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로봇에 대한 두 개의 시각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학교 급식실에 도입된 조리로봇이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 적지 않은 불만을 낳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 3월 20일자 기사에 따르면, 조리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했음에도 노동 강도가 줄지 않았고 오히려 기계 운용과 관리라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로봇이 일을 덜어주기보다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조리로봇이 혁신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보도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조리로봇의 밝은 면이 아니라 불편한 점을 정면으로 드러낸 이런 부정적 시선은 그동안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한겨레 1월 1일자 기사는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실에 로봇 투입했더니, 종사자 만족도 ‘껑충”』제하의 기사에서는 조리로봇을 급식실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작업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노동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였다는 조리 종사자들의 발언이 소개되고 있다. 위생 관리와 작업의 표준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보다 안전하고 균질한 급식 제공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이러한 보도는 조리로봇을 급식실에 꼭 필요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조리로봇 보도의 대다수는 이런 낙관적 시각에 기울어 있었다.


316543_229721_3610.jpg

이미지 출처 Pixabay


그렇다면 왜 조리로봇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등장했을까. 3월 20일자 기사를 보면 문제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도입 방식과 현장 적응 과정에 있다. 로봇이 기존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과 기계 운용이 겹치면 이중 부담이 발생했다. 충분한 교육과 숙련 과정 없이 기술이 투입될 경우 현장은 필연적으로 혼란을 겪는다. 기대했던 자동화는 부분적으로만 실현되고, 남은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여기에 기계 고장과 유지보수 부담까지 더해지면 체감 노동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결국 문제는 기술의 효용성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에 배치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조리로봇 도입을 지연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장의 반발과 정책적 부담이 결합되면 도입 속도는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인력 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는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되어 있다.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점점 필수 솔루션이 되어간다. 결국 질문은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로 바뀐다. 부정적 여론은 기술을 멈추기보다 방향을 수정하게 만든다. 속도는 조절될 수 있지만 방향은 유지된다. 기술은 저항을 만나면 멈추는 대신 경로를 바꾼다.


조리로봇은 단순히 조리를 대신하는 기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급식실이라는 공간 전체를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고온과 중량 작업이 반복되는 환경 문제를 완화하고,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위생 관리와 작업 표준화를 통해 식품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능도 포함된다. 즉 조리로봇은 단일 기계가 아니라 시스템 솔루션에 가깝다. 기술이 도입되면 작업 방식과 공간 구조, 노동의 분업 체계가 함께 변화한다. 이런 점에서 조리로봇은 하나의 장비가 아니라 변화의 매개다. 따라서 평가는 단선적일 수 없다.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16543_229724_5550.jpg

지난해 부산 영도구 부산체고 급식실에서 부산·경남권에 처음으로 도입 설치된 다기능 조리 로봇이 고기를 볶고 있다. 이 로봇은 튀김·볶음·국 3가지 조리공정이 가능한 다기능 유형으로 전기솥과 로봇팔이 결합한 '부산형 조리로봇' 모델이다. (부산=연합뉴스)


제조사들의 대응 역시 중요한 변수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불만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작동한다. 기업은 이러한 피드백을 분석해 제품을 개선하고 기능을 보완한다. 사용자의 불편은 다음 버전의 설계 기준이 된다. 조작의 복잡성을 줄이고 유지보수 부담을 낮추며 실제 노동 흐름에 맞는 기능이 추가된다. 기술은 완성된 상태로 시장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속에서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의 부정적 경험은 점차 완화되거나 해소된다. 사용자와 기술은 상호작용 속에서 함께 적응해 간다. 불만은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속하는 동력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어 왔다. 산업혁명 이후 거의 모든 기술은 등장 초기 저항과 논쟁을 겪었다. 기계화에 반대했던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질서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 발전의 흐름 자체가 후퇴한 적은 없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사회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왔다. 그렇다고 현장의 불만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 불만은 기술을 인간에게 맞게 조정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조리실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는 결국 더 나은 제품과 시스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저항을 통해 수정되고, 수정되면서 확장된다. ++

매거진의 이전글휴대전화 안면인증 속도전 제동…의미는