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지구 정복
저자는, 와세다대 불문학과 재학 중에 탐험 동아리에 가입했다. 탐험하고 싶은 곳은 콩고에 있는 모켈레 음벰베라는 지역이다. 의문의 괴수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제대로 탐험을 하기 위해서는 콩고에서 통용되는 프랑스어, 링갈라어, 보미타바어를 아는 것이 좋다. 이 언어들을 배우기로 했다. 개인 교습을 받기도 했고, 스스로 학습도 하고, 현지인과의 대화 또는 함께 일하면서 조금씩 배웠다. 그리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이 되면서 원래 목적인 탐험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탐험이 끝나면, 조용히 잊혀졌다.
이런 이야기들이 챕터마다 반복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제2의 청춘 같은 나날을 누리던 나지만 이대로 일본어 교사로 정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어찌 보면 엉뚱하기 짝이 없는데, 바로 '골든트라이앵글'에 들어가 양귀비를 재배하고 아편을 만드는 것이었다. 268
당연히 태국어, 원주민인 샨족의 샨어, 버마어, 중국어, 와어 등을 익혀야 했고, 저자는 아편제조라는 목표를 위해 이 언어들을 전부 다 배웠고, 실제 써먹었다.
번역 알바를 하다가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도 했다. 아무튼 필요가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배웠고, 잘 사용했다. 저자에게 언어란 마치 호모 사피엔스에게 석기와도 같다. 필요하면 깨거나 갈아서 쓰는 돌처럼, 저자는 소통을 위해서 언어가 필요하면 배웠고 써먹었다.
언어란 결국 소통 수단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몇 개 언어를 하느니, 언어의 천재라느니 하는 언표에 고개를 숙이거나 부러워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리고 여기까지다. 다 읽고 나니, '세상에 이런 일이' 의 한 에피소드를 본 것 같다. 재미있게 봤는데, 별 공감은 안 되는, 그저 남의 이야기인 그런 에피소드 말이다.
나이가 드니까, 또는 독서를 많이 하나 보니까 취향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재미있는 책이긴 한데, 취향에 별로 맞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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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인도에서 맞이한 어학 빅뱅 전야
[영어]
혼자 간 인도에서 처음 겪은 영어
정확성에 집착하며 대화하는 사람은 없다
빈털터리가 되어 어학의 진실에 눈을 뜨다
2장 아프리카 괴수 탐험과 어학 빅뱅
[프랑스어] [링갈라어] [보미타바어]
프랑스어라는 마법을 얻다
콩고 탐험대를 습격한 ‘고질라’ 출현
어학 빅뱅이 터지는 순간
웃기는 링갈라어 학습
수수께끼의 괴수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부를까
언어는 친해지는 특효약이지만
다개국어 화자라서 혼란에 빠지다
정체성 위기에 시작한 보미타바어 학습
민족어의 관점으로 밝힌 음벰베의 정체
3장 남미와 유럽에 걸쳐 로망스어와 정면 승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의 황당한 첫 대결
계획도시처럼 질서정연한 스페인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콜롬비아 여행 브
라질 포르투갈어에 참패하다
아프리카 문학으로 불문과 졸업 대작전
프랑스어와의 마지막 전투
4장 골든트라이앵글의 다언어 세계
[태국어] [버마어] [중국어]
이상적인 어학 학교에서 태국어를 배우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태국어의 신세계
모두가 만족한 만화 언어 학습법
마약왕 아지트에서 샨어를 만나다
적진 한복판에서 배우는 버마어 레슨
5장 세계에서 가장 신기한 ‘나라’의 언어
[중국어] [버마어] [와어]
말맛이 살아 있는 중국어의 충격
사상 최고의 어학 교사, 모 선생님
편하게 외우고 싶어서 탐험하다
중국, 태국, 일본 사이에서 길을 잃다
중국 방언 윈난어로 와어 배우기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라’의 언어 사정
표준어와 시골말의 크레바스에 빠지다
‘안녕하세요’도 ‘고마워요’도 없는 세계
에필로그 그리고 어학의 여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