatGPT가 처음 등장해 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얻게 되었을 때, 이 정도 성능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중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훈련 시간, 시스템 구축 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내할 도전자가 많지 않다고 보았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도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더 많이 투자한 기업이 생존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재래적 사고방식이 견고한 상태에서 딥시크가 기존의 고정관념을 혁파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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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DeepSeek AI (사진=연합뉴스)


딥시크의 등장이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악몽일지 모르겠지만, 중소 사이즈의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딥시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DeepSeek-R1의 개발비는 550만 달러(약 78억원)로 ChatGPT 개발비의 5.8%에 불과하다. 이 정도 금액은 크게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니다. 개발비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딥시크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발한 자사 AI모델을 다시 오픈소스에 공개했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딥시크 AI를 시험하고 개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든 모델을 클로즈드 소스로 서비스하는 OpenAI와 달리 소스를 공개한 딥시크는 모든 개발자에게 충분한 학습 시간을 주고 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도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ChatGPT를 써본 사람들은 ChatGPT의 성능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이용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담감이 있었다. 기업회원과 달리 일반 사용자는 ChatGPT를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굳이 부담스러운 이용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딥시크는 이런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 딥시크는 같은 성능 또는 더 좋은 서비스를 입력토큰 100만 개당 $0.55, 출력토큰 100만 개당 $2.19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일반 이용자들은 천원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딥시크를 쓸 수 있게 했다.


AI 시장 주도권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딥시크의 등장이 반갑지 않다. 우선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딥시크가 DeepSeek-R1 개발과정에서 Open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AI·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는 딥시크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지식 재산권 침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중국 내 모든 기술 기업은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국가정보법 등의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딥시크 이용은 결국 데이터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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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런저런 우려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미 딥시크로 대변되는 추론 모델 기반 인공지능의 대중화 시대는 열리기 시작했다. 딥시크가 중국 공산당 영향력 아래에 있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딥시크의 출현은 딥시크보다 더 효율적이고 저비용의 인공지능 솔루션의 개발과 출시를 자극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 사람들의 선택권은 그만큼 넓어진다. 필요와 성능, 특성에 맞게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학습 방법 등이 개발된다. 딥시크로부터 시작된 대중화가 보편화되면서 이제 인공지능 2.0 시대가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ChatGPT 등장 이후 한동안 인공지능에 관한 심각한 토론 주제가 있었다. 테마 중의 하나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비극적 예측이다. 이 논쟁이 아직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요한 주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효율적 솔루션으로 이해하고 있고 더 좋은 솔루션 개발을 위해 연구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과 솔루션이 대중화되면 될수록 형이상학적 토론보다는 현실 문제 해결의 적합성 여부가 더 중요하게 된다. 딥시크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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