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에서 치킨 조리로봇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로봇이 튀긴 치킨’이라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장면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교촌치킨은 지난 2021년부터 매장에 튀김 로봇을 적용하기 시작해 현재 20여 개 매장에 사용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출 1위 bhc 역시 자체 개발한 ‘튀봇(TuiiBot)’을 전국 30개 매장에 운영 중이다. 조리로봇은 200도 가까운 뜨거운 기름 속에서 닭을 일정 시간 튀기고, 기름 온도와 튀김 상태를 센서로 감지해 자동으로 조정한다. 튀김 후 배출과 기름 관리까지 수행하며, 사람이 하던 고온·고강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한다. 치킨 산업에도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본격적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상징이다. 야식과 회식 메뉴, 축하 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치킨은 배달 문화의 성장과 함께 ‘국민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23년 등록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00여 개가 넘고, 점포 수는 3만 개 가까이 된다. 인구 대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매장이 많은 이유는 창업 진입 장벽이 낮고, 본사 시스템이 조리를 표준화해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의 과열이다. 공급 과잉 속에서 생존 경쟁은 치열해졌고, 배달앱 중심의 가격 경쟁이 일상화됐다. 그럼에도 퇴직자나 은퇴자에게 치킨집은 여전히 마지막 안전판처럼 여겨진다.
치킨 조리용 로봇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영업 통계에 따르면 치킨집의 평균 생존 기간은 2년 8개월 수준이다. 매출 구조가 일정하지 않고, 계절과 이벤트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크다. 원재료비 상승, 임대료 부담,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고정비가 계속 높아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점점 어렵다. 여기에 SNS 마케팅 경쟁이 더해져 맛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향도 커졌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로열티와 광고비 부담도 매출을 잠식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장기 생존이 어렵고, 신규 창업자 대부분이 2~3년 내 시장에서 이탈한다. 단순히 개인의 경영 능력 부족이 아니라, 과도한 점포로 인한 치열한 경쟁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다.
치킨집 운영에는 최소 2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은 주방에서 조리와 재고를 관리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고객 응대, 주문 접수, 포장, 배달 관리를 맡는다. 하지만 최근 청년층의 서비스직 기피와 아르바이트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다. ‘인력 리스크’는 치킨집 생존의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많은 점포가 부부나 가족 단위로 운영되며,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이 일상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의 피로 누적’이 이어지고, 결국 폐업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이 한 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현재 시판 중인 치킨 조리로봇의 도입 비용은 설치비와 유지관리비를 포함해 4천만 원에서 8천만 원에 이른다. 규모가 작은 가맹점에는 큰 부담이다. 본사 차원에서 일부 지원하거나 리스·렌털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도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업주들은 “인건비 한 명분을 절약한다면 2년 정도면 회수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지만, 실제로는 유지보수비, 전력비, 기계 고장 리스크 등이 변수가 된다. 그럼에도 자동화 설비의 장점—지속적 운영, 위생 관리, 표준화된 품질—은 무시하기 어렵다. 초기 투자비만 낮아진다면, 상당수 가맹점이 ‘로봇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치킨 산업의 디지털 인프라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머지않았다.
앤트링보테크놀로지의 휴머노이드 로봇 R1 [앤트그룹 제공=연합뉴스]
장기적으로 보면 조리로봇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이미 양념, 튀김가루, 소스 등 주요 재료를 본사에서 일괄 공급한다. 즉,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로봇 조리에 최적화된 구조다. 매뉴얼대로 조리하면 맛의 편차가 거의 없고, 인공지능 기술이 튀김 시간과 온도를 학습하면서 인간보다 일정한 품질을 보장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로봇이 기름의 오염도나 교체 시점을 자동 감지해 위생 문제를 줄이는 기능도 탑재될 것이다. 본사 입장에서도 브랜드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점주 입장에서는 노동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치킨 로봇화’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셰프의 감각과 창의성이 필요한 음식과 달리, 치킨은 본사 매뉴얼에 따라 조리되는 대표적 ‘표준화 상품’이다. 따라서 조리로봇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맛의 일관성, 조리 속도, 위생 관리 면에서 로봇의 장점이 뚜렷하고, 노동 피로와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도움이 된다. 초기 투자비가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된다면, 오히려 조리로봇이 자영업자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로봇이 튀기는 치킨이 단순한 ‘이색 아이템’이 아니라, 자영업 생태계 회복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치킨 조리로봇은 어쩌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