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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협의 법정단체 전환이 가져올 우려 '제2의 타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가 법정단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 중이며, 여야 모두 중개사 단체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공협은 법정단체로 등록되면, 부동산 시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전세사기 등 국민 재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아니어서 무등록 중개나 기획부동산 투기에 대한 실질적 지도·점검 권한이 없어 불법 행위에 소극적이지만, 법정단체 등록이 되면 이를 해소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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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연합뉴스]


이와 같은 표면적 이유와 더불어, 한공협의 법정단체 전환이 급물살을 타는 이유는 공인중개사들의 이해와 정치권의 이해가 맞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약 11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각 지역구 의원에게 중요한 지지세력이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개사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제도적으로 달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한공협은 전국 조직을 통해 협회의 전환 필요성을 알리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공식 절차를 통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지만, 개정안 통과에 우려하는 진영도 있다.


지금까지 한공협은 임의단체로서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협회가 부동산 중개 앱들과 갈등을 빚더라도 제도적으로 이를 제어할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직방’이나 ‘다방’ 같은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낮추거나 매물 노출 방식을 바꿀 때마다 협회는 “중개사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반발했지만, 법적 대응보다는 성명서나 항의 방문 수준에 머물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할 때마다 기존 중개업계는 이를 부동산 시장 교란 또는 적정 수수료 파괴로 인식했다. 그동안 협회가 임의단체라서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았을 뿐, 갈등의 불씨는 이미 오랫동안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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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부동산 앱 [연합뉴스TV 제공]


한공협의 법정단체 등록은 ‘타다’ 사례를 소환시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청년 스타트업 상상 콘서트에서 ‘타다’의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가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신기술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새로운 기술을 제도로 막기보다는 갈등을 사회적으로 관리하자는 메시지였다. 제도화되는 순간 신기술과 기존 직업 간의 갈등은 표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타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금지된 것처럼, 플랫폼 중개 서비스 역시 강력한 저항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법정단체는 공공적 기능을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독점적 권한을 위임받는다.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돼 협회가 법정단체가 되면, 그 지위를 다시 폐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권한을 위임받으면 공공 목적 외에 협회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협회는 회원 보호를 명목으로 부동산 중개 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비인가 중개 행위’, ‘시장 교란’, ‘허위 매물’ 등의 이슈를 통해 플랫폼 사업의 진입을 제약할 수도 있다. 협회의 이런 행위가 공식적으로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부동산 거래의 혁신 속도가 늦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위축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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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는 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 플랫폼 양쪽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은 정보 탐색 및 편의성 제공에 집중하고, 공인중개사는 법률 자문, 권리 분석 등 전문적인 대면 중개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협회가 운영하는 '한방' 플랫폼과 민간이 운영하는 '직방', '다방' 등의 플랫폼 간의 시스템 연동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협력 관계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 플랫폼은 혁신을 명분으로 규제 완화를, 협회는 생존권을 이유로 규제 강화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본회의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양측의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또 하나의 ‘타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법정단체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의료·교육·전문직 단체에 한해 부여되는 제도다. 일반 이익단체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직역 보호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그 목적이라면, 이는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다. 부동산 중개 시장은 이미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중개 앱을 통해 실거래가, 시세 정보를 파악하고 AI 기반 아파트 가치 분석까지 서비스받을 수 있다. 성인 대부분이 중개 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공협의 법정단체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우려는 예상할 수 있다. 만약 통과된다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국민 이익의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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