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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유튜브 금지, 과도한가 적절한가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최근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유튜브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호주 의회에서 이미 통과된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 금지 조치에 이어, 유튜브까지 포함시키는 강력한 결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16세 미만은 유튜브 계정을 만들 수 없고, 댓글 작성이나 영상 업로드 등도 할 수 없다. 다만 로그아웃 상태에서 일반 영상 시청은 가능하며, 별도의 아동용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 키즈’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청소년 보호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박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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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가 세계 최초로 유튜브 금지를 포함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는 다년간 누적된 사회적 문제 인식이 있다. 호주 인터넷 규제 기관인 eSafety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약 40%가 유튜브에서 사이버 괴롭힘, 혐오 표현, 성적 노출 등 온라인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콘텐츠를 반복 추천함으로써 청소년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율 규제에 실패했고, 시장 논리만으로는 청소년을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입법에 나섰다. 이는 단지 한 국가의 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 디지털 규제 논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호주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당연히 일어나고 있다. 찬성 측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유튜브는 이미 소셜미디어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방송과 달리 명확한 심의 시스템이나 책임 주체가 없다. 영상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퍼져나가며, 자극적인 내용이 노출되기까지의 장벽이 거의 없다. 반면 반대 측은 이러한 조치가 과도하다고 본다. 유튜브에는 교육용 콘텐츠나 사회적 정보도 많기 때문에, 무차별적 접근 제한은 오히려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연령 확인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와 현실적 우회 가능성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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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Pixabay.com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저장 플랫폼을 넘어,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 안에는 일상적인 브이로그나 교육 콘텐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마약 제조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 자살 시도나 자해 장면, 성적 착취와 폭력 장면, 심지어는 혐오 선동과 극단주의 이념을 유포하는 콘텐츠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문제는 이런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쉽게 노출되고, 필터링 장치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극적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반사회적 콘텐츠는 오히려 플랫폼에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유튜브가 스스로 정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갖고 있으며,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수익 창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을 빠르게 학습하고,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운영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정보의 질보다는 클릭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 사용자의 경우, 판단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콘텐츠에 반복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고리즘은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기업 이윤을 위한 전략적 설계다. 빅테크 기업이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에는 무관심하거나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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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CG) [연합뉴스TV 제공]


디지털 플랫폼은 점점 더 공적 영향력을 갖는 영역이 되었지만, 여전히 민간 자본의 자율성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개입은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필연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플랫폼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임에도, 이들의 권익은 시장 논리에 의해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다. 호주 정부의 결정은 ‘통제’가 아니라 ‘균형’의 개입이며, 무책임한 디지털 자본 권력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다. 오늘날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타인의 권리와 책임을 고려한 조율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적 용기라고도 볼 수 있다.


호주의 이번 결정은 논란을 낳았지만, 그것이 던진 문제의식은 충분히 의미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기술적 중립지대’로 방치해 왔다. 그러나 알고리즘, 광고 구조, 콘텐츠 관리 시스템 등은 분명히 사회적 선택의 산물이며, 정치적 책임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제는 플랫폼 기업과 이용자,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디지털 공간의 책임 구조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반사회적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호주의 결정은 그 시작일 뿐이며, 디지털 시대의 공공성과 윤리를 둘러싼 새로운 사회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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